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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작당글]허여주는 늘 혼자였댄다 - W.현기
[작당글]허여주는 늘 혼자였댄다 - W.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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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한 글씨체로 공책에 끄적이고 있는 것은 일기였다. 하루의 일상을 간략하게 줄여 쓰는 일기. 다른 아이들과 별다를 바가 없는 평범한 일상을 끄적였다. 공을 들여 쓴 일기를 보며 웃었다. 나의 유년시절부터 써온 일기장들을 보며 괜한 뿌듯함을 느꼈다. 십 년을 넘긴 일기장은 낡아서 누렇게 변한 흔적들이 그득했지만, 하나의 추억이었다. 찌뿌둥한 몸에 기지개를 쭉 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공원으로 들뜬 걸음을 재촉했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 하얀 입김을 불며 눈싸움하면 재밌는데. 나는 그 눈싸움을 같이 할 친구도 없네. 울적해지는 마음에 활력소를 불어 넣으려 눈을 뭉쳐서 그 뭉치를 쌓인 눈 위로 굴렸다. 혼자서 열심히 눈덩이를 굴려서 크진 않지만 눈사람을 만들었다. 으슬으슬 떨려오는 몸을 웅크리고 눈사람을 카메라에 담아 찍었다. 예쁜 풍경이었다. 눈사람 위로 내리는 함박눈과 낙엽 하나 없는 나무에 얼어버린 연못, 거기에 조금은 밝은 하늘.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은 없었다.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무거운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낑낑거렸다. 감기라도 걸린 것인지 덜덜 떨려오는 몸뚱어리가 애석하기만 하다. 책상에 앉아 일기장을 펼쳤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지난 추억들에 미소를 잔뜩 그렸다. 연필을 쥐어 잡고, 볼품없는 하루를 끄적여냈다. 몽글몽글 밀려오는 잠을 버티며 꾸역꾸역 오늘 있던 소중한 추억들을 일기장에 써 내려갔다. 뜨거운 입김이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졌다. 흐물거리는 몸이 버티질 못하고 책상 위로 축 늘어졌다. 혼자인 것도 서글퍼 죽겠는데, 이 몸뚱어리가 아파서 더 서러웠다. 물밀듯 밀려오는 잠결은 내기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서 썩 좋지 않았다. 밀려오는 쓸쓸함이 차가운 마음을 더 시리게 만들었다.









벌써 세월이 흘러서 벚꽃이 만개했다. 창밖을 내려다보면 벌써부터 분홍빛의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일교차가 심한 봄인지라 가디건을 가볍게 걸치고 공원으로 나왔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어린아이같이 기분이 붕붕 떴다면, 분홍색 꽃잎이 떨어지는 봄에는 짝사랑하는 소녀처럼 설레었다. 화기애애한 사람들을 보면서 홀로 산책로를 걸었다. 벚꽃 진짜 예쁘다. 볼 터치 한 듯이 발그레한 볼로 유난히 벚꽃이 많이 핀 나무를 카메라에 담았다. 시린 마음을 봄이 다가와 녹여주는 것 같았다. 연한 하늘색으로 칠한 듯한 하늘에 몽실몽실 떠다니는 구름은 새콤한 과즙을 삼킨듯한 미소를 머금게 해줬다. 황홀함에 빠질 정도로 무척이나 예뻤다. 사람들이 괜히 봄을 찾는 게 아니란 걸 뼈저리게 알려주는 날씨였다. 따스한 봄은 차갑게 얼은 내 마음을 녹이기 충분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땐 습관처럼 책상에 앉아 일기장을 꺼냈다. 사소한 추억 하나하나 놓치기 싫어서였다.









분홍색으로 예쁘게 물들여져 있던 나무는 푸른색으로 어느새 물들여져 있었다. 세월은 기다리지 않고 흘러가버려서, 흘러가는 시간이 금 같았다. 매미가 시끄럽게 울리는 여름이었고, 오랜만에 바닷가로 붕 뜬 기분을 안고 향했다.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모래사장과 파도가 만나는 경계선에 서서 어린애 마냥 파도가 밀려오면, 빠지면 죽는다는 신념으로 도망쳤다. 파도가 물러서면 얄미운 웃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다가갔다. 알록달록한 파라솔 아래에 돗자리를 깔았다. 에메랄드빛인 바다는 무척 예뻤다. 바다와 파라솔을 카메라에 담았다. 갈메기가 우는 바닷가에서 예쁜 추억 하나를 남기고 이제 훠이훠이 떠나야지. 버스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 집으로 달렸다. 어린아이처럼 창밖으로 손도 뻗어보고 얼굴도 내밀어보았다. 책상에 앉아서 일기를 쓰면 절로 떠오르는 시원하게 보낸 추억이 웃음꽃을 피우게 만든다. 추억 하나하나가 보물단지처럼 소중하고 귀중해서 쌓아논 일기장만 몇 십장인지. 성실하게 하루에 한 번씩 일기는 꼭 끄적였다. 먼 미래에 일기를 보며 피식할 내 모습을 떠올리는 게 좋았으니까.









