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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멍,(下) - W.LS
멍,(下) - W.LS





















*트리거 워닝*

` 자해 ` 있습니다.




















w. LS















우리는 조용했다. 정말, 개미가 기어가는 사소한 소리마저 들릴만큼, 고요했다. 나의 옆에 앉은 김태형은 나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않은채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팔을 지혈하고 있었다.





" ....누가 그런거야. "





그의 입이 열리지않을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그의 팔에 흔적을 남겼는지까지도 예상할수 있었다. 그러나 난 정확한 답을 알고 싶었다. 진실로 그 범인이,






" 내가, "





` 그 `가 맞는 것인지.





" 그랬단거 알고 있잖아. 너. "























아이들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다. 아까 그의 대답 이후로 잠잠했던 교실이 아이들로 인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김태형의 팔은 눈깜짝할 사이에 말끔해져있었다. 살인현장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잔혹했던 그의 왼팔은 평온하게 정리되어있었다.






" 아, 화장실 세면대 피바다더라. "

" 헐. 진짜? 누구 코피 났는가보다... "

" ..코피라고 하기엔, 너무 양이 많았는데. "

" ....뭐야. 그럼. "

" ..아, 몰라. 겁나 아침부터 기분 잡쳤어. "






짜증스런 아이의 목소리에 난 불안해졌다. 그런 나와 반대로, 김태형은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책만 주구장창 읽어댔다. 마치 여러번 겪어본 사람처럼 그는 매우 태평했다.




넌 어쩜 그리 태연하니. 난 이리 불안한데.




한동안 조용하던 멍이, 난데없이 울어댔다. 운다기 보단, 발광하는 것에 가까웠다. 작은 밴드로 꽁꽁 싸매져 답답하기라도 한듯 미쳐날뛰는 것같았다. 멍이 자리잡힌 손등을 기점으로 수놓인 신경을 타고 온몸을 감싸는 고통에 난 인상을 찌푸렸다.






" 이젠 다른 곳을 꼬집는게 어때. "

" .... "

" 살점 나가 떨어지겠다. "





.....



뭐?

























김태형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의 왼손이 나의 오른손을 터뜨릴 기세로 거세게 잡아 뜯고 있었다.



....



머리가 멍해졌다. 넋이 나가 온몸에 힘이 나가떨어지고 나서야 나의 왼손은 오른손은 놓아주었다. 왼손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오른손은 미친듯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난 작은 밴드로 감춰진 그 멍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더 덧났을 수도 있는데,





차마 그러지 못했다.

























김태형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그 때부터겠지. 아니면, 더 일찍 알았을지도 몰라.




` 너도 익숙해질거야. `




익숙해진다는 것이, 이 고통의 범인이 나인 것에 익숙해진다는 뜻이었던 걸까. 아님, 어디서 얻은 지도 모르는 고통에 무감각해진다는 뜻이었던 걸까. 전자가 더 맞는 것 같았다.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다. 또다시 욱씬거리는 멍에 난 왼손의 행방을 정확하게 하기로 했다. 넣기도 빼기도 불편한 책상서랍 깊숙히 손을 쳐박아두고 미칠듯이 날뛰는 오른손을 살펴보았다. 나의 피부와 같은 색상을 가진 밴드는 멍의 검은 빛을 더이상 감춰줄 수 없었다. 그렇게 멍은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때까지 내가 그래왔던 것이었다. 허벅지에, 팔뚝에, 어깨에. 났던 그 많은 멍들이 내가 광인처럼 잡아 뜯어 그렇게 태어난 것들이었다. 난 도대체 왜,




나를 학대하였나.




이때까지 내가 해왔다는 것조차도 몰랐는데, 이유나 알 수 있을까.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이제 몸에 성한 곳은 없었다.





" ...되게 혼란스러워 보이네. "





아찔한 정신 끝에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너인가보다. 네가 내게 말을 걸 때마다 내 손등에 피었던 멍은 미친듯히 짖어댔거든.




그래, 그 원인이 너인가보다.




난 김태형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않았다. 작은 제스처 또한 취하지않았다. 그저, 죽지못해 사는 것처럼, 애처롭게 허덕이는 멍만 바라보았다.





" ....너무 자책하지마. 그거. "

" 조용히 좀 해줘. "





이 이상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지금 내 손등에 박힌 멍처럼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짧은 대화에도, 서랍 깊숙히 방치되었던 왼손이 움찔거렸다. 너 맞네. 김태형. 너로 인해 내가 미쳐가고 있는 것이었다.





















