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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죽음, 그 앞에서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 W.초월함수
죽음, 그 앞에서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 W.초월함수



 

 

 


BGM - Flowmusic `환생화`

 

 

 

 

*TRIGGER WARNING : 죽음, 전쟁, 피에 관한 묘사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고 이후 가족들 품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의 시점에서 글을 작성했습니다.

 

 *2019. 8. 15 - 광복 74주년



*이런 국가적인 행사관련 추모글은 올리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글을 올린 점 죄송합니다. 장편분류와 단편제목 모두 수정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 윤동주

 

 

 

 

 

/

 

 

 

 


모든 만물의 시작과 끝에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그렇게 믿어 살아왔다. 언젠간 끝끝내 마주하게 될 운명의 끝자락에서 후회없는 삶이었다고, 무언가 일구어낸 삶이었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건네며 편히 눈을 감는 것, 그것이 소소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려운 그런 하나의 다짐이었다. 어렴풋이 그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웅웅- 대며 울려오는 귓가로 어느 순간부터 아득해져 들려오는 손주들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억세게 잡아오는 손을 따라 수많은 세월들이 담긴 눈동자를 마주하면 저도 모르게 피어나는 옅은 미소와 함께 머릿속에서 어지러이 기억들의 향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1945년 8월 16일. 치지직- 거리는 잡음과 웅얼거리는 일본 천황의 목소리로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선언이 이루어진 8월 15일로부터 하루 뒤. 밤 사이 어디를 간건지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일본 순사들과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곤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쳐대는 신문팔이 청년들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하여 바닥에 흩날린 신문 하나를 주워들면 앞면 가득 채우고 있는 글자들에 저도 모르게 눈물과 함께 탄식이 새어나왔다. 분명 그리 바라오던 해방이건만, 도리어 드는 허탈함과 허망감에 눈 앞이 흐려져만 왔다.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어느 하나 허투로 하지 않으시던 자랑스런 아버지의 그 뒤를 따라 대항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건만. 우리 대한제국, 우리 이 백의민족의 자주 독립을 끝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내지 못했다. 이 나라의 발자취는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야 한단 말인가.

 

 

 

 

하나였던 나라는 남으로는 미국, 북으로는 소련이 일본의 무장해제를 명목하에 분할 진주하여 결국 상반되는 두 가지의 색으로 섞이지 못하는 비참한 운명과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의 힘으로 해방을 이루어내지 못했기에 우리는 또다시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휘둘리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자격조차 없었다.

 

 

 

 

 

***

 

 

 

 

 

쿠구ㄱ우ㅇ웅-

 

 

 

 

 

1950년 6월 25일. 금방이라도 땅 위의 모든 것들을 어둠 속 너머 그 깊은 곳으로 끌어들일 듯한 강한 진동과 함께 귀에 억지로 때려박히며 들려오는 거대한 굉음은 깊은 잠에 들어있던 사람들의 정신을 과거의 두려움 속으로 다시금 불러내었다. 끊임없이 내리꽂히는 불꽃들. 흙먼지가 날릴 때마다 공중에 치솟는 사람들. 혼비백산하여 갈길 잃은 사이사이로 한 팔엔 이제 막 젖을 떼어 평온히 잠에 든 자그마한 아이를 안고, 또 다른 한 팔엔 두려움에 떨리는 동공을 억지로 잠재우려 애쓰는 어여쁜 여인의 가녀린 손목을 붙잡아 굳세어 앞으로 나아갔다.

 

 

 

 

나라가 너덜너덜한 천조각 마냥 반으로 찢어진다. 대한제국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하며 이북과의 전혀 다름을 새로운 체제임을 주장하는 이 나라에 아버지는 화병이나 끝끝내 눈을 감지도 못하고 떠나셨다. 아버지. 당신은 어떠한 마음으로 나라의 독립을 주장하실 수 있으셨던 건가요. 한 민족이 총칼을 겨누는 살육의 현장으로 나가기 전, 그 마지막 달빛 아래 저의 품안에서 곤히 잠든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마음 속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철컥-

 

 


"발 밑 조심해. 함정이다!!"

 


 

 


무거운 군용가방을 매고 지친 행렬을 이어가다보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철컥- 하는 쇠의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새파랗게 질려가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들려오는 긴박한 목소리에 그 얼굴로부터 순식간에 사람들이 멀어져갔으나 차마 저의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안 피하고 뭐해!!!"

 

 

 

 

 

저를 향해 외쳐오는 목소리들에 가슴 속 깊이 울분이 차올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절벽 끝의 무력감. 저 얼굴도 한 여인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였다. 한 가정을 이끌어야 할 그 젊은 가장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해왔다.

 

 

 

 

 

"어서 가. 난 괜찮으니까."

 

"....."

 

"어서 가래도..."

