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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불구 - W.영웅박하
불구 - W.영웅박하


Trigger warning 혐오단어 폭력 있습니다
작품배경은 2008년입니다







양지바르고 싹싹하고 공부도 잘하고 사교성이 좋으며 사제 간의 관계가 좋은 애들이 영악하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몽타주가 의외로 평범하거나 호감형인 것처럼.

우리 반 반장은 서글 서글 웃고 다녔으나 눈은 항상 인위적이었다.
반장은 나를 좋아했다. 뿐만 아니라 나와 사귀는 사이었다. 걔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미니홈피 찾아와서는 다른 애들이 방명록에 남긴 게시글을 감시했다. 아무개가 거슬리는 방명록을 썼다 하면 그 담날 알게 모르게 꼽주고 친구들 시켜 개 패듯 팬다. 조그마한 꼬투리 잡아서 정치질하고 수행평가 걷을 때에도 아무개 것만 쏙 빼고 제출해 구태여 빵점 맞힌다.

근데 그 짓도 사람 가린다. 좀 만만띠기 같은 애들이 글을 남겨야 지독하게 괴롭힌다. 반장 주제에 전형적인 강강약약의 바이블이었다.

그리고 내 방명록에 글을 천 번 싸지른다고 해도 반장이 건드리지 못할 것 같은 사람.

“야 김여주. 연필 좀 빌려도.”
전정국이 말했다.

전정국은 얼마전에 부산에서 강제 전학왔다. 소문으로는 학교 짱 쇠파이프로 대가리 깨고 벽돌 던져 전치 4주 뽑아서 전학 온거라던데 완전히 믿거나 말거나였다. 근데 다들 암묵적으로 믿는 눈치였다. 전정국의 어딘가 핀트 나가보이는 눈은 소문을 믿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전정국은 맨날 집에 가방 두고 학교 왔다. 무단 지각 밥 먹듯 하는 주제에 교복은 차려 입고 왔다. 술 마시고 담배 폈지만 교회는 꼬박 꼬박 나가서 애기들 놀아준다. 동방신기 영웅재중 동생 아니냐는 소리 들을 정도로 잘생겼는데도 싸이에 셀카 한 장 안올리고 카테고리 모조리 비공개 걸어놨다. 수업시간에 맨날 국어사전 영어사전 베고 자면서 모고는 올 1 맞는다.

“구가. 오빠가 연필 빌려줄까?”
정호석이 슬금 끼어들면 전정국은 학 떼면서 도리질 친다.

“네 연필은 뭉툭해서 싫다.”

언제는 잘만 썼으면서. 히잉 히잉 남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완전 변했어. 요 앙큼한 나쁜 남자. 그래서 더 끌령.
정호석이 옆에서 호모질하자 전정국은 상스럽게 씨밸 씨밸 읊는다. 티키타카 안돼서 머쓱해진 정호석은 금방 화두를 돌렸다.

“정국아 근데 너 누구랑 스터디 해?”
“그딴 거 안하는데.”

헤엑. 그게 무슨 말이양. 우리 학교는 한명두 빠짐없이 꼭 스터디 활동해야 되는뎅. 동탄에 오면 동탄 법을 따라야지. 자꾸 부산 사나이처럼 굴래?
정호석이 호들갑 떨었다. 입으로 후덜더리 덜덜슨 소리 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낯빛 바꾸고 눈 반짝였다.

“그러면은 너 우리랑 스터디할래?”
“누구 누구 하는데.”
“나랑 민윤기랑 박지민이랑...”
“안 해.”
“김여주랑...... 어 안해? 오키.”

뭐? 아니다. 하지. 할게. 당연히 해야지.
전정국이 꼬리 자르기 하며 우격다짐으로 떼썼다.
우리 스터디 일지 구성원 칸에 한명의 이름이 더 각인됐다.


정호석은 오바 쌌다. 신입 한명 들어왔으니 환영회 해줘야한다며 피곤해 하는 기색 역력인 민윤기 박지민 이끌고 비즈 노래방 갔다.

45229. 45877. 68334.
정호석은 노래방 책 뒤적이더니 연신 예약 버튼 눌러댔다. 민윤기는 노래방 쇼파에 드러누웠다. 박지민은 사이다 시키러 방 나갔다. 전정국은 가만히 앉아서 정호석 원맨쇼 가끔 보고 헤죽 헤죽 웃었다.

