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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3.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03.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우리, 사랑할 시간
::나무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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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할만해?”
“응. 개인별로 이야기 하려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단체 이야기방이 되더라고요.”
“네가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그래. 다른 걱정 말고 잘 해봐. 서울 공연 때 와서 어떻게 돌아가는 지 확인하고. 근데 너 해외 가지고 나갈 옷은 있냐?”
“옷이 왜 없어. 오늘 입고 온 것도 옷인데.”
“으이구··· 네가 뭐 얼마나 옷이 있다고. 삼촌이 용돈 줄테니까 옷 좀 사.”
“왜 이래 삼촌, 그동안 쓸 일 없어 쌓여있는 월급 있어.”
“삼촌이니까 주지. 아저씨면 줘?”


태준은 미리 챙겨놨다는 듯 봉투를 꺼내서 내밀었다.


“아날로그식이네. 무슨 봉투 씩이나.”
“제대로 준다는 생색내려고 그런다. 네가 부담스러울 만큼 많이 넣지는 않았지만 부족하게 넣지도 않았어. 필요한 것들 사. 햇빛도 좀 쬐면서 돌아다니고.”
“누가 요새 돌아다녀. 귀찮게. 인터넷으로 사면 되지.”
“말은 잘한다.”


이안은 두 손을 내밀어 장난치듯 넙죽 고개를 숙여 받았다.


“고맙습니다!”


태준의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시켜 점심을 먹으며 그동안 못다 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우리, 사랑할 시간










약속시간 보다 20분이나 빨리 왔는데도 최교수는 벌써 장소에 나와 있었고 어떤 문건을 살펴보고 있었다.


“교수님”
“어, 왔어?”
“네, 일찍 오셨네요. 차 아직 안 드셨죠? 뭐 드실래요?”
“내가 살게. 실업자한테 얻어먹으면 안 되지.”
“그정도 돈은 있어요 교수님.”


이안은 최교수에게 메뉴를 듣고 주문을 끝내고 와 앞에 앉았다. 이안의 마음은 다소 긴장이 되어 있었는데 최교수는 변함없이 밝고 씩씩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돌려서 묻지 않으마. 놀거야? 연호한테 들었지만 사실인가 싶어 묻는 거야.”
“일단은 할 일이 생겼어요 교수님.”


이안은 앞으로 하게 된 일에 대해 최대한 간단히 설명했다.


“음··· 우선은 굶을 일은 없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하하하.”
“아, 교수님, 커피 가지고 올게요.”

 
 이안은 울리는 진동벨을 들고 일어났다. 최교수는 걸어가는 이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안은 친구인 박교수가 보내주는 파견 전공의들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왔었다. 대개 하루 정도 지나면 앞으로 몇 개월간은 이렇게 지내야 하는구나 싶어 낯빛이 어두워지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안은 그런 것도 없이 전문의가 부족해 전공의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도와주곤 했었다.


 그런 이안의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되었던 건 교통사고로 인한 복강내출혈로 수술을 받았던 어린 환아가 중환자실에서 심정지가 왔던 날이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의료진이 달려들어 아이를 살리느라 급박한 와중에 최교수는 낯빛이 하얗게 질린 채 꼼짝도 못하고 있는 이안을 발견했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지만 끝내 아이는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고, 다른 전문의가 간호사들과 이안에게 뒤처리를 맡기려 할 때 최교수는 재빨리 자신이 나서 이안을 급히 떠오르는 대로 다른 일을 시켜 그 자리를 벗어나게 했었다. 절대 도와줄 수 없는 상태였음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때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가 저녁 즈음 이안을 찾다 보이질 않아 쉴 겸 돌아간 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안을 발견했다.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야?”
“한 30분 정도 됐습니다.”

 
최교수는 서류더미로 둘러 쌓여있는 책상으로 가 의자에 앉아 이안을 바라보았다. 아까보다 진정은 되어 보였으나 아직도 몸이 긴장으로 굳어 있는 듯 보였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전 여기에 적합한 것 같지 않아요. 그만 학교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일단은 들어봐야 할 것 같아 물었다.

