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작탈글] 김여주, 이 미련한 사람아. - W.두루미
[작탈글] 김여주, 이 미련한 사람아. - W.두루미





김태형은 그랬다 /



김태형. 그 이름만 들으면 금방이라도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 이름 세글자를 꾹꾹 눌러담아 불러본다. 그 순간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우리를 조심스레 묘사해본다.





그는 미소가 참 예쁜 사람이었다. 그 특유의 네모난 웃음을 보고 있자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고 나도 모르게 웃게되었었다. 서로 눈만 마주치면 헤실헤실 웃는탓에 주위 사람들이 미쳤냐고 할 만큼 우리 둘은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랬다, 그래, 그는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에 핀 희망, 그 자체였다. 내 마음속에 핀 커다란 희망 한 송이이더라.

그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여름이면 덥다고 항상 카페에가서 시원한 음료를 사주고 음료를 마시는 동안 심심하지않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주며 나를 챙겨주던 사람이었다. 시답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그것마저 즐거웠던 우리는 여름 여행 계획까지 세우며 싱글벙글 어벙하게 웃었었다. 그래, 그는 나에게 한 여름 작고 소중한 반딧불이같은 사람이더라.

그는 질투많은 사람이었다. 남자랑 같이 있는 것은 그의 시야 안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만 붙어있어도 얼마나 질투를 하는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심지어 나의 여사친들한테도 질투를 하니 이 어찌 어이없는 일이 아닐수 있는가. 그래도 질투하며 어떨때는 뾰루퉁하고 어떨때는 시무룩한 모습이 귀엽기도하고 항상 새로워 더 짖궂게 장난쳐본적도 있었다. 그렇게 질투많은 그는 삐졌다가 조금만 앵기면 바로 풀어지며 웃어주는, 그래, 그는 바람에 따라 좌우로 시원하게 꺾이는 가을의 갈대같은 사람이더라.

그는 센스있는 사람이었다. 알바가 끝나고 건물 밖으로 나가면 꼭 30분 전부터 나와있는 김태형이 자리잡고 있었다. 추운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서있었으니 아무리 옷을 따뜻하게 입고 있어도 코끝은 빨개지고 손은 차가워진 상태인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마저 풀어서 나에게 둘러주고 코트 주머니에서 데워놨던 핫팩을 쥐어주며 해맑게 웃었다. 그래, 그는 따뜻하고 기분좋은 전기장판 같은 사람이더라.


그는 그랬다. 항상 나만 바라보고, 항상 나만 챙겨주고, 항상 나만 생각하는 어떨때보면 호구같은 사람이었다.










그가 이별을 고했다 /


비 내리는 어느 날이었다. 그는 하루종일 연락이 없었다. 매일같이 꼬박꼬박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번은 전화해주던 그가 오늘은 밤 11시가 넘도록 연락 한 번이 없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갈수록 초조해지는 마음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고쳐진 줄 알았던 그 불안함의 손톱 물어뜯기는 다시 시작된지 오래다. 불안함이 내 가슴속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날따라 더 크게 들렸던 시침소리와 그 손톱 물어뜯는 소리만이 들렸던 고요한 집에 벨소리가 울려퍼진다. 급히 받아보니 그토록 듣고싶던 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로 들려왔다. 그가 말했다. 집 앞이라고, 나오라고.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겉옷조차 입지않고 반팔차림으로 우산 하나만 챙겨들고 뛰어 쳐나갔다. 그곳에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어딘가 착잡해보이는 김태형이 서있었다. 그리고 우산을 펴서 황급히 그에게 들이밀었다.



"김태형!! 무슨일이야..! 왜 비를 다 맞고 있어.."



"... ..."



"태형아.."



"헤어지자, 김여주."




잘못들은 줄 알았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장난이겠지, 장난일거야. 하며 잠깐 멎었었던 숨을 내뱉는다. "무,무슨..에이..그런 장난 안속아..왜 그런 무서운 장난을 쳐.." 그저 부인했다. 고개를 저으며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당겨 미소를 지어보였다. 장난이면 그저 웃어넘기려고 했다. 너무 진담 같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했다. 그러나 그 무거운 침묵과 어딘가 공허해보이는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점점 불안해지는것이었다. 그 쓸쓸한 눈동자 끝에는 척 봐도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는 내가 고스란히 보였다. 그리고 나는 우산을 놓아버렸고 그 놓친 우산은 차가운 물웅덩이 속으로 `첨벙` 하며 내리꽂아졌다. 악몽같았던 그날에 그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어쩌면 이미 낡아 뭉툭해져버린 모순들을 포용하고 있던건 우리였을지도 모르니.