썸바디 두잇. 두잇 두잇. 이밤을 테킷. 띠리리리리리리.
정호석은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열창했다. 템포도 2개나 더 올렸다. 다음으로 민윤기는 몽환의 숲 불렀다. 분위기 좆나 우울해졌다며 정호석이 타박줬지만 끝내주게 잘불러서 분위기고 자시고 생각도 안났다. 박지민은 동방신기 미로틱 불렀는데 민윤기가 얼짱시대 이세용보다 박지민이 더 잘생겨보인다는 극찬 때렸다.

전정국. 전정국은 프리스타일의 Y 버즈의 가시 부르고서 브라운 아이즈 벌써 일년으로 피날레 장식했다. 셋 다 모조리 내 싸이 브금이었다. 넋 놓고 노래 구경했다.

얘는 아킬레스건이 조옺도 없어요옹. 솔지키 너 동방신기 영웅재중 동생 아냐? 성두 똑같은데. 전재중 전정국. 옆에서 민윤기가 한마디 했다. 김재중이야 병신아.
그래도 정호석은 아랑곳 않았다. 으뜩해 으뜩해 멋있엉. 도레미파솔라시도 신은규 전정국보고 나가죽었답니다. 내 남자친구에게 권은형보다 백배 멋있엉. 공고 상고 간판보다 억배 멋있엉. 정호석이 전정국 어깨 팡팡 치며 좋아죽었다.


다음날 학교에서는 반대항 축구대회가 한창이었다. 여자애들도 의리 지키겠다며 조회대 앞으로 응원 나갔다.

야 일등은 짜장면 한그릇씩이라는데 삼등은 콜팝이래. 근데 나 콜팝먹고 싶은데 울반 일부로 삼등하면 안되냐? 정호석은 축구 못해서 대회에 참여하지도 않음서 조잘 조잘 아가리 털었다.
전정국은 출전 선수였다. 발목 아프면서 뛰겠다고 자진으로 신청했다. 조회대에서 체육 선생님 기다리며 애들 바글대고 있는 틈에서 내게 물었다.


“야. 니 생일 언제고?”
“왜?”
“퍼뜩 말해라.”
“4월 1일.”

전정국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조회대를 벗어나 스탠드에 있는 빨간 유니폼 뒤적이다 입었다.

이윽고 체육이 나타났다. 개피곤한 표정으로 빨간 썬캡 쓰고 휘슬 불었다. 공 던져주면 알아서들 시작하는 게 그 나잇대 사내새끼들이었다. 일사 불란하게 경기는 시작됐다.

전정국의 등번호는 41번이었다.


학교에서는 외계어가 한창 유행이었다. 선생들 몰래 학생들끼리 `ㅂ 외계어` 쓰면서 소통했다. 전정국은 병신 머저리들 같다며 진절머리 쳤으나 소속감 지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정호석의 부추김으로 강제 외계어 강의를 들었다.

“자 봐봐방. 모든 단어 뒤에 비읍을 붙이는고양. 그리구 앞말 받침을 그대로 옮기는 고쥐. 일케 일케. 저번저벙구북벼병시빈. 내가 머라 말했겡?“

“저번에 거북이... 시...발 몰르겠어용. 다시 알려줘바방.“

바보들의 대화였다.

부지불식간에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나는 그냥 아이리버 mp3 꺼내 이어폰 꽂고 아무 곡이나 재생했다. 눈의 꽃의 오르골 도입부가 흘러나올 때 즈음에 타의로 노래가 끊겼다.

“오늘 생일이라며.“
왜 말 안했어. 미리 선물사게 말해주지.
반장이 내 두 귀에서 이어폰을 뽑고 말간 낯을 하며 물었다.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갑자기 끊겨서 좀 울화가 치밀었다. 그래도 이성 다잡고 말했다. 괜찮아. 선물같은 거 안줘도 돼.

“에이. 그래도 명색이 남친인데 여친 탄생일 축한 해줘야지.”
“그런 거 안해줘도 돼.”
“학교 끝나고 노래방 가자.”

