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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이해 - W.공아람
이해 - W.공아람














사람은 모두 다르다.
삶의 방식도
삶의 고찰도
가치 있는 것들도
실수에 대한 태도도.


이론적으로는 이해한다.
그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근데,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것부터 틀어져
우리는 아무것도
맞추어나가지 못했다.
더이상 맞추어 나갈 수
없을 때


그때야 때마침
어둠에 숨어있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눈에 밟힌다.


마지막 퍼즐 조각 위 먼지가
누군가의 주저앉음을 만든다.








//




낡은 책상에서 나무 냄새가 베어져 나온다.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슬며시 쓸자 푹푹 먼지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책상 위로 작게 난 창으로 들어오는 다채로운 햇빛과 시너지를 발휘해 꼭 환상 속에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의 옛 작업실은 온통 먹빛으로 물들어져 있을 것만 같았는데 작은 시절 꼬마의 시각은 그만큼 좁았던건지. 더 크고 또렷해진 눈으로서 이제야 아버지가 칠해갔던 색채를 찾게 되었다. 색채는 정말 옛 것의 그것. 여전히 그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진부한 고전적 색채였다. 책상과 수직된 벽면 가득한 낡은 책장은 꼭 썩어서 빠져버린 이빨처럼 듬성듬성 칸막이를 고정하는 부분이 뜯겨져있다. 그곳을 쓰다듬으며 신비로운 고전적 분위기에 몸을 담가, 잠시 그가 견뎠을 책의 무게, 세월의 무게에 대해 고찰한다.






마찬가지로 낡은 의자에 앉았더니 의자가 심히 삐걱거렸다. 그러자 환상처럼, 난 이렇게 무겁지 않은데 의자가 너무 엄살이 심하네, 라고 내가 말하는 상상과 그 상상에 웃음기 가득한 아버지의 미소가 떠오른다. 실없는 소리라고 칭해지는 그런 것들을 아버지는 좋아했다. 항상 연필을 원고지에 문댔던 아버지는 책엔 절대로 그런 실없는 소리를 쓰지 못한다고 했다. 네가 알아듣지 못할 바르고 깊은 뜻의 낱말들로 이루어진 참으로 고약한 것이더라고 어린 꼬마의 비위에 맞춰 책을 마구 헐뜯었다. 인간은 역시 누군가에 대해 뒷담하는 걸 좋아한다더니, 그럼 어김없이 나는 꺄르르 웃었다. 책을 쓰는 것임에도 아버지는 항상 작은 칼로 연필을 깎았다. 그림 그릴때 쓰는 깎이 방법이라는 것은 열살의 초반, 그쯤에서야 깨닫은 것 같았다. 어버이날, 통 크게 아버지께 연필깎이를 선물해 드렸더니 그것은 그저 우리집 보물 1호가 되었을 뿐 누군가의 정감이 묻어나지 못했다. 그것이 갖지 못한 정감은 그 작은 칼, 그것이 다 가져갔었다. 연필을 깎기 위한 아버지의 작은 칼은 아직 책상 밑에 누나가 달아주었던 하나뿐인 서랍에 들어있었다. 뒹구는 연필 한 자루 집어들어 연필을 깎는 다음 낡은 원고지 하나를 찾아 사방이 막힌 칸 속에 아버지를 그렸다. 좁은 단칸의 겉부분을 맴도는 흑연이 당장이라도 아버지를 어둠 속에서 들끓게 할 것 같다. 그 흑연을 잡고 있는 건 내 손이었다.






