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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죽어버린 그것에 대해 - W.묘사.
죽어버린 그것에 대해 - W.묘사.




죽어버린 그것에 대해
집필 | 묘사





ㅤ아.
ㅤ태형의 낮은 탄식이 고철 덩어리 위로 쏟아졌다. 외관 상 나무랄 곳이 없는 팔십 팔 번째 고철 덩어리는 이번에도 태형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태형은 부드럽게 움직이는 고철 덩어리의 팔을 몇 번 주무르더니 다른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번에도, 이번에도야…. 수백 번도 한 것 같았던 그 말의 감각이 다시 한 번 혀 위로 돋는다.

ㅤ태형은 느리게 고철 덩어리의 양 겨드랑에 손을 끼워 넣었다. 적당한 무게감이 있는 그것을 찬찬히 들어올린 후 목재 방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바닥과 한참을 떨어진 고철 덩어리의 발이 덜렁였다. 일순. 태형은 생소한 감각을 느꼈다.

ㅤ“…선생님?”

ㅤ태형의 동공이 커졌다. 이번에도, 이번에는, 실패가 아니었다.

ㅤ“억.”

ㅤ태형이 고철 덩어리를 든 채 괴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태형의 아래에 고철 덩어리가 깔린 덕에 그토록 자부하던 천재 두뇌에는 이상이 없는 듯했다.
ㅤ그래, 그것은 고철 덩어리가 아니었다. 부드럽고 물렁한 고철 덩어리는 세상에 없다. 안드로이드 팔십 팔 호, 고철 덩어리. 단지 이것이 그 고철 덩어리의 이름일 뿐이다.



ㅤ***

ㅤ눈이 뜨여 보이는 것이 새카만 머리카락이라 태형은 폐가 울리도록 고함을 질렀다. 그 해괴한 짓거리에도 새카만 머리카락은 미동이 없었다. 이내 새하얗게 부시는 시야 사이로 깊은 녹갈색, 그러니까 헤이즐 색의 눈동자가 보였다. 선생님.

ㅤ“아……?”
ㅤ“일어나셨네요.”

ㅤ침대에 엉거주춤하게 누워 있는 태형의 옆으로 고철 덩어리는 원래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다시 손을 가지런히 모아 앉았다. 그 모습이 제 침실과 완벽히 동화되어 보이는 것이 외려 태형에게 역한 이질감을 끼쳤다. 태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인가.

ㅤ“고철… 덩어리.”
ㅤ“네. 아, 그게 제 이름인가요, 선생님?”
ㅤ“이름?”
ㅤ“부를 것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헷갈려요.”

ㅤ제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완벽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말을 할 때마다 움직이는 입 주변 근육과, 올라가는 입꼬리에 따라 밀려 올라가다 어느 부분에서 움푹 패이는 인디언 보조개, 그 위로 함께 접히는 해사한 눈이 그러했다. 정작 인간인 자신보다 넘치는 생동감에 태형은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올랐다. 말도 안 됐다. 몇 번이고 된다고 말했던 자신이야말로 진정 그렇게 느낀다.

ㅤ“고철 덩어리. 고철 덩어리.”
ㅤ“자꾸 말하지 마. 머리가 울려.”
ㅤ“좋은 뜻인 것 같아요.”

ㅤ태형은 때아닌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을 감당해야 했다. 몇 번이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것의 이름은 차차 질 낮은 것으로 떠밀렸다. 심혈을 기울인 인생의 작품, 다시 의지를 쏟아부은 열정,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계, 그냥 기계, 고철, 그리고 고철 덩어리. 분명 좋은 뜻이지 못할 그 뜻이 그것의 머리 위를 붕붕대며 돌아갔다.

ㅤ“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ㅤ“한 번만 더 불러 주세요.”
ㅤ“뭐?”
ㅤ“한 번만요. 선생님 목소리 듣기가 좋아요.”