 
“어떤 점이 적합하지 않다는 거지?”
“전···”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안을 최교수는 기다려주었다. 그 오랜 침묵을 깨고 이안이 고개를 들어 자신이 오랫동안 꾸고 있는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 사랑할 시간










“교수님, 맛있게 드십시오.”


기억에서 돌아와 이안이 자신 앞에 놓은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그래, 잘 마실게.”


달달했다. 이안은 자신의 커피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얌마, 근데 이건 좀 심하게 달다.”
“왜요, 일상이 쓴 일만 가득해서 달달한 걸 가슴에 부어줘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 고맙다 이놈아.”


이안은 커피를 마시는 최교수를 바라보다 탁자에 컵을 내려놓는 타이밍에 맞춰 아까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6개월 정도 다녀올 것 같아요. 교수님께는··· 죄송합니다.”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건 사실이지만 그 말 들으러 온 건 아니야. 잘 지내나 싶어 아끼는 제자놈 보러 온 거지. 네가 안 오니까.”
“죄송해요···.”
“됐어 이놈아. 잘 다녀오기나 해. 그나저나 네가 따라 나간다는 팀이 방탄소년단이란 말이지?”
“아세요?”
“그럼, 우리 병원 간호사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구.”
“저도 얼마 전에 알았는데 교수님 트렌디 하시네요.”
“네가 너무 뒤처져 있는 거야. 난 노래도 알아.”


언제나 부족한 잠으로 인해 눈밑이 거뭇한 최교수가 그 눈가에 주름지으며 웃어 보였다.


“연호가 가서 교수님 도와드릴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진짜 그래요 교수님.”
“응, 우리 입장에서도 고맙지. 박교수가 파견 보내준 수련의 중에서 너희 둘이 가장 탐나는 인재였거든. 박교수는 아들내미 펠로우로 보내는 것 까진 원하지 않았을텐데··· 하하하”
“네···.”


다시 고개 숙여지는 이안의 이마를 최교수는 딱밤 때리듯이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


“그래 이놈아, 솔직히 너와 연호 둘 다 내 곁에 두고 수련시켜서 내 이후로도 끊임없이 이 일이 이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 그런 사람들이 부족하고, 부족해서 늘 사람이 귀하니까 여기 오면서도 널 설득시킬 수 있는 말이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닌걸 알고 있어. 그러니 가서 시간 충분히 가지고 네가 계속 해야 할 의미, 반드시 찾아.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 아니어도 같은 외과의로서 네가 훌륭한 써전이 되기를 바라고, 의사가 되고자 했던 동기가 무엇이었던 간에 그걸 선택하고 여기까지 온건 너의 의지니까. 알겠냐?”





최교수와 헤어져 집으로 가는 버스에 앉아 창에 머리를 기대고 밖을 바라보았다.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그래도 뭔가 해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안고 최교수의 방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날의 일들이 떠올랐다.





아이는 가느다란 숨을 간신히 호흡기와 여러 가지 기계들에 의존해 이어가고 있었다. 이안은 아이의 작은 손을 바라보다 안쓰러워 힘없이 펴져있는 그 손을 잡아주었는데 아이가 아주 미약한 힘으로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살짝 쥐는 것이 느껴졌고, 혹시 하는 희망으로 아이를 살펴보려 할 때, 시끄러운 기계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말이 터지지 않고 있는 이안을 대신해 곁에 있던 간호사가 소리쳤다.


“선생님! 심정지 왔어요!!!”


주위에 있던 의료진이 달려와 꺼져가는 아이의 생명을 되찾아오려 모든 노력을 다하기 시작했고, 이안은 쓸모없는 물건처럼 뒤로 밀려나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꼼짝없이 서 있었다.  


“안 선생, 밖에 부모님 계실거야. 오시라고 해.”


다른 선생님의 말에 멍하니 바라보는데 최교수가 나섰다.


“아니다, 내가 할테니 너 외래과에 연락해서 오후 진료 좀 미룬다고 알려라.”


