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우리는 결국 바다에 가지 못했다 - W.석
우리는 결국 바다에 가지 못했다 - W.석

















우리는
결국
바다에 가지 못했다




| 석


※본 글은 작도 탈락글입니다.












1.


바다에 가고싶었다. 전정국은 바다에 가고싶었다. 태양이 반 즈음 잠겨있는 바다는 그의 심장 속에서 절대로 차갑게 식어버리지 않았다. 파아란 바다가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곳의 세상은 온통 검파랗게 물들어서 깊게 빨려들어갈 듯 그를 삼켜버렸다. 눈이 아프도록 빛나는 노을은 바다와 어우러져 그의 눈에 비춰지고 희멀건 파도는 끊임없이 서로를 타고 하늘에 닿을 듯 솟아올랐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세상은 푸르고 붉을 뿐이었다. 그 소년 옆에는 소녀가 있었다. 청춘을 헤엄치는 소년이 소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바다를 가르는 작은 보트 위의 소년과 소녀는, 꿈같은 바람을 맞으며 태양을 향해 한 없이 작아진다. 전정국은 답답한 병실의 침대 위에서 매일같이 같은 꿈을 꾸었다. 주름이 잔뜩 져버린 이불을 덮고 그는 그의 바다로 잠겨들어갔다. 이대로라면 그가 그토록 꿈꾸는 바다가 만들어질 듯 비만 죽어라 내렸다. 전정국은 바다로 떠나고 싶었다.





그에게 작은 탄산음료 캔을 사다주었다. 받자마자 음료를 목에 넣고 삼켜버린 전정국은 시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괜시리 내게 웃어보였다. 그토록 차갑고 냉정하던 전정국은 이 좁디 좁은 병실에서 하룻밤 잠을 청한 그날 이후로 거짓처럼 밝은 사람이 되었다. 그의 웃음 뒤에는 늘 쓸쓸함이 보여서, 억지로라도 웃으려는 것이 눈에 뛰게 잘 보여서, 내가 해줄 수 있는건 나 역시도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수 밖에 없었다. 전정국 역시도 나의 웃음을 읽었을 것이다. 우리의 평화는 그렇게 지켜진다. 서로의 가짜 웃음을 서로가 모른체하며,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나약한 행복을 억지로라도 붙잡으며 그렇게. 늘 공존하는 세계에서 한 발자국 걸어나와 현실로 돌아오면 각자가 눈물짓는 이중생활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보지 않아도 전정국도 나와 같겠거니 알 수 있다.


2.

창가에 올려져있는 화분의 백일홍은 무관심 속에 시들어버렸다. 꽃말이 [멀리 떠나간 친구를 생각하다] 라니, 가져다준 사람도 졸라 어이없지, 중얼거리며 버리기엔 가엾은 생명을 정신없이 아무곳에나 처박아 둔 것이 문제였는지, 화분의 가뭄 속에 매말라 죽어버린 것이었다. 시들어버린 모습이 애절했다. 정신없이 흘려보낸 세월 안에 백일홍은 모든 것을 보았겠지. 마치 감시카메라 처럼,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 역시 아프고 외롭게 죽어갔겠지. 한동안 그 꽃을 그렇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 시들어버린 꽃 한송이를 그대로 창가에 올려두었다. 여전히 창 밖에는 비가 타닥 타닥 내리고 있었다. 전정국 입에서 기침이 나왔다.




전정국이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 죽을 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울지 않았다. 어떻게든 맨 정신으로 그를 살려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하루 하루를 버텨낸 것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저 백일홍처럼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달라지는 전정국의 상태에 희망고문을 당하면서도, 어떻게는 매달려야 했다. 어떻게든 차오르는 쓸쓸함을, 그 고된 슬픔을 삼켜야 했다. 그런데도 가끔씩 전정국이 아파할때면 눈물이, 삼켜버린 눈물이 거꾸로 솟아 나를 적시고 떠난다. 전정국이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 전정국이 내 곁에 계속 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엾은 소년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이상은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여름의 추위처럼 뜬금없는 우리의 아픔은 이렇게 차선책의 차선책을 희망하게끔 한다.


3.

전정국은 여전히 바다로 가고싶어 한다. 텔레비전에 비치는 바다의 모습은 황홀하기 짝이 없었다. 타이타닉의 한 장면에 비친 붉은 노을과 바다의 모습은 전정국의 아픈 몸덩이를 불타오르게 했다. 여주야, 나도 잭처럼 바다에서 널 안아주고 싶어, 저렇게 말이야. 전정국이 말을 맺으며 기침을 연거푸 한 뒤에 내게 웃어보였다. 나약한 소년, 이제는 너무나 나약해진 소년이 톰 소여처럼 가슴 뛰는 꿈을 꾸며 나를 안아주겠다고 말한다. 하루 하루가 지나갈수록 전정국과 함께한다는 안도감보다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압도적으로 나를 제압하는데도, 그래서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겠는데도, 전정국은 여전히 꿈이 많은 소년의 모습으로 있구나. 그래, 가자, 바다. 정국아, 바다로 가자. 전정국에게 말하자 전정국은 미소를 지었다. 이 병실로 들어오기 전의 건강한 미소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좋았다.