반장의 형형한 눈이 번뜩였다. 완전 제멋대로 굴었다. 내가 하는 말들 모조리 반어법으로 알아먹고 있는 듯 했다. 오늘 학교 끝나고 엄마 병원 가기로 했는데 완전히 수틀려버렸다.
나는 하릴없이 나사 빠진 로봇처럼 고개만 삐걱였다. 알겠어. 반장은 모조품처럼 직조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반장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전정국이 내게 물었다.

“저 새끼랑 와 사귀는데.”
“무슨 뜻이야?”
“아니다.”

내 주제에 뭐라고 오지랖이고.
선넘었다 느낀 싶성인지 말을 갈무리지었다. 근데 씨발 말은 그렇게 할거면서 왜 표정은 억장 다 무너진 표정이냐고. 나보다 더 뒤틀린 것 같은 눈동자로 왜 날 담냐고.

나는 끝까지 말 못했다. 나라고 좋아서 사귀는 줄 아냐고. 반장이 맨날 남친이라는 명목하에 음침하게 내 싸이 염탐하는 것도 좆같고 한번도 치마길이 때문에 선도 간 적 없는데 치마 짧다고 개 염병하는 것도 좆같고 면상도 좆같고 목소리 크기 걔가 하는 모든 행동 꼴뵈기 싫어 진짜 좆같고 좆같고 좆같은데
엄마 아파서 고지서에 병원비에 허덕이는데 전액 병원비 얘가 다 지불해주고 있는 조건으로 사귀는 걸. 비굴하고 처절하고 쪽팔리고 얼치기 같은 내 자존심 땜에 말 못했다. 반장한테 일백번 꺾인 내 자존심은 줏대 없이 전정국한테만 날 세웠다.

나는 그냥 이어폰 다시 꽂고 눈의 꽃 다시 틀었다. 그렇게 눈물나는 멜로디 세상에 또 없었다.


여주 내여좌니까. 여주 내여좌니까아아아.

반장이 열창했다. 진짜 씨발 퉁퉁이의 환생이었다. 내 생일이라 축하해준다고 했으면서. 노래방에 좆도 상관없는 반장 친구들 그리고 걔네 여친까지 불러서 난리 부르스가 제대로 났다. 개중에는 이미 목 빨고 입술 빨고 한데 엉켜 정신없었고 미러볼도 구색 맞추듯 어지럽게 돌아갔다. 노래방 책 베고 곯아 떨어진 꽐라들이 속출했다. 핀으로 삼아 볼링 쳐 스트라이크 맞춘 듯 탁자엔 널브러진 맥주캔이 한 사발이었다. 뉴스 화면 자료에 나올 법한 풍경이었다. <10대들의 일탈... 정도는 어디까지인가> 처럼 꼰대들이 씹기 딱 좋은 헤드라인으로.

반장은 그냥 내 생일 핑계 삼아 술판 벌이고 싶었던 거였다.
순간 진절머리가 났다. 핸드폰 부재중이 9통이었다. 수신자는 모두 엄마였다. 내 어깨 감싼 습기찬 반장 팔뚝이 불쾌했고 순도 백프로 청정곡인 이승기의 `누난 내여자니까`를 부르는 담뱃내 나는 아가리도 뭣 같았다.

“저기 반장아, 나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반장이 코브라처럼 소름끼치게 가두고 있던 내 어깨를 밖으로 빼며 말했다.

“왜? 파티에 주인공이 빠지면 쓰나.”
“진짜 미안. 엄마한테 가봐야 돼.”
“가지마.”
“진짜 가봐야 돼. 진짜. 진짜 미안.”
“가지말라고 썅년아!”

눈이 훼까닥 돌아서는 내 어깨를 잡아챘다. 반장에게 목이라도 물린 듯 했다. 돌연 몸에 힘이 쑥 빠져 엉덩이가 의자에 앉혀졌다. 왈칵 눈물이 나올 것도 같았는데 턱 근육을 악다구니있게 다물고 버텼다. 내가 이렇게 유약할 수 밖에 없는 조건들이 억울했다.

닥치고 앉아서 노래 부르거나 쳐 들어 제에발. 분위기 좆창내지 말구.
반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인조되어 이질적임에 그득 절인 웃음이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리리. 내 여자니까 디지털 전주음이 주인 없이 황망하게 떠돌았다. 노래방 화면에 선 아바타 둘이 삐걱 삐걱 춤 췄다.

