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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멍,(中) - W.LS
멍,(中) - W.LS






















*트리거 워닝(유혈)있습니다.*












w. LS
















" 다음주부터 하복이래. "





어느새 또 2주가 흘렀다. 14일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손등에 만개한 멍은 눌러붙기라도할 계획인듯 여전히 머물러있었다. 김태형은 내가 밴드를 붙이고 온 날 이후로 내게 한마디도 걸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책에만 열중했다. 그러던 오늘, 마지막으로 춘추복을 착용할 수 있는 오늘, 내게 말을 건넸다.





" ... 계속 밴드 붙이고 다닐거야? "





김태형의 오른쪽 팔뚝엔 이제 작은 거즈조차도 남아있지않았다. 그 역시 나처럼 춘추복을 착용하고 있는터라, 상처가 완벽하게 아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는듯 했다. 그러나, 언제 또 다친 것인지 이번에는 왼쪽 손등에 커다란 밴드가 새빨간 핏덩어리를 머금고 공생하고 있었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상처였는데, 어젯밤 또는 오늘 아침에 다쳤나보다. 그는 본인이 던진 질문에 답이 돌아오지않자, 답답해졌는지 왼손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그의 검지를 따라 붉은 액체가 고여있는 밴드가 꿈틀거렸다. 이리저리 방황하던 나의 시선이, 그 밴드 속 꿀렁거리는 액체 방울에 사로잡혔다. 난 멍을 덮은 밴드를 숨기기위해 한껏 잡아당겨입었던 소매를 다시 끌어당겼다.





" 너 그거 버릇되면 나중에 되게 안 좋아. "





그는 아마 대꾸없는 나의 행동에 대해 말하는 듯했다.
























어젯밤, 밴드를 떼어보았다. 끔찍하게 퍼져있었던 멍은 어느정도 나아가는 듯 했다. 그래도, 까맣기 그지없는 중심부는 여전했다. 아니, 그 부분은 더욱더 심각해졌다. 퍼뜨렸던 응어리들을 다시 집합시킨 것 같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전보다 작은 밴드를 착용해도 된다는 것.



큰 밴드보다는 관심이 덜하겠지.



나름 안도하며 난 겨울이 오기전 넣어놓았던 하복을 꺼내들었다. 정말 촌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옷을 한 계절내내 입고 다녀야한다니. 외관이 별로면 기능이라도 좋던가. 매년 통풍이 제대로 되지않는 하복에 매번 골을 앓았던 기억들에 진절머리가 났다.



차라리, 춘추복을 입고 말지.



그래, 춘추복을 입고 말지. 제발. 밴드라도 가릴수 있는 춘추복을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멍은 한동안 잠잠했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얌전했다. 금요일, 마지막으로 춘추복을 착용할 수 있었던 그 날에 김태형이 내게 말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멍은 고분고분했다. 이제, 아프지 않는걸까. 멍이 아무는 속도가 더뎌도 이제 고통은 없은걸까. 약간 기뻤다. 주기적으로 멍이 드는 몸이라 머지않아 다른 곳에 자리하겠지만, 그 때는 손등은 아니겠지. 그리고 누군가의 접촉으로 짖어대진 않겠지. 그래, 그러겠지. 그래서 네가 얼른 없어졌음 했다.
























저번주보단 더웠다,확실히. 생각보다 날씨는 빠르게 변했다. 해의 길이도 한시간이나 길어지고 저번주까지 시도때도 없이 불어대던 바람은 찾을 수 없었다. 춘추복을 입고싶다고 고집했던 나지만, 그래. 춘추복을 입었다면 아마 오후때 땀에 쩔어 불쾌지수가 하늘을 찔렀겠지.


평소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강열한 햇살에 이기지 못하고 새벽같이 일찍 눈을 떴다. 덕분에 아무도 없는 등굣길도 경험해보고, 더운 햇살에 반해 싸늘한 온도도 느껴보고. 새벽공기가 아니었다면 아주 더웠겠지,


이른 시각에 학교에 입성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모든 교실들이 고요했다. 창문을 내리쬐는 햇살만이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쌓인 먼지들을 밝게 비추며 복도를 서성거렸다. 허공을 떠도는 작은 먼지들을 지나 제일 끝에 위치한 우리반에 도착했을때, 누군가 나보다도 더 일찍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시간에.?




수위아저씨께서 이제 막 새벽순찰을 마쳤다해도 과언이 아닐 이 이른 시각에, 도대체 누가 왔다는 것인가. 조심스레 문을 여니 교실은 조용했다. 살짝 벌어진 커튼 사이로 햇살만 미친듯이 비치고 있었다. 그래, 어제 주번이 제 역할을 잊고간 것이었다.


다행히 나의 자리는 햇살이 덜 비추는 곳이여서 엎드려 잠을 청해도 무리는 없었다. 아직 아이들이 오기엔 한참인 지금 난 여느때보다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잠에 빠져들,




드륵-,




것이었다. 이 때까지만.







" ...왜 이렇게 일찍 왔어? "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태형아. 항상 나보다 늦게 왔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등교했어? 이제 날 괴롭히는 태양도 없어서 편히 잠들기 직전이었는데. 엎드렸던 상체를 일으켜 그를 바라보니, 짧은 하복 끝 작게 떨리고 있는 그의 왼쪽팔이,







" ...너..뭐야. "







눈에 들어왔다. 잔인하고 끔찍하게 피범벅이 되어서,




그래, 저기. 나의 바로 옆자리에 김태형 가방.
얘구나. 이 이른 시간에 학교에, 제일 먼저 도착한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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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쭈쭈바쒜  5일 전  
 오늘도 글 좋아여..❤

 답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