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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내게도 봄이 올까요 - W.설비율
내게도 봄이 올까요 - W.설비율



내게도 봄이 올까요?





W.설비율






"너를 만난 날부터 그리움이 생겼다."




너의 목소리가 교실을 울릴때 마다




"외로움뿐이던 삶에 사랑이란 이름이
따듯한 시선이 찾아 들어와 마음에 둥지를 틀었다"




새싹이 돋아나고 부드러운 햇살이

내 머리를 쓰다듬을 것만 같은



"나의 눈동자가 너를 향하여 초점을 잡았다."




하지만 나에겐 기약 없는




"혼자만으로 어이할 수 없었던 고독의 시간들이
사랑을 나누는 시간들이 되었다"




하지만, 너와 그 속에서 함께 하고픈



"너는 내 마음의 유리창을 두드렸다"



봄이 올것만 같다.




"나는 열고 말았다"



내게도 봄이 올 수 있을까?





*




기억하고 싶지 않아 기억창고 저편으로 밀어넣고서

애써 꺼내지 않으려 해 얼마나 흘렀는지는 정확히 체감되지 않았다.

아마... 2년 전부터 였을 것이다.

그토록 재잘거리기 좋아하던 내가,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



"ㅇㅇ야...."

"응?"

"저.... 할 말 있어서 그러는데...."



마치고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비극은 어느 시점부터 시작되었을까?

평소 내 눈길을 끌던 김준기가 점심시간에 나를 찾아왔다.

수줍은 미소에 홀라당 넘어간 그 때부터 였을까?

열여섯, 한창 사춘기를 정면으로 맞닥뜨려

이성에 관해서는 눈에 불을 지필 시기였다.


평소 관심이 가던 김준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를 보이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꿈에도 모른 채

바보같이 학교 정규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담임의 종례가 떨어지자마자

혹여 기다리게 하지 않을까 조바심에 부리나케 달려

김준기가 기다린다던 구관 음악실로 향해 가서

미닫이 문을 힘차게 밀었다.



"왔어?"



순진하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는 김준기의 얼굴에

환하게 웃던 것도 잠시,

그의 뒷편에서서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

아이 무리를 보고 직감했다.


아아.... 무엇인가 잘 못되었다.



"그만... 흐으.... 그만해...."

"뭘 그만해, 좋아? ㅇㅇ야 좋아?"

“와, 표정봐 진짜. 개쩐다”

“제발.....그만...”



해가 져서도 악몽은 끝날 줄을 몰랐다.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애처롭게 빌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부탁을 묵인 했고

종국에는 목이 상할대로 상했는지 목소리 조차 나오지 않았다.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제일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웠던 것은

더 이상 감각이 없는 말 못할 곳 보다,

도망치려 바닥을 긁어대다 피 범벅이 된 손가락 보다,

그 끔찍한 곳에서 필사적으로 도피하려는

내 모습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고있던 김준기의 얼굴이었다.

어렸던 나는 3명의 짐승들을 여린 몸으로 견뎌내었다.


중학교 3학년, 나는 성폭행을 당했다.




*



세상은 불공평했다.

피해자임에도 나의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부모에게 무릎을 꿇었고,

나는 피해자임에도 나는 도망치듯 이사를, 전학을 왔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법한 큰 후유증은 없었다.

예를 들어 남자만 보면 식겁해서 줄행량을 친다던가,

혹은 멈추지 못 할 자해를 한다던가 등등

하지만 햇빛이 사라진 꽃은 시들기 마련이다.


그 뒤, 나는 만들어진 벙어리가 되었다.




"야 벙어리"



알게모르게 나를 도와주는 남자애가 있다.

휴식도 없이 고등학교로 진학 후

2년동안 묵묵히 내 뒤에서 이것 저것 챙겨주었는데

그 사실에 대해 내가 눈치를 못 채는 줄 아나보다.

저 나름대로 몰래 몰래 움직이는게 퍽 귀엽기도 했다.




"의사가 너보고 상담실로 오래."



요즘들어 그 아이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면

나는 알수없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오늘은 무슨 이야길 해볼까?"



평일 오후 5시.

정규수업이 끝나고 상담실에서의 치료.

매번 반복되는 의사의 질문에



"오늘 문학시간에 석진이가 시를 읽었어요"



나는 너의 이야기를 반복한다.



"그 목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그래?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을까?"

“뭐랄까..”


말 끝을 길게 흘리는 내가 답답할 법도 한데

내 담당 주치의인 의사는 조용히 나를 기다려주었다.



"봄.. 그래, 봄 같았어요"



언젠가 너와 따뜻한 봄을 거닐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꾼다.

아아, 어리석은 꿈일까?