“이 방 조오오오온나 시끄러워용.”
낯익은 얼굴이었다. 전정국은 노래를 열창했던 건지 피곤한 기색으로 말했다.

집에서도 밤마다 윗집 이루마새끼 땜에 죽겠는데. 노래방에서두 내가. 씨발. 좆같게. 층간소음을. 겪어야곘냐고오오오. 지들밖에 모르는 현대인의 이기심과 이 각박한 삶 어찌하나요. 어? 어찌하냐고 씨발년아.

그러고선 단숨에 반장 위로 올라타 주먹을 휘둘렀다. 어디서 기인했을지 모를 깊은 분노였고 억하심정이었다. 반장은 얼떨결에 처맞았다. 순식간의 상황을 보고 있던 반장 친구들은 꼴에 우정 과시하겠다는 듯 전정국 위에 엉겨붙어 마구잡이로 쳤다.

티라노사우르스도 랩터 12마리면 당해내지 못한다. 전정국은 반장 친구들에게 맞아 피칠갑 됐다. 그래도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어느 샌가 반장 위에 올라타 있었다. 맹목적인 폭력이었다. 반장만 죽도록 노렸다. 두꺼운 노래방 책 모서리로 반장 대가리 내려치고 마이크를 반장 입에 먹였다. 그러고선 뺨 치고 다시 치고 쳤던 데 계속 쳤다.

내가 씨발 참았더니
그래도 서로 사랑하니까 사귀겠지 하고 참고 또 참고 참고 참고 사랑은 얼어 죽을 다 뒤졌어 아주 애를 노예 부려먹듯 하노 내가 21세기 마틴 루터 킹이다 씨발아 씨발 씨발

전정국은 주먹 한 대 내려칠 때마다 한 마디씩 끊어 내뱉으며 우짖었다.

뭐해! 119 안불러? 애 죽어!
반장 친구들 틈에서 누군가 우악스럽게 소리질렀다.



다음날 학교에서는 흉흉하게 떠도는 여름 괴담처럼 이야기가 돌고 돌았다. 학교에서는 전정국에게 한 달 정학을 먹였으나 인소 남주처럼 빠꾸 없이 자퇴를 하겠다고 징계 위원회서 선언했다고. 그걸 증명하듯 전정국은 사물함까지 싹 다 비우고 자취를 감췄다.

학교는 똑같았다. 느그들 공부 안하면 경주대 왕릉벌초학과 간데이. 똑같은 선생의 잔소리와 네에 네에 흘려넘기는 띨박들. 나는 수학의 정석을 펼치려 서랍에 손 넣었다.




근데 새로운 감촉의 뭔가가 있었다. 급하게 손 넣어 꺼내보니 연필 다섯 다스와 쪽지. 귀여니 가그린도 울고 갈 얼치기 사랑.

너버르블조봏아바해배

외계어로 삐뚤 빼뚤 새긴 전정국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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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윤재(아미♡)  37일 전  
 마지막에 넘 아련해여..ㅠ

 답글 0
  NoName400052  37일 전  
 헐...마지막 너무 기억에 남아요ㅠ

 NoName400052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몽블랑  37일 전  
 몽블랑님께서 작가님에게 2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몽블랑  37일 전  
 미쳤구나 정말 너무... 오랜만인 보고 싶었어요 바카 넴 저는 더리예요 그간 잘 지내셨어요? 그게 아니라 방빙 오랜만에 들어와서 인순 보고 있었는데 익숙한 작가명이 보여서 눈물 한 바가지로 흘리고 있어요

 몽블랑님께 댓글 로또 2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일각  37일 전  
 헉 글 잘 읽고 가요 !!♥️♥️

 일각님께 댓글 로또 3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애슐리  37일 전  
 애슐리님께서 작가님에게 5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백 설휘  41일 전  
 사...사랑합니다 너무 잘 읽고 갑니다 눈의 꽃 저거 제 핸드폰에 아직두 있는데 너무 반가웠어요 정국 완전 눈물나게 순정남이

 백 설휘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백 연화  44일 전  
 헉 잘 읽구 갑니다 ♡ㅅ♡

 답글 0
  ♡교연♡  44일 전  
 ㅜㅜ언제왔어요 보고싶어요

 ♡교연♡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교연♡  44일 전  
 ♡교연♡님께서 작가님에게 48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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