4.

... come Josephine ... my flying machine ... going up ... she goes up, she goes ...






전정국이 종이 비행기를 접어 움직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바다에 가기로 했다. 여전히 장맛비는 그치지 않고 오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그런 걱정을 할 수가 없었다. 지쳐버린 나의 마음은 자제력이 없었다. 그냥 가자. 비가 아무리 많이 오던, 바다가 얼마나 많이 불어오르던, 전정국이 그토록 원하는 바다로 가자. 비는 죽어라 내리고, 전정국은 열이 많이 올랐고, 의료진은 바다에 절대 가지 말라고 명령했다. 절대로 바다에 가서는 안된다고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정신 차리라고 나에게 계속해서 화를 냈다. 지금 제정신이세요. 열이 39.7도에 비는 미친듯이 내리는데 바다에 가겠다고요, 아픈 환자를 데리고. 그렇지만 가자고, 나는 바다에 가자고 계속해서 정국을 설득했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나는 매일을 이렇게 불안하게 살아가니까, 오늘이 아니면 안될 것 같으니까, 정국아, 바다에 가자. 네가 그렇게 원하는 바다로 가자. 그렇게 말하자 전정국이 울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정국이 울었다. 그러자 나도 울었다. 정국아, 왜 울고그래··· 바다에 가자. 정국이가 하염없이 울었다.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여주야, 나 바다에 너무 가고 싶었어. 정국아, 나도 너랑 같이 바다에 가고 싶었어. 눈치없게 비가 온다. 너가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바다에 데려가고 싶었어. 나와 전정국은 병실 바닥에 주저앉아 그렇게 몇십분을 울었다.



전정국을 바다에 데려가면 이 모든게 끝날 것 같았다. 전정국의 아픔도, 고통도, 나의 외로움도. 전쟁같은 하루 하루를 바다에 가면 다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것이 평화롭게 끝을 맺을 것 같았다. 그의 오랜 소원을 이루면 모든 것이 끝이 날 것 같았다. 비가 왔고, 그는 아팠고, 우리는 결국 바다에 가지 못했다. 전정국은 누워서 계속해서 잠만 자버렸다. 나는 말라 비틀어진 백일홍을 드디어 처리했다. 땅에 묻을까 하다가 바람에 날려버렸다. 비어버린 화분에는 길에 핀 꽃 한송이를 심어 넣었다. 그리고 캔버스를 꺼냈다. 그림 지지리도 싫어하는 나지만 물감 푸른색을 잔뜩 짜 도화지에 이리저리 칠했다. 붉은 태양도 함께 그리고, 하얀 파도도 새겨넣었다. 무엇보다 작은 종이배 위의 소녀와 소년을 그렸다. 그가 꿈꾸던 바다는 이보다 크고 넓었을 테지만, 지금은 전정국이 너무 아프니까, 꼭 나으면, 그땐 더 커다란 바다에 같이 가자고 할 생각이었다.




-정국아, 일어나봐. 여기, 바다야.
-...진짜 바다네.
-우리 다 나으면 여기 갈까?
-...그러자, 여주야.
-그때는 비 안올거야. 너도 안 아플거야.
-...




내 속삭임에 전정국은 살그머니 눈을 감았다. 파아란 바다가 그의 세상에 펼쳐질테다. 정국아, 바다에 가자.







추천하기 8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석 작가님의 다른글 보기       전체보기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skwo0626  113일 전  
 슬프네요.... ㅠㅠ

 답글 0
  닉네임하나짓기도어렵네  115일 전  
 슬퍼여ㅠ

 닉네임하나짓기도어렵네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나는너의앙팡맨  115일 전  
 아 너무 슬픈데ㅠㅠ

 답글 0
  아그네시아  116일 전  
 아그네시아님께서 작가님에게 18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Ah  116일 전  
 Ah님께서 작가님에게 2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Ah  116일 전  
 슬퍼요ㅠㅠ

 Ah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잠자는초코모찌  116일 전  
 으어ㅠㅠ 필력이 어떻게 이렇게나 좋으실수 있죠ㅠㅠ 너무 좋습니다ㅠㅠ

 잠자는초코모찌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116일 전  
 슬프네요

 답글 0
  ♡으니으니♡  116일 전  
 후잉ㅠㅡㅠ슬프네여...
 잘 읽고 가요!❤

 답글 0
  롤리즈  116일 전  
 넘 좋아요♥

 답글 0

11 개 댓글 전체보기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