*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상담치료가 끝난 후

무거운 화구박스를 들고

미술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을 때 였다.



"야 벙어리"



혹여나 꽤 나가는 무게에 자칫 잘못해서

화구박스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내 두손에 들려진 화구박스에 시선을 두고 걷다

너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내가 앞 보고 걸으랬지, 넘어진다고."

"......."

"왜 이제 와. 문까지 열어놨는데"




제 손에 열쇠를 흔들어보이며 웃어보이는 너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너와 나란히 앉아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미술실에서

오늘도 다름없이 봄을 그렸다.




"맨날 이런거만 그리냐?"



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너를 물그러미 쳐다보았다.

아마 자신이 보기엔 뭔지 모를

추상화 아닌 추상화가 이해되지 않는 듯했다.

치료 목적으로 시작한 미술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더 이상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던 내가,

너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으니.




"요 입은 언제 열릴까?"



시선을 마주한 것도 잠시,

다시 고개를 돌려 그림을 그리자

내 입술을 검지로 툭툭 치며 너는 투덜거렸다.

주치의인 김남준이 그랬었다.

김석진이 자신의 동생이라고.

그리고 석진이 너에게 그 때 그 일을 말하셨다고, 직접.

물론 미안하다는 진심이 담긴 사과와 함께 말이다.


내 인생의 봄을 송두리 째 도려내 가버린 시간이었다.

지금은 석진에게 그 일을 말한 남준의

깊은 뜻이 이해가 되었었지만 그 당시엔

들키고 싶지 않았던 치부를 너에게 보였다는 것에 화가나

한동안 내 나름대로의 투쟁을 했었다.

등교는 물론,

상담도 거부했고 수면제를 꾸역꾸역 삼키며 잠만 잤다.


그렇게 2주일 정도 흘렀을까.

저녁에 잠에서 깬 내 옆엔 니가 앉아있었다.

나중에 들은 엄마 말론 너는 정규수업이 끝난 시간에

야자도 재치고 우리집을 초인종을 다급히 눌렸더랬다.



`미안.. 미안해. 내가 생각이 너무 짧았어`

`.......`

`내가 쫄랐어, 알고싶어서`

`.......`

`그냥... 니 모든 걸 알고 싶었어`

`.......`

`모르는 척 할게`



너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었다.



`그러니까 그만 자, 응?`



그 말을 들은 후 나의 반항은 거짓말 같이 그쳤었다지.

김석진의 얼굴을 바라본 채하던 회상을 멈추고

초점을 찾은 눈으로 그의 눈을 마주했다.

괜히 처음 듣는 내 목소리에 혹여나 실망할까 싶어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침을 삼키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윽고, 김석진의 앞에서 내 입술이 열렸다.



"내가 뭘 그리면 좋겠는데?"



내 목소리를 처음들은 너의 표정은

가히 표현할 수 없는 얼굴였다.









".. 너"



김남준의 앞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부모님께도 열지 않았고

오로지 치료시간에만 열었던 입이었다.



"신기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눈을 꿈뻑거리며 나를 바라보는게 다였다.




"언젠 말하라더니"

“.......”

“.......”

"야, 너.."



한참이 지나서야 들리는 니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이젤로 시선을 돌려 손을 놀렸다.



"너..”



내 턱을 부드럽게 잡고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린 김석진이 한 말은



"말 잘한다"



고작 저거였다.

내 나름 큰 용기를 내서 한 일인데,

막상 그의 반응이 저러니 힘이 빠져있기를 잠시,



"ㅇㅇ야"

"....."

"내 이름"

"......"

"불러줘, 응?"



턱에서 손을 옮겨 내 볼을 부드럽게 감싼 니가

속삭이듯 말했다.

뱃속에서부터 간질거리는 느낌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소리를 내뱉었다.



"김석진"

"........."

"석진아"



하고, 꽤나 오래전부터 불러보고 싶던 그 이름을

나즈막히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아."

"..."

"ㅇㅇㅇ"



벅차오르는 감정을 꾹 누르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너도 내 이름을 불렀다.













“고마워”

“.......”

“진짜 고마워”



그리고 우리는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었다.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끔찍함과 공포가 아니었다.

내 마음을 간질거리는 기분 좋은,

따뜻한 온실 속을 둥둥 떠다니는 그런 기분이었다.


내 인생에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왔다,

너와 함께.

그리고 난 미리 준비한 듯 그 봄을 맞이했다.

너의 손을 꼭 잡은 채.




당신에게도 봄이 왔나요?








*




ㅎㅎ.. 놀랍게도 이 글은 저 마지막 움짤에 의해 탄생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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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아그네시아  9일 전  
 아그네시아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강하루  9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