그는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


그가 나에게 이별을 고한 후 나는 매우 아팠다. 우산을 떨구고 그와 비를 맞다가 갑자기 왈칵 쏟아지는 눈물에 뒤도 돌아보지않고 쫄딱 젖은채로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듯이 울었다. 바닥에는 물인지 눈물인지 구별도 안되는 물이 자꾸만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내 마음도 뚝뚝 떨어졌다. 그가 없으면 내 삶의 이유가 사라지는건데, 그는 왜 그렇게 무정했을까. 그 전날까지만 해도 참 좋았었는데. 그랬는데. 태형아, 태형아. 너는 그렇게 무정해야만 했느냐, 내 마음에 상처만 가득 안겨주고 떠나야만 했느냐. 그는 그렇게 조금은 갑작스러운, 아니, 아주 갑작스럽게 이별을 고하고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주고 홀연히 떠났다.











김여주는 김태형을 잊어갔다 /


이별로부터 반년이 지났다. 정확히 말하면 6개월이 지난거겠지. 김여주는 김태형을 잊어갔다. 것도 또한 정확히 말하면 잊으려고 노력한거겠지. 그와 헤어지고 한참은 폐인같이 밖에 나가지도 않고 밤에 울면서 잠들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생물이라고 했던가, 그가 없는 삶이 익숙해져 생각보다 잘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독하기도 하지. 하지만 미련한 나는 아직도 김태형의 번호를 지우지 않았다. 집에 있는 김태형의 흔적을 치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 번호와 그 물건들은 보고 있으면 내가 참 미련많은 사람이란걸 새삼 깨닫곤 했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기 전까지도 나는 그의 흔적들을 지워나가지 못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일찍이 그의 흔적이란 흔적은 모조리 치워버리는건데. 야, 이 미련한 사람아. 꼭 흔적을 남겨두어야만 했느냐. 그래야만 했느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


그날은 매우 맑은 날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햇살은 투명했던 그런 날 이었다. 아침에 개운하고 기분좋게 일어나 평소 잘 하지도 않던 청소를 청소기까지 돌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던 날이었다.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무슨 일이 생긴다고, 그날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그런 일이 터져버린 날이었다. 내가 김태형의 흔적을 지웠더라면, 김태형을 내 마음 한켠에서 완벽히 없애버렸더라면, 어쩌면 나는 자연스럽게 김태형이라는 사람을 완벽히 잊어갔을지 모른다. 김태형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 당황스러웠다. 헤어지고 6개월 넘게 연락 한 번 없던 김태형이 전화라니. 처음엔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끊으면 찝찝한 기분이 들것같아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었다. 병원이었다. 분명 김태형의 번혼데 병원에서 연락이 올리가 없었다. 병원에서 연락 온 이유가 무엇인지 조심스레 묻자 김태형이 죽었댄다.












그는 끝까지 아팠다 /

무작정 병원으로 뛰었다. 폐가 터져버릴 정도로 숨차게 뛰었다. 이미 상처는 받을대로 받고 마음은 떠날대로 떠났는데 왜인지 눈에서 눈물이 왈칵하고 터져 흐른다. 병원에 도착했다. 침대에 흰 천을 머리끝까지 덮어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 김태형이란다. 또다시 눈물이 났다. 수도꼭지를 튼것마냥 줄줄 흘러댔다. 흰 천 밖으로 나와있는 김태형의 손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대성통곡했다. 의사선생님은 나에게 편지를 쥐어주었다. 김태형이 죽기전에 나한테 쓴 편지랬다. 나는 꼬낏꼬낏 어설프게 접힌 종이를 열어보았다.






To. 여주

안녕, 여주야. 나 김태형이야.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때 많이 상처받았지? 미안해, 미안해 김여주..서로 얼굴 마주보고 사과 할 수 없어서 미안해. 왜냐하면 네가 이 편지를 보고 있을때는 내가 이미 하늘나라에 있을테니까. 내가 불치병이래. 고칠수가 없다나? 곧 죽는다는 그 말을 들으니까 더이상 너랑 함께 있을 수가 없더라. 더이상 너랑 연애하고 있을 수가 없더라. 언젠가는 밝혀질텐데 네가 지금 받은 상처보다 더 깊고 어두운 상처가 너에게 가슴 속 깊이 박힐거라고 생각하니 너에게 조금이나마 덜한 상처를 주고 끝내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어. 너한테 헤어지자고하고 병원에 들어와서 입원했을때 이불 속에서 울었어. 눈이 퉁퉁 붓도록 엉엉 울었어. 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게 나 딴에는 너무 서러워서, 죽을 것만 같아서 울었어.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네가 보고싶에 미칠것같은데, 네가 와서 꽉 안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가 없네. 그래서 말인데 다음생에도 너랑 이어져도 돼? 다다음 생에도 너랑 연애해도 될까. 염치없는거 아는데, 내 머릿속에 네 생각만 가득차서 죽을것같아 여주야. 다음생에는 말이야, 건강하게..누구보다 건강하게 살테니까 다음생에는 나랑 결혼해서 아들, 딸도 낳고 오순도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사랑한다 김여주. 자살하지 말고, 나 따라오려고 하지 말고, 남은 생 천천히 즐기다가 오면 내가 마중나갈게. 만나면 꼭 안아줄게. 알겠지? 행복해라 나의 화양연화이자 낙원이었던 김여주.