이안은 대답하고 빠르게 그 자리에서 벗어나 건물 뒤에 있는 나무 아래 의자에 가서 털썩 떨어지듯 앉았다. 그 기계음을 따라 요동치던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자신의 손에서 느껴졌던 것은 그 어린 생명이 마지막으로 모은 살고자 했던 의지였던 것 같아, 그럼에도 그 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이었기에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최교수에게 말하기 위해 방을 찾아 갔지만 아무도 없었고 이안은 의자에 앉아 가만히 방을 빙 둘러 보았다. 최교수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런 방이었다. 숱하게 그런 상황들을 겪으실텐데···. 이안은 최교수에게 묻고 싶어졌다. 무엇이 당신을 이 길로 이끌었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냐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부터 여기 있던거야?”

 
이안은 시계를 보았다.

 
“한 30분 정도 됐습니다.”


이안은 이 방에 오기 전부터 생각했던 하고자 했던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전 여기에 적합한 것 같지 않아요. 그만 학교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어떤 점이 적합하지 않다는 거지?”
“전···.”


망설여졌다. 모자란 놈, 덜떨어진 놈 등의 욕을 먹고 쫓아내져야 하는 것이 바라는 바였지만 최교수에게 그런 놈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 와 그를 바라보며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었고, 가끔 아빠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남겨지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면 조금 마음이 가벼워 질 수 있을까, 이 사람이라면···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교수님, 교수님도 제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거 알고 계시죠.”
“응, 들었지. 그리고 예전에 학회에서 몇 번 뵌 적도 있고.”
“그 사고를 어떻게 알고 계세요?”
“··· 교통사고로 들었어. 철근을 실은 트럭이 차량을 덮쳤고, 넌 밖에 있어서 무사했다고.”


이안은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가다듬고도 잠시 더 숨을 멈춘 듯이 있었다. 최교수는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가게에서 음료수를 샀어요. 아빠는 차 안에서 통화중이셨고 밖에는 저 말고도 어떤 꼬마 아이도 있었어요. 그 아이 아빠도 밖에 있었는데 트럭이 커브길을 돌다 균형을 잃고 쓰러져서 아빠도 아이도 그 아이 아빠도 덮쳤어요. 아빠에게 갔을 때 심하게 다쳐 계셨는데 아빠는···”


바보같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꾹 참았다.


“저더러 아이에게 가보라고 하셨어요. 가보니 보이는 부상보다 심각해 보였던건 머리에서 나고 있는 출혈이었고 곧바로 지혈을 시작했는데 아빠 역시 위험한 상황이라··· 전 아이를 두고 아빠에게 가고 싶었어요. 끝내 그렇게 하지 못했고 끝내 아빠를 잃었지만 만약 아이를 두고 아빠에게 갔다면 아빠는 절 용서하지 않으셨을 거에요."
"··· ···"
" 아빠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의사이셨어요···. 근데 전 그날 이후, 악몽처럼 그 꿈을 가끔 꿔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그날의 저는 꿈 속에서조차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한동안 꾸지 않았었는데 요새 들어 또 가끔 그 꿈을 꿔요 교수님. 그 꿈처럼 여기서의 저는··· 정말로 의사가 필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울컥 넘어오는 울음을 끝내 토해내지 않고 목구멍으로 넘겼다.


“마지막까지 의사이셨던 아빠 앞에서 아이를 살리는 것보다 아빠한테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지만 생각했어요 교수님. 몇 번이고 손을 떼고 싶었어요. 정말로요. 그런 제가··· 늘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무얼 더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이야기 했지만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 고통스런 기억이 후벼파지는 상처처럼 아플 뿐이었다. 다만 말하고 싶었다. 이 기억을 조심스럽게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다. 혼자만 기억하기엔 너무나 외롭고 벅찼다.


최교수는 죄지은 듯 고개 숙이고 있는 이안에게 다가가 그 앞 테이블에 앉고는 불렀다.



“이안아.”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볼 때 최교수는 손바닥으로 톡톡 이안의 머리를 괜찮다는 듯 두드렸다.


“그 상황에서 네가 한 생각, 행동, 어느 것도 잘못된 건 없어.”


최교수는 팔짱을 끼고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안이안 레지던트 선생.”
“네···.”
“자네 아직 의사 아니야, 여기에서는.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환자의 생명을 붙잡기도 하고 놓치기도 하는 그곳까지 가는게 그리 쉬운줄 알아? 넌 뭔가를 감당할 자격도 없어 아직은. 그렇게 자신을 과대평가 하지마. 그리고”


방송으로 최교수를 찾는 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또 응급환자가 온 모양이었다.