하늘이 높아진 쌀쌀한 가을이 어느덧 밀려 들어왔다. 그 파릇하던 푸른 잎들은 붉은색으로 물둘여진 단풍잎이 되어버렸다. 봄보다 쌀쌀한 가을에 코트를 걸치고 공원으로 나왔다. 한 손에는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또다시 다가올 겨울을 기대하며 봄일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지닌 산책로를 걸었다. 겨울은 아이같이 신나고, 봄은 짝사랑을 하는 듯이 설레고, 여름에도 마냥 신났는데, 가을은 성숙해지는 기분이었다. 지난 계절들은 마냥 둥둥 뜨는 기분들이었는데, 가을은 차분해지기만 했다. 선명한 적색을 띄는 단풍잎들이 좋았다. 벤치 위에 쌓이는 단풍잎, 그 옆에는 단풍잎을 흩뿌리는 나무가 예뻐서 카메라에 담았다.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예쁜 단풍잎을 주워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일기장 사이에 낄 책갈피로 사용하기 좋았다. 일기장에는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기록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한껏 쏟아 올랐다.









일기장은 어느새 사계절에 있던 모든 추억들이 그득하게 담겨서 끝자락으로 다다르고 있었다. 쓸 공간이 없는 일기장을 펼쳤다. 다 하나같이 소중하고 아름답기만 한 추억들이고, 소중한 기억들이었다. 해가 떨어진 밤에 하늘 높이 떠다니는 저 달이 달빛을 뿜어내며 날 위로했다. 사계를 나 홀로 외로이 보내서, 지난 1년을 외로이 보내서 우울한 내 마음을 홀로 떠있는 저 달이 날 보듬어주었다. 별들은 다 이리저리 친구를 맺고 있는데 저 달은 혼자 덩그러니 있어서, 저 달은 혼자인 나에게 동정심을 보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네. 꽤나 처량했던 내 모습들이 듬성듬성 떠오르기 시작했다. 눈이 쌓여있어도 놀지 못했고, 벚꽃이 활짝 피어도 같이 데이트할 사람이 없었고, 바닷가를 놀러 갔지만 같이 놀아준 사람이 없었다. 동정심이 안 드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아무리 이 고독함에서 벗어날려고 발버둥쳐도 다시 그자리일 뿐이었다. 새벽달을 전등 삼아 예전에 끄적인 일기장들을 꺼내 읽었다. 슬프고, 기쁘고, 재밌고, 아름답던 추억들을 나 홀로 보낸 기록들이 오늘따라 왜 이리 처참한지 모르겠다. 유년시절부터 늘 혼자였던 수많은 기록들이 오늘따라 슬프게 다가왔다.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는 일기장을 덮었다. 창밖에서는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몸을 따스히 녹이며, 저번 년도의 일기장을 펼치는 허여주의 모습은 쓸쓸하기 짝없었다.




사계 내내 외로이 지내던 허여주는 늘 혼자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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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뷰라해  40일 전  
 작당축하드려요! 건필하세요♡♡ 글이 참 좋아요 ♡♡

 답글 0
  |클로리스|  58일 전  
 헐? 이글이 현기님 글이었다니... 작도란에서 엄청 봤던 작품인데..!
 이제 찾아와서 죄샴다ㅜ 글 너무 이뻐요ㅜㅜ! 묘사도 대박입니다..!♡

 |클로리스|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2
  흑망갱  103일 전  
 작당 축하드립니다:)

 흑망갱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윤라스틱  113일 전  
 작도때 한번 봤는데 그냥 와 이분은 될분이다, 하고는 그냥
 넘겨버렸는데 이렇게 하나의 작품으로 보게되고 또한번
 읽게되니까 은근히 색다른 느낌이려나...? 사실 묘사글은
 진짜 안좋아해서 그냥 넘겨버렸는데 이 글은

 윤라스틱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2
  ♡으니으니♡  115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으니으니♡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3
  전부님  115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

 전부님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김비선  115일 전  
 직딩 축하드려요!!!앞으로 건필하시길 빌게요!!!!!♡♡♡♡

 김비선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말랑전구  115일 전  
 말랑전구님께서 작가님에게 1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제인•_•  116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제인•_•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치미요정❣  116일 전  
 축하드립니다아!!!!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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