삐뚤삐뚤한 꽤나 큰 종이에 빼곡히 채워져 있는 그 김태형 만의 글씨체와 편지를 쓰면서 울었는지 부분부분 동그란 모양으로 번진 글씨들을 보고 있자니 눈물은 계속 넘쳐흐를 수 밖에 없었다. 나보다 더한 아픔을 견디고 있었을 김태형이 자꾸만 머릿속에 그려져 미칠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눈물을 벅벅 닦아내며 옆에 놓여있던 이면지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연필을 꾹 쥐고 한자씩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To. 태형

안녕, 태형아. 나 김여주야. 말해주지 그랬어. 네가 불치병이라고 말해주지 그랬어. 그러면 남은 시간동안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낼수 있었을텐데. 데이트하면서 너를 곧 잃는다는 생각에 조금은, 아니 어쩌면 많이 씁쓸할지 몰라도 이 갑갑한 병원에서 네가 혼자 마음고생하고 혼자 아플 일 없었을텐데. 네가 혼자 여기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가슴이 찢어질것 같아서..미쳐버릴것 같아서..얼른 너의 곁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내 옷을 적셔. 그래도, 내가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자살은 안할게. 네가 남은 삶 천천히 있다가 오라고 했으니까 네 말 듣고 잘 살다가 네 곁으로 갈게. 네 말대로 다음생에도, 다다음생에도 우리 함께하자. 나 없는 시간동안 잘 지내길 바랄게. 사랑해 나의 화양연화이자 낙원이었던 김태형.




그리고 찢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종이 비행기를 접었다. 그리고 병원 옥상에 도착할때까지 종이 비행기를 손에 꾹 쥐고 쉼호흡을 하며 올라갔다. 그리고 이세상 누구보다 힘차게 종이비행기를 하늘에 날렸다. 태형이가 있는 하늘나라까지 닿을수 있도록, 태형이가 내 답장 편지를 볼 수 있도록.




태형아, 나의 사랑 태형아. 그곳에는 우리의 마음속에 보석처럼 빛나던 푸른 바다가 있니? 우리 곧 만나면, 만나게 되면. 그러면 우리 깊이 잠식되어있는 실명될 듯 새하얀 달을 건져올리자. 그리고 우리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달을 소중히 간직하자. 이번 생처럼 끊어지지않게, 다시 바다에 빠뜨리지않게. 그렇게 소중히 끌어안고 있는거야.







사랑해 태형아
애정해 태형아
고마워 태형아
미안해 태형아




김여주는 끝까지 미련있게 행동하는구나.
결코 김여주는 김태형을 잊을 수가 없었구나.




김여주, 이 미련한 사람아.



FIN

추천하기 12   즐겨찾기 등록
글이 재미있었다면 작가님에게 포인트 선물을 해주세요.
나의 Point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작가님에게
추천수와 선물받은 포인트 합산을 기준으로 글의 순위가 결정됩니다.




두루미 작가님의 다른글 보기       전체보기
[현재글] [작탈글] 김여주, 이 미련한 사람아.
[작당글] 우리, 바다 그 경계선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자.
    로그인 후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
댓글
  뀨규귝  96일 전  
 흐어... 너무 슬퍼요ㅠㅠㅠ

 뀨규귝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큐티뽀짝태태  98일 전  
 이게 작탈이라고요...?말도않되는데...감정이입 너무 잘되서 좋아요ㅠㅠㅠ

 답글 1
  강하루  98일 전  
 슬프네요

 답글 1
  ℬ  松月  98일 전  
 이렇게 좋은 글이 작탈이라뇨...8ㅁ8 처음 시작했는데 작가님 필력 너무 좋으세요 ㅠㅠㅠ

 ℬ  松月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해피보라해  98일 전  
 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는 글인데
 작탈글이라뇨 완전 반댄데