“가자. 가서 선생님들 도와드려.”


이안은 일어나 걸음이 빨라진 최교수 뒤를 쫓아가며 뒤에서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한 최교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넌 아직 뭣도 아냐. 징징대지 마. 아직 그럴 주제도 못되는게 그에 어울리지도 않는 책임감 같은 거 핑계대며 도망가지 마.


그날 이후로 그 꿈은 점차 잦아 들었다. 그곳에서의 남은 파견 기간 동안, 그리고 이후의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도 그 말을 되새기며 최선을 다했다.










우리, 사랑할 시간










자신이 내릴 정류장의 이름이 버스 안내방송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안은 정류장에 내려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시원한 맥주를 사들고 나와 간이 의자에 앉아 마셨다. 차가운 맥주가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남은걸 마저 마시려 하는데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고 확인해보니 최교수였다. 문자를 확인하는 이안의 얼굴 위로 작은 미소가 번졌다.


‘토끼같은 제자야, 나무 그늘에서 잘 쉬다 찾아와라. 난 쉼없이 느리지만 열심히 걸어 가고 있을테니까. 다 쉬고 나면 내가 있는 곳까지 열심히 뛰어와.’


이안은 그 문자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안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 같았다. 전철로 가면서 공연을 보러 가는 듯한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는데 분위기가 마치 월드컵 한일전을 앞둔 열기와도 같았다. 전철에 내리니 온통 콘서트 공연 홍보 사진으로 주변이 도배되어 있었고 그 사진들은 출입구 끝까지, 다시 출입구서부터 공연장까지 이어져 있어 마치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가는 것 같은 흥분감이 느껴졌다.


미리 받은 직원 신분증을 목에 걸고 들어갔다. 멤버들은 보이지 않았고 몹시도 분주해 보이는 스태프들만이 보였다.


“어, 언니.”


소정이었다.


“안녕, 다들 바빠 보인다. 아직 시간 남은거 아냐?”
“공연 시간은 그런데 우리야 바쁘죠. 미리 준비해야 하니까. 저쪽으로 가시면 케어팀 있어요. 나중에 봐요 언니.”


소정은 양팔에 옷가지들을 잔뜩 들고 다른 사람들과 어딘가로 가버렸고, 소정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 문을 열어보니 같은 색 신분증을 목에 걸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왔어요?”
“네, 안녕하세요.”


이안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케어팀장은 팀원들과 필요한 사항을 체크해 보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는 이안에게 다가왔다.


“지난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스태프들은 보통 한국 공연에서는 크게 문제 될 거 없어요. 간혹 무대설치 팀이나 백댄서들이 살짝 다칠 때가 있긴 한데 그것도 거의 없는 일이라. 만일 멤버들 관리하는 일에서 필요할 때 있으면 도와주시면 될 거 같아요.”


케어팀장은 잠시 한 박자 쉰 다음 말을 이었다.


“아직 하는 일이 낯설죠?”
“낯설긴 한데 그냥 재밌어요.”


이안은 웃어보였다. 요새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며 웃을 일이 많아진 것 같았다.


“하다 보면 익숙해 질테니 오늘, 내일은 그냥 마음 편히 즐겨요. 우리 컨디션 케어팀은 서울 공연에선 프리하니까.”


그는 손으로 오케이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웃었다.


“네, 팀장님. 앞으로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케어팀장은 방밖으로 나갔고 이안은 남아 있는 사람들과 하는 일들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들었다. 밖에서는 음악 소리와 무언가를 지시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기계음으로 울리고 있었고 공연 시작 전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 이안은 공연장 안쪽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 밖으로 나가 무대에서 멤버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안은 의자에 잠시 앉아 보고 있었는데 이안을 발견한 지민이 양팔을 휘저으며 인사를 해주었고 이안도 손 흔들어 답해 주었다. 얼굴 익힌 다른 멤버들도 고개 숙여 간단히 인사를 했다. 멈췄던 음악이 다시 시작되고 심장까지 때리는 듯한 음량의 음악에 맞춰 연습을 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는데 주머니 속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 갔냐?
“잠깐만, 이따 내가 다시 전화할게.”