점심을 걸렀다. 먹고 싶지도 않았고, 지금 당장 속에 무언가 들어간다면 당장이라도 게워버릴 것같았다. 김태형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처럼 점심을 거르고 있었다. 항상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점심을 먹지않는 점심시간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다.



김태형은 이제 내게 어떠한 말도, 눈길도 주지않았다. 그 덕분인지, 나의 멍은 더이상 찢어대지도 발광하지도 뛰어다니지도 울지도 않았다. 난 한동안 쳐박아두었던 왼손을 꺼냈다. 너무 방치해서 그런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난 더이상 그 손이 나의 멍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나의 멍을 곱게 덮고 있는 그 작은 밴드를 나의 왼손으로 떼어내길 결심했다.





" ...그냥, 냅둬. 그거. "





왼손이 책상에 떨어기지도 전에, 김태형이 내게 말했다.





" .... "

" ...내가 버릇되면 안좋다고 했잖아. "





매몰찼던 나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의 목소리는 매우 따스했다. 그의 말을 들은 후, 오른손으로 향하던 왼손이 움직이질 않았다. 커다란 돌이라도 얹어놓은 것처럼 말을 듣지않았다. 난 반응하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그럴수 없었다. 어느새 그에게로 돌아간 시선이 그와 맞닿아 불안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 넌. "

" .... "

" 언제부터 그랬는데. "





왠지 모를 긴장감이 맴돌았다. 책 속으로 들어갔다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눈길이 천천히 일어나더니 내게로 다가왔다.






" ...왜. "

" .... "

" 그게 중요해? "

" .... "

" ...나도 그냥. "

".... "

" 너랑 같을 뿐이야. "






분명 나의 왼손은 오른손과 저만치 떨어져있는데, 왜 넌 또 울어대는거니. 평소와 다르게 더 서럽게 울어대는거야.



난 눈을 굴려 그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을 옭아맨 밴드는 당장이라도 뚫고 나올 것같은 핏덩어리를 겨우 잠재우고 있었다.




아니, 난 달라.






" 태형아, 난 너랑 달라. "

" .... "

" 넌. 그냥. "







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태형아. 난 너랑 달라. 난 겁이 많아서 너처럼 그렇게 깊은 상처를 내지못해. 그리고 난.

























그 날이후로 김태형과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의 왼손에서 밴드가 떨어져나가는 날에도 난 그와 접촉하지않았다.



그 후 김태형은 그닥 좋지않은 학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수업도 종종 빠지고 결석도 잦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대해 묻지않았다. 나 또한 그의 행방을 누구에게도 묻지않았다.






" 아, 걔 전학갔어. "






우연히 도서실에 들렀다 심부름을 떠맡게 된 난 김태형을 찾아야 했다. 한 달을 넘게 책을 대출해 연체가 되었다고. 이제 두달이 가까워진다고. 사서선생님께서 신신당부하시며 내게 부탁하셨다. 그래서 반으로 도착하자마자 그를 찾았는데.






" ..언제? "

" 그저껜가..? 나도 잘 모르겠다. "






네가 잘 모르면 어떡해. 넌 반장이잖아.






" 아... 몰랐는데... "

" 걔 원래 그렇잖아. 유령처럼. 소리없이 다니기로도 유명했잖아. 나도 오늘 전달받았어. "

" .... "






















전학을 간 김태형을 대신해 그가 대출한 책을 반납하기위해 난 그가 사용했던 책상을 뒤졌다. 언제 정리한것인지 그의 서랍은 먼지 한톨없이 깨끗했다. 그래서 그가 반납도 하지않고 넣어둔 책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 .... "






`이제는, 나 봐주지도 않네.`





넌 뭐가 필요했던거야. 태형아.



책표지를 장식했다기보단 그저 이것이 제목이다,라고 알려주는 듯한 한 단어가 정갈하게 적혀있었다.




멍,





넌 나와 같이 멍이 잔뜩 나있었던게 분명했다.
그래, 넌 멍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저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나의 몸엔 더이상 이유없는 멍은 들지않았다. 그리고 들지않게끔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멍,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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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JPP  97일 전  
 ♥♥♥

 JPP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츄깡이  97일 전  
 이 글 보고 너무 고마워서 울컥했습니다.
 자해란 소재를 이렇게 조심스럽게 다 이해한다는 듯이 따듯하게 글로 풀어주셔서 너무 몰입되서 저도 모르게 울고 있더라고요...

 츄깡이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2
  삐까뻔쩍솔로  97일 전  
 진짜 작가님 ....
 글 너무 좋아요ㅠㅠㅠ

 삐까뻔쩍솔로님께 댓글 로또 1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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