아버지는 따뜻한 사람이자 고된 사람이자, 그리고 위험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큰 쓰나미가 몰려와 마을을 뒤덮고 허름한 집을 무너뜨려도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그것을 너무나 늦게 깨달아버린 모순된 사람이었다. 이 모순은 그때 그대로의 안정만을 지키려는, 절대 예측에 없던 방향으로 가정이라는 배를 돌리지 않겠다는 그의 방식이었던 것이었다. 모두가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겁에 얼굴이 파랗도록 질려 집 안에 가만히 숨어있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철떡같이 믿고 옷장으로 들어갔다. 살아가는 게 기쁘다는 그런 이유 하나로 좋아하던ㅡ들숨, 그것을 아버지의 그 말마디 이후로 행하지 못했던 누나의 창백한 얼굴에 하는 짓없이 가슴 무너지게 울어만 대던 그였기에 그날 이후 내 책상 위에 있던 연필깎이를 한때 쓰레기통에 처박아두었다. 위험에 자기 자신을 숨겨가려는 태도만이 안전이라고 생각한 그의 사고방식은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부분이었기에, 간과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을 계기로 얻은 것은 그저 하나, 위험은 때로 나서서 맞서야 하는 것이었다는 것. 그에 대한 분함과 나에 대한 무기력함과 그녀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와 한 순간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먼지 때문에 눈이 아려와 결국은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눈물은 떠다니는 지독한 먼지 때문이다.





어느날 누나가 집에 서툰 그림을 가지고 돌아왔다. 김춘수의 `꽃`을 재해석해 그린 그림이었다. 쓰담 몇번 해주고 집 구석에 박아두었던 그 그림, 온갖 것을 담았던 난폭한 바닷물에 쓸려 아버지의 발치로 온 그 순간. 또 바보처럼 그는 펑펑 울어버렸다. 긴 울음의 끝에 아버지는 누나를 마음 속에 각인하기 위해 기존의 무언가를 바꾸어 그것에 문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즐겨하기 시작했다. 미치광이, 그런 말이 어울릴 정도로. 또 그것은 유일무이 그만이 가진 특점과 장점이 되어있었단다. 그의 방식의 흠이 잡힌 그날 이후, 나에게 만큼은 그녀에게서와는 다른 이가 되려 했던 그가 즐겨 바꾸던 작품은 고전이었다. 고전적인 사람이라고, 그렇게 밤마다 미친 듯이 중얼대던 내 혼잣말을 들어서일까. 나만 보면 푸른 빛 바다에 잠기던 그의 두 눈이 생각난다. 옛 책들은 그의 옆에 언제나 높다랗게 쌓여있었다. 그가 잠들면 꼭 위태롭게 걸려있는 맨 위의 책을 한두권씩 내려주어야만 할 높이만큼 그가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기존의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그의 썩어빠진 그의 고전적 방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그때부터 노력했다. 무언가가 확실히 정해진 순간 결국 참아오던 마음 속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원망하던 그의 딱 하나. 그것을 고치기 위해 수많은 길을 더듬었던 그가 눈 앞의 잔상으로 나타났다. 붙잡은 연필로 그의 얼굴을 그리다 말고 귀퉁이에다가 글을 적었다. 의자는 여전히 삐걱거렸고 창문으론 따뜻한 햇살이 몰려왔고 책상 위에 놓인 연필깎이에선 마음 편해지는 온기가 피어났다. 먼지로 인한 눈물은 어느새 먼지로 인해 그쳤다. 아득히 고요한 이곳, 연필이 종이에 닿는 사각임만이 들려온다.








당신만의 방식을 미워하려해 미안합니다. 정말
밉고 미안하고 고마워요.
...랑합 .. 니다.







_



방빙 내 프로젝트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오랜만인 것은 또 오랜만의 설렘이 있는 것. 글과 나의 중의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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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잘익은가지  7일 전  
 표현을 너무 잘하시는 것 같아요...!!!묘사도 너무 이쁘고..잘보고갑니다!!

 잘익은가지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쫄깃한해파리  7일 전  
 소설이나 노래가사로 나오면 좋겠어요~글이 너무 좋은데요?

 답글 0
  피리부는  7일 전  
 글이 너무 예뻐요ㅠ!!!

 피리부는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7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늘푸른님  7일 전  
 사랑함니다 아람선생

 늘푸른님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