연호였다. 그러나 음악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아 이안은 공연장 안쪽으로 들어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응, 다시 말해봐.”
- 공연장에 갔냐고.
“응, 왔어. 공연 시간까지는 아직 남았고.”
- 연수가 너 밉다고 전해달래.
“어쩌냐··· 진짜 미안하다고 전해줘. 그때 말한 사람들이 이 사람들인지 몰랐어. 그리고 그 표 구하기 어렵다는데 어떻게 이제 들어간 내가 달라고 하냐, 눈치없게. 다음에 내가 싸인 받아다 준다고 해. 그건 해달라고 할 수 있을 듯. 그건 그렇고, 할만해?”
- 그럼, 너나 잘 하고 있어. 삼촌 빽이라는 소리 안 듣게. 힘들면 전화해. 이 오빠가 더 힘들게 지내고 있을 테니까 위로해줄게. 아, 내가 하는 말은 배부른 소리구나··· 할 수 있을거야.
“알아, 더 힘들거란거.”
- 왜이래? 다큐로 가지마. 머리 아프다. 잠시 시간 나서 전화해 본거야.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알았어? 하지 말라는거 하지 말고.
“내가 애냐?”
- 이 오빠 눈엔 넌 애다.
“쉴 수 있을 때 쉬기나 하셔. 끝나고 톡 남길 게.”
- 알았다.




본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밖에서 울리는 소리를 라이브로 들으며 다른 스탭들과 안쪽에서 모니터로 공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언니, 나가서 보실래요?”


소정이 옆에 같이 앉아 있다 물었다.


“아냐, 대기해야지. 난 스탭들 봐야 하니까.”
“언니, 괜찮아요. 그리고 핸드폰 있잖아요.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소정은 일어서 이안을 바라보더니 가자는 듯한 고갯짓을 보였다.


“다녀와요 이안 씨. 괜찮다니까.”


팀장이 거들어 말해주었고, 그제야 안심한 듯 이안은 소정을 따라 나섰다. 무대 옆, 관계자들만 다가갈 수 있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안은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멤버들이 관객을 바라보는 시각의 위치에서 본 객석은 모두 별이었다.



까만 밤하늘 은하수처럼 펼쳐져 있는 별의 물결이 큰 소리의 음악에 묻히지 않는 그 외침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그들의 별인 멤버들은 모든 열정을 다해 춤을 추며 노래하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구나, 별빛처럼 쏟아지는 사랑을 온몸으로 받으며 저렇게 열정으로 답하고 있는 거구나.


이안은 그 별빛 물결을 보며 정말로 새로운 시작이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될까? 아니, 찾고 있는건지 어쩐건지조차 모르겠는 ‘나’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될까?


이안은 평생을 두고 이 광경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윤동주의 시처럼 바람과 별과 시와 같은 음악이 존재하는 이 시간, 마음속에 가둬져 있던 깃털 하나가 미풍에 살풋 살풋 바람 타고 올라가는 것 같은 마법과도 같은 이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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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로징2  14일 전  
 멋있다

 답글 0
  망개조아  29일 전  
 이안도 아버지를 닮은것같애

 답글 0
  또로록  41일 전  
 글이 너무 예뻐요ㅠㅠㅠ힐링 되는 느끼무ㅠㅠ

 또로록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채소ㅋ  44일 전  
 허억 헉 이 글 보고 너무 좋아서 호흡곤란 왔어요 허억 헉헉,,,,

 채소ㅋ님께 댓글 로또 1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수수까아저씨  63일 전  
 작가님
  글은짱이에요
 저는 작가님에게 첫글에 반했어요

 답글 1
  『폐뮤늉』슙슙  93일 전  
 진짜아 금손이시라구여ㅠㅜ

 답글 1
  HR^^아미  98일 전  
 글이 너무 예뻐여ㅠㅠㅠㅠㅠ

 답글 1
  lucy8  102일 전  
 와 작가님 글 진짜...너무 잘 쓰세요ㅠ

 lucy8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구당신  102일 전  
 진짜 해늘 님은 필력 짱이에요 정말루...♥♥♥♥♥

 답글 1
  깜찍아아  103일 전  
 작가님~임 아프신데... 아름다운 글을 써주셔서
 애정합니다아❤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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