ㅤ그것의 앞에서 몇 번이고 동요했다. 익숙지 않은 대화는 태형을 당황케 한다.

ㅤ“고처얼…… 덩어리….”
ㅤ“감사해요. 머릿속에 담을게요.”
ㅤ“아무렴. 그렇게 해.”

ㅤ태형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버석이는 이불을 떨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저 작은 몸으로 나를 여기까지는 어떻게 들고 온 거지. 먼지가 묻은 문고리를 잡아 돌리고는 잡동사니가 가득한 거실로 발을 내딛는다. 제일 싼 시리얼 박스가 쌓인 식탁의 아주 조그만 자리에 마지막 남은 깨끗한 그릇을 올려놓고 시리얼을 부었다. 우유를 찾으려 손을 든 순간 그릇 위로 새하얀 우유가 부어졌다. 고철 덩어리의 새하얗고 발간 손이었다.

ㅤ“왜 따라 나와.”
ㅤ“아. 안 되는 건가요? 그렇다면 제 자리를 가르쳐 주세요.”
ㅤ“아니야….”
ㅤ“……옆에 서 있어도 되나요? 선생님의 옆에 있고 싶어요.”

ㅤ태형은 삼 초 동안 헤이즐색 그 애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투명하게 빛나는 눈이 자꾸만 모든 것을 얼버무린다.
ㅤ애정을 갈구하는지 모를 이 말들은 죄다 태형이 설계한 것이었다. 모두 태형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계획에 불과할 빈껍데기 애정.

ㅤ태형은 기계공학자였다. 한 때는 큰 연구소의 소장까지 맡았으나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라기보다 증명을 위해서였다. 태형은 증명하고 싶었다. 기계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다는 사실을. 연구소 내에서 진행되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감정 기계 연구가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말해왔지만 소장의 말에도 연구원들은 굴뚝같았다. 정 그러시면, 소장님께서……. 그 말에 태형은 곧바로 연구실을 박찼다. 사소하고 짙은, 한 천재의 뒷걸음질이었다.

ㅤ“안 드세요?”
ㅤ“…너 다 먹어.”

ㅤ태형은 복잡한 머리를 손으로 헤집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 남은 고철 덩어리가 빛에 달라붙듯 흩어지는 햇빛 줄기 속 먼지를 관찰하며 읊조렸다. 선생님, 제가 먹을 수 없는 거 알고 계시면서. 그래도 고철 덩어리는 태형이 앉은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꾸역꾸역 입 안으로 싸구려 시리얼을 욱여 넣었다. 혀 조직이라고 느껴지는 무언가가 녹슬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이 다음이 언제 쓰일지는 모르겠네요
미리 스포하자면 이 글은 카테고리 새드에 있습니다
그저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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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도은**  59일 전  
 조타 ㅜㅜㅜ

 도은**님께 댓글 로또 2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여작가  59일 전  
 여주 뭔가 기얍네요..( ? )

 여작가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담롤  59일 전  
 글 너무 짱이에요..≥∇≤

 담롤님께 댓글 로또 1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르향  59일 전  
 다음 편 주세요 궁금하다 고철 친구

 르향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세상밝은은손  59일 전  
 악 눈부시다..이 글...>

 답글 0
  채린25  59일 전  
 글 너무 예뻐요 ! ㅠㅠ ♡

 채린25님께 댓글 로또 2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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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폴론ᅠ  59일 전  
 아폴론ᅠ님께서 작가님에게 1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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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빨간어피치  59일 전  
 으허ㅠㅠ뭐에요 필력!ㅠㅠ완전 짱짱이에요ㅠㅠ!글 너무 좋아요!

 볼빨간어피치님께 댓글 로또 2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3년정거장  59일 전  
 묘사 님 글은 언제 봐도 예쁩니다ㅠㅠ

 3년정거장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roshie  59일 전  
 글 좋아여 ㅠㅠㅠ

 roshie님께 댓글 로또 1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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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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