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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2.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02. 우리, 사랑할 시간 - W.해늘°






우리, 사랑할 시간
::나무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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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각자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회식을 시작했다. 웃고 있는 이안의 모습을 바라보다 남준은 멤버들에게 적당한 성량의 목소리로 아까의 주제를 이어 나갔다.



“뭔가 참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 같다.”

“그러게, 일단 임 대표님 친조카는 확실히 아니네. 전혀 같은 피가 흐르는 느낌이 들지 않아.”


윤기의 말에 웃음이 터진 지민은 고기를 굽다 말고 옆까지 들릴까 소리 죽여 웃었다. 투어와 방송 준비 등으로 바쁜 날들의 연속이었던 와중에 모처럼 회사 식구들까지 다 같이 함께 하는 시간들이 즐거이 흘러가고 있었다.


“비행기 표랑 다른 준비 하려면 여권 필요하니까 내일 퀵으로 보내던지 직접 갖고 오던지 해.”
“... 삼촌, 나 아직 못 정했어.”
“그냥 가. 놀고 싶다는 놈이 뭐 그리 고민이 많아?”


이안은 태준 앞에 놓인 소주잔에 술을 채우며 그저 웃어 보였다. 사실 이안도 솔깃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알고 있긴 했지만 처음 본 바다 앞에서 들어갈지 말지 망설여지는 것처럼 기대감과 함께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선주가 그런 이안의 눈치를 보곤 화제를 돌리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꺼내다 볼링 이야기가 나왔고 회식 후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볼링을 치러 가자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선주 이사님이 볼링 치러 가자는데?”

“난 집에 갈래.”


남준의 말에 윤기가 답했다. 윤기는 조금 피곤해 보였다. 남은 할 일들을 이야기하다 머리가 복잡해 몸을 움직여봐야겠다는 남준과 지민, 정국이 같이 가기로 최종 의견이 수렴되어 선주에게 전달되었다.


“야, 너네 공연 연습해야 되는데 괜찮겠어?”


걱정되듯 묻는 남준의 말에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오랜만에 쳐보고 싶어서. 길게는 안 할 거니까.”





시끌벅적한 회식이 끝나고 그래도 10명은 충분히 넘는 인원이 함께 근처 볼링장으로 갔다. 처음엔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따로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은 일들 때문에 선주가 스태프들과 함께 가고 자연스레 방탄팀에 이안과 태준이 합류해 다시 팀을 나누어하게 되었다. 지민과 이안이 한 팀이 되었을 때 지민이 자신의 실력 탓에 조금 걱정하자 앞서 다시 인사하며 말을 놓기로 한 이안은 지민을 보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괜찮아 지민아. 나 볼링 잘해.”

“네, 저 누나만 믿을게요.”


소주는 마셨으나 한 병 정도로는 전혀 취하지 않는 태준도 거들어 한마디 해주었다.


“지민아, 얘 대학 때 볼링 동아리 들어서 한동안 미치도록 치고 다녔어. 그 실력 아직 건재할 거다.”


이안의 스트라이크로 시작된 시합은 꽤 벌어진 점수 차로 이안과 지민의 팀이 앞서 나가고 있었고, 승부욕이 발동한 정국은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는 플레이에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뭐고? 와, 진짜 안 되네 오늘.”


자신들 차례가 올 때까진 조금 여유가 있어 이안은 지민과 같이 일어서 음료를 사러 갔다.



“누나 진짜 잘 치시네요. 학교에서 선수셨어요?”
“아니, 그냥 아까 삼촌 말대로 한동안 열심히 쳤을 뿐이야.”


둘은 카운터 쪽으로 가 한 종류로 통일한 음료수를 나누어 사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후 한동안 더 시합이 이어졌고 경기를 마쳤을 땐 이안과 지민팀이 최종 위너가 되었다.


“자, 매니저 불렀으니까 밑에 와 있을 거야. 타고 들어가. 난 얘 바래다주고 갈게.”
“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남준과 정국이 태준과 이안에게 인사를 하고 옷을 챙겨 들었다. 지민은 이안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누나, 또 봬요.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그래, 또 보자. 잘 가.”


지민은 태준에게도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애들 착하지?”
“그런 것 같네.”
“자, 우리도 가자. 데려다줄게.”
“뭘 데려다줘. 조금만 걸어가면 전철역이던데.”
“술 좀 깨려 그런다. 그리고 삼촌이 차비 줄 테니까 택시 타. 삼촌 돈 많다?”


태준과 이안은 큰 도로로 가기 위해 나와 걸었다.


“삼촌, 근데 내가 이쪽으로 일해본 것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는 않을까?”
“그런 거 없어. 장소가 바뀐다고 사람 살펴보는 일이 다르냐? 주어진 상황에서 잘하면 돼.”


이안은 잠시 고민하듯 바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네 말 쭉 들어보니 놀고 싶든 쉬고 싶든 현재에 확신이 없다는 걸로 해석되는데? 일단 고민 말고 다른 상황에 널 놓아봐. 고민보다 go라고.”


멀리서 호출한 빈 택시 한 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가오던 택시는 속도를 줄여 앞에 멈춰 섰다.


“조심히 들어가. 걱정되니까 문자라도 남기고.”
“네, 들어가세요.”


이안은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자신에게 손 흔들어주는 태준에게 다시 한번 인사했다. 택시가 출발 후 스쳐 지나가는 바깥을 바라보며 태준의 제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자신은 현재 언제든 어디로 떠나도 무엇하나 걸릴 게 없는 상태이므로. 그저 모르는 세상으로의 한 발이 여전히 조금 무서울 뿐.


그래, 삼촌 말대로 이럴 땐 고민보다 go 지.


이안은 바로 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삼촌, 내일 여권 갖고 갈게요.”


전화기 너머 태준의 웃음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우리, 사랑할 시간










태준의 방으로 선주가 들어왔다.


“퇴근 안 했어?”
“대표님은요?”
“남은 일도 있고, 그냥.”
“이안이 가기로 했군요?”


태준은 선주를 보며 빙글, 웃어주었다.


“사실, 대표님 아는 조카라고 하면 직원들 불편해할 수 있어요. 아시죠?”
“알아. 하지만 아까 봤지?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거. 그건 같이 지내다 보면 다 해결될 거야. 걱정 마.”
“왜 그렇게 보내고 싶으신 거예요?”


태준은 의자에 깊숙이 기대었다.


“그런 거 있잖아. 어떤 옷이 여기서 입기엔 남보기 부담스럽고 자신 없는데 외국 나가게 되면 입어보자 맘먹게 되는 거. 이안이가 그랬으면 해서. 그냥... 그런 거.”



여름날 해바라기 같던 이안이었다. 누구나 아이 때의 모습과 커가며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태준이 알던 이안은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처음 보던 그대로 해바라기 같은 아이였다.


일이 있어 해외에 머물다 비보를 접했고, 서둘러 돌아왔어도 장례는 보지 못했던 태준은 급히 이안을 보러 집에 갔었다. 그렇게 슬픈 일의 한가운데서 마주하게 된 이안은 숨 한 번에도 꺾일 듯 위태로워 보였는데 그 모습에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예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려왔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때 보았던 위태롭던 이안이가 저 속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한참 어린아이도 아닌, 성인이었던 이안에게 상담하듯 이야기를 꺼내게 할 수도 없는 시간들이었다.


“내일 케어 팀장에게 이안이 일 잘 얘기해 주고, 난 일 있어서 나가야 하니까 이안이 오면 밥 좀 사줘. 부탁할게.”
“네, 그럴게요.”










우리, 사랑할 시간










이안은 아침에 일어나 책상 여기저기를 뒤적거려 여권을 찾았다. 본과생 때 해외 진료 봉사 갈 때 만들어 두었던 여권이었는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잊지 않고 갱신까지 해둔 여권이었다. 다시 한번 날짜를 확인한 뒤 가방 속에 잘 챙겨두고 블루투스를 꺼내 어제 다운 받아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음량을 크게 키워 틀어두고 미뤘던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3월 셋째 주에 간다고 하니 아직 시간이 남았다 하더라도 그전에 집안을 잘 정리하고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일하는 중간중간 시간을 확인하며 집안 곳곳을 치워 나갔고 완벽히 치워진 곳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설렘은 너무 오랜만이라 추운 날씨에 땀이 날 만큼 움직이고 있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과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쾌청한 찬 공기. 여유 있는 이 시간들을 충분히 즐기며 이안은 잊지 않고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지난번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다시 와보니 그동안 자신이 있었던 공간과 무척 다른 곳이라는 것이 냄새부터 느껴졌다. 바깥에서 사람들이 몰고 들어오는 바람 냄새와 병원 안에서의 여러 공간에서 섞여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아닌 미용실 냄새 같기도 하고, 세탁소 냄새 같기도 한, 사람의 일상과 가까운 냄새.


선주의 방으로 걸어가는 동안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했다.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분주해 보였고, 간혹 지난번 회식 때 얼굴을 익혔던 사람들을 마주치면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왔어?”
“네, 언니. 여기 여권.”


선주는 이안이 내민 여권을 받아 들었다.


“그래도 어떻게 여권이 있었네?”
“전에 해외 진료 봉사 때문에 나갔다 온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케어 팀원으로 개인적으로 준비할 거 있나요?”
“기본적인 것은 다 준비를 해둬서 특별히 필요할 건 없어. 넌 너 몸만 잘 챙겨서 오면 될 것 같다.”
“그럼 간단하게나마 문진을 해도 될까요? 개별적으로 따로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까 미리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지난번에 보니까 백댄서팀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응급용 부목이라던가 아이스팩, 압박붕대 같은 거 충분히 있어야 하니까. 일하는 팀의 내용에 따라, 개인에 따라 필요한 약 같은 게...”


이안은 말을 멈추고 선주를 바라보았다.


“제가 너무 나갔죠?”
“아냐, 다음에 내가 직원들한테 사전에 얘기해서 그런 시간 가질 수 있도록 해볼게. 일단 가요제가 지나고 나서. 지금은 그것 때문에 다들 한꺼번에 모이기가 힘들거든. 아니면 네가 며칠 정도 출근 좀 해볼래? 되는대로 사람들하고 얘기해보게. 내가 사무실 안쪽에다 자리 마련해 줄 테니까. 어때?”
“네, 그럴게요. 시간 많아요.”
“좋아. 자, 점심 먹으러 나가볼까나?"


이안과 선주가 방문을 나서 걸어가는데 복도에서 지민을 마주쳤다.


“어? 누나 오셨어요?”


이안은 가볍게 손 흔들어 웃음으로 인사를 했고 선주는 지민을 보며 물었다.


“오늘도 연습하는 거야?”

“네, 오전에 쉬고 오후에 하기로 했는데 전 그냥 일찍 왔어요. 두 분 어디 가세요?”
“응, 밥 먹으려고 그러는데 너도 갈래?”


지민의 표정이 잘 되었다는 듯 밝아졌다.


“네!”










우리, 사랑할 시간











집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회사로 온 멤버들은 모일 시간을 정한 후 각자의 작업실 공간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정국은 작업실에 가려는 길에 지민을 찾으러 연습실로 가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지나가던 사무실 직원에게 물었다.



“형, 지민이 형 못 보셨어요?”
“선주 이사님이랑 저번에 봤던 임 대표님 조카분인가? 그분 오셔서 같이 밥 먹으러 나갔어.”
“아... 네, 알았어요.”


정국은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를 거라는 태준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 자주 보게 될 건지 짐작되는 바가 없었다. 이 방면에서 일 하는 사람들의 정해진 분위기라는 건 없지만 그날 본 그 사람은 이쪽 계통에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배가 고팠던 터라 더 이상은 주의해서 보지 않았지만 아무튼, 기억이랄 것도 없이 남겨진 느낌은 그러했다.


정국은 걸음을 재촉해 곧바로 작업실로 들어갔다.


약속한 시간에 연습실로 가보니 멤버들과 퍼포먼스팀들이 모여있었고 지민은 등을 보인 채 서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국은 누군가 싶어 다가가며 자세히 보니 이안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정국아, 밥은 먹었어?”


지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누나 우리 스태프들 케어 팀으로 콘서트 같이 가신대. 의사시더라고.”
“그래요?”


정국은 시선을 주지 않고 대답한 후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 지 몰라 다른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잘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의 시작은 늘 어려웠다.



“누나, 바닥에 앉아도 괜찮겠어요? 바닥 차가운데... 의자 하나 갖다 드릴까요?”
“아냐, 여기 열기가 후끈해서 괜찮은걸? 가서 연습해. 나 신경 안 써도 돼. 그냥 이런 건 처음이라... 조금만 구경하다 갈 거야.”


이안은 걱정해주는 지민에게 괜찮으니 가보라는 듯, 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지민은 고개 끄덕이곤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 지민을 바라보며 이안은 남동생이 있다면 저런 느낌일까 싶었다. 친구들에게 들은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전투극 같은 내용이었는데.


그래도 그런 전투극 조차 늘 부러웠다. 언니가 있었으면, 오빠가 있었으면, 동생이 있었다면... 그 가정으로 떠올려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들이 주는 느낌들은 어떤 걸까 궁금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런 형제들이 있었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을 텐데. 부러움으로 시작한 가정들은 늘 쓸쓸함으로 마무리 지어졌었다.


음악이 쾅쾅 울리며 퍼지고 일사불란하게 자리 잡고 선 사람들이 맞추어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연습하는 것을 바라보며 이안은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의 기운찬 열기가 연습실 안에 가득 차 자신이 이곳에 앉아 보고 있는 이 상황이 직접 겪고 있는 내 현실 속이 맞는 건가 다시 한번 가늠해 보았다.


퍼포먼스 하나가 끝난 건가 싶을 때 가방 속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리는 것이 느껴져 꺼내보니 최희탁 교수였다. 이안은 조심스레 일어나 연습실 밖으로 나왔다.


“예, 교수님.”
- 이놈 봐라? 한가한 놈이 내려오라는데 그 한 번을 안 와?
“죄송합니다. 몸은 어떠세요?”
- 뭐, 나야 늘 건강하고 씩씩하지.
“죄송해요. 제가 먼저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 됐고, 나 다음 주에 일 있어서 서울 간다. 잠깐 볼 수 있겠지?
“예, 언제 오시는데요?”


이안은 전화로 최교수와 이야기하며 다음 주에 볼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다시 들어가서 보면 방해를 할 것 같아 그 길 그대로 이안은 집으로 돌아가려 나왔다.





다음날 가보니 정말 사무실 안쪽에 작은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태준이 그 곁에서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안은 조금 걸음을 빨리 해 다가갔다.


“삼촌, 저 왔어요.”
“응, 왔냐? 인사해. 이쪽은 우리 컨디션 케어 팀장님.”


건장한 남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말씀 들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마주 잡은 손에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안이안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안은 자리에서 태준, 케어 팀장과 함께 팀에서 관리되고 있는 상황과 이안이 앞으로 맡아주어야 할 부분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준비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나누었다.


“직원들한테 이야기해 뒀으니까 일단 오늘 10시부터 점심 전까지 사람들 올 거야. 오후에는 다들 바빠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니 그때 상황 보자. 잘해봐.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여기 팀장님한테 이야기하고.”
“네, 알았어요.”


태준은 이안의 어깨를 두드려 준 후 케어 팀장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10시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어 이안은 일단 화장실을 다녀온 후 마음을 가다듬고 자리에 앉아 가방 속에 챙겨 온 펜과 청진기를 꺼냈다. 책상 위에는 회사에서 프린트해둔 콘서트 준비팀의 인원 목록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첫 방문자는 스타일리스트, 이름이 소정이라 말하며 밝게 웃는 여자였다.


“저번에 봤죠? 그때는 인원이 많아서 제대로 인사를 못한 것 같아 인사도 할 겸 제일 먼저 왔어요.”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이안은 문진을 하며 몸에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사람과의 친분을 위해 다른 대화도 나누었다. 태준이 자신에게 이 일을 맡긴 이유를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아마도 아주 분명한 이유가 있어 케어 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해외에 나간다 하더라도 통역을 통해 병원을 가면 되는 일이지 굳이 외과 의사인 자신을 부를 필요는 없었을 테지만 태준은, 삼촌은, 자신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면 놀 때 실컷 놀아보라고? 그 무엇이든 간에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태준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소정과의 상담을 끝내고 앉아 있던 이안은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에 멋쩍은 웃음이 났다.










우리, 사랑할 시간










점심 이후 회사에 나온 멤버들은 사무실 안쪽이 평소와 다르게 조금 북적거리는 느낌이 들어 지나가며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들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 목에 청진기를 두른 이안이 있었다.


정국은 그 모습을 잠시 더 바라보다 연습실로 향했다. 왠지 멋져 보였다. 부러 꾸며진 것 없이 그저 청진기 하나 목에 걸고 있을 뿐인데 뭔가 멋져 보였다. 공부 잘 한 사람,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그런 수식어들 앞에서 늘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 든 간에 커가며 들은 주입식 사상 때문인 건지 그런 것들이 여전히 조금의 결핍감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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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로징2  14일 전  
 최고에요

 답글 0
  로징2  14일 전  
 최고에요

 로징2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벨라와꾹꾹이♡  15일 전  
 진지한 글이라 막힘없이쭉쭉 읽히네용!

 답글 0
  므흣므흣^^  16일 전  
 므흣므흣^^님께서 작가님에게 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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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개조아  29일 전  
 글 느낌이 포근해요..

 답글 0
  또로록  41일 전  
 둘다 좀 안쓰럽네요ㅠㅠㅠ

 답글 0
  깡미★  43일 전  
 마음이 아프네ㅠ

 답글 0
  깡미★  43일 전  
 씁씁하군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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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꾹  49일 전  
 중간에 부모님 돌아가셔서 씁쓸함 느끼는 이안이나, 공부 중심 사회에서 자신을 과소하게 보는 정국이나... 둘다 맴찢...ㅠㅠ

 방꾹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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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까아저씨  63일 전  
 글을 어찌 이리도 잘쓰고 마음씨도
 그리 고우십니까ㅠ 작가님 연모하옵니다 ㅜㅡㅜ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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