 

 

 

 

 

목구멍이 메어와 어떠한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가족들 걱정하지 말고 편히가라 말을 해줘야하는데. 한 쪽 눈 끝을 따라 또르르- 흘러내리는 물줄기에 고개를 숙이면, 어느샌가 다가와 저를 잡고 이끄는 손길들에 비틀거리며 몸을 돌렸다. 한 걸음 한 걸음 억지로 발을 내딛어 산 깊숙이로 들어가다보면, 뒤에서 쾅- 하고 들려오는 먹먹한 울림에 분위기가 한층 숙연히 가라앉았다. 푸릇푸릇 생기 넘치는 하나의 생명들을 헤쳐가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하다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가는 몸 구석구석의 생채기들에 텅 빈 눈으로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죽지 않겠다 눈물로 한 그 서약을 내가 지킬 수 있을까. 저와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여인이 떠올라 가슴 한켠이 시큰해져왔다. 이 캄캄한 어둠이 끝나는 곳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건지,

 

 

 

 

 

***

 

 

 

 

 

밤 사이 갑작스레 벌어진 습격에 눈 앞으로 피를 쏟아내며 쓰러져가는 이들이 한가득 담겨왔다. 살아야한다는 그 처절한 비명소리들 속 저 혼자 다른 공간에 있는 것 마냥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탕 탕-

 

 

 

 


공중으로 울려퍼지는 두 발의 총성이 정확히 저의 다리와 복부를 강타하고 울컥- 하는 느낌과 함께 입으로 피가 토해져나왔다. 이렇게 죽으면 안되는데.. 땅으로 접혀진 다리에서부터 억지로 막아왔던 것 마냥 멈출 줄 모르고 샘솟는 붉은 물감들이 몸 전체를 적셔가기 시작했다.

 

 

 

 


"커억-"

 

 

 

 


살이 불에 타들어가기라도 하는 듯 숨조차 쉴 수 없는 고통에 덜덜 떨려오는 손을 들어 억지로 복부를 잡아 지혈을 하면, 총을 든채 서서히 가까워지는 습격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우리는 함께 일제에 대항하던 한 뿌리 한 민족이 아니였던가. 몸을 가눌 힘조차 모두 풀려 털썩- 소리를 내며 머리가 차디찬 흙바닥에 닿았다. 끝인건가. 서서히 감겨오는 눈에 저항을 하지 않으면, 그토록 두려워하던 어둠이 주위로 흩뿌려졌다.

 

 

 

 

 

***

 

 

 

 


내가 죽어 천국에 온 건가. 눈을 뜨지 않아도 주변으로 느껴지는 밝은 빛과 따스함에 몽롱한 정신을 하고 온 몸에 힘을 주려하면 세차게 저항해오는 근육 세포들에 손가락 하나를 간신히 까딱- 해보였다.

 

 

 

 


"....여보?"

 

 

 

 


가슴속 사무치게 그리웠던 음성이 귓속을 파고들자 떠지지 않는 눈에서 저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정적이던 주변의 소음들이 점차 범위를 넓혀가며 또렷해지고, 어느샌가 애통하게 들려오는 울음섞인 목소리에 천천히 눈이 뜨였다. 긴박하게 움직여오는 가운 입은 사람들 속으로 느릿하게 들어오는 여인의 모습에 입가로 잔잔한 미소가 피어 오르다가도 눈물이 앞을 가려 흐릿하게 만들었다.

 

 

 

 


이 목숨 참 질기기도 하지. 평생 쓸 운은 다 썼다고 의사는 말했다. 운이 좋게도 우연히 습격 당한 장소를 지나가던 미군 부대에 의해 구조된 하나뿐인 생존자였고, 또 운이 좋게도 아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으로 실려와 최선의 치료를 받게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렸을 땐 모든 살육이 끝이 났다고.

 

 

 

 

 

***

 

 

 

 


쉴 틈 없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나간 상처들을 억누르고 새 시대에 맞춰 살아가려 모두들 침묵 속에 복잡해져가는 사회 속에 저 자신을 끼워맞추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하나였던 백은 가고, 등을 돌린 채 서로를 겨누는 홍과 청만이 남았다. 점점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짙어져가는 세상 속, 잊혀져가는 아픔들을 딛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남아있는 가족이라는 온정과 따스함들 그 안에서 세월의 흔적이 남은 주름잡힌 저의 손을 억세게 꼭 붙잡고 있는 그 심연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모하는 나의 여인. 나의 처.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너무나 고생 많았다고. 행여 다음 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땐 함께 웃을 일들만 가득했으면 한다고.​

 

 

 

 

 

 

 

 

 

 

-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모두 겪으신 분들이 주변을 둘러보면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 하루만큼은 희생되신 분들을 기억하며, 투쟁해주신 분들을 마음속에 새기며 감사함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이 나라를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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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헤르미온느[Hermione]  113일 전  
 그래도 작가님 글 덕에 오늘 광복절에대해 더 생각해볼수 있었던거 같아요!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헤르미온느[Hermione]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에리아치  113일 전  
 진짜 그 시대를 생생히 보는 느낌이였어요..

 답글 1
  꽃세븐방탄  113일 전  
 작가님 이런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잊지않겠습니다 영원히 마음에 새기겠습니다ㅠㅠ

 꽃세븐방탄님께 댓글 로또 2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아미이이미이이이  113일 전  
 너무 잘봣습니다

 아미이이미이이이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생오  113일 전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이었어요..

 생오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달달한크러쉬  113일 전  
 감사해요

 답글 1
  안녕하세여여  113일 전  
 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ㅠㅠ

 답글 1
  초네  113일 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1
  윤기는깹짱  113일 전  
 이런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윤기는깹짱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ARMY_0508  113일 전  
 멋져요ㅜㅜ

 ARMY_0508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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