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에서의 하루였다. 그 조그마한 소녀는 고스란히 태형의 카메라에 찍혀 있었다. 그것이 둘의 첫 눈맞춤이었다. 태형은 어안이 벙벙한지 붉은색 호텔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꼬마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꼬마아이는 조심스럽게 태형을 올려다봤다. 꼭 아기 고양이처럼 눈망울이 동그랗던것이 어찌나 태형의 마음에 걸렸던지.
건너편에 붉은색 다리와 강이 눈에 띄여서 였을까. 갑작스런 바람때문이었을까. 태형은 처음 본 꼬마아이에게 말했다.
"꼬마야,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이러다 감기 걸릴라. 가족들은?"
"... ... ..."
그렇다. 여기는 워싱턴. 미국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의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한국인의 말은 이 조그마한 꼬마아이가 퍽이나 알아듣지 못할 언어였다.
"아... 어찌지..."
그렇다고 또 영어를 잘하는 태형이 아니었기에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때마침 쏟아지는 소나기에 태형은 더욱 난감해했다. 태형은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뻗어보았다. 굵은 빗줄기에 태형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졌다. 사진 몇 장을 건지려다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꼬마아이는 여전히 붉은 색의 호텔 앞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태형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베이지 색 코트를 벗어 꼬마아이에게 덮어주었다. 환한 미소를 띄며.
"비 맞지 마."
그렇게 비를 피하여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었을까. 소나기가 내 머리를 피해가는 기분이 들었다. 무지개색의 우산이 꼭 비가 그친 후의 진짜 일곱 빛의 무지개 같았다. 무지개 우산...?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뒤늦게 감지한 태형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태형의 목에 걸린 카메라의 렌즈가 반짝였다. 렌즈엔 긴 머리의 여성이 아까의 태형과 똑같은 환한 미소로 서있던 장면이 비춰졌다.
"그 꼬마아이는 무사히 엄마를 찾았어요. 아마 길을 잃었던것 같아요."
"누구세요...?"
"아까 꼬마아이한테 말했잖아요. 비 맞지 말라고. 저도 같은 마음이어서요."
태형은 곧이어 표정을 풀더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었다.
"고마워요."
태형이 환하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워싱턴 D.C에서의 하루였다.
그 카메라의 렌즈가 반짝였을때
난 심장의 박동수가 일정하지 않다는걸 인지했다.
그 짧은 순간에 난
하늘에 어여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나의 마음속에 평범했던 궤도가 틀어져버렸다.
오랜만에 느낀 설렘이었다.
워싱턴 D.C에서의 하루였다.
워싱턴D.C... 그냥 말이 쪼메 멋져서 써봤어요... 이상한 글로 여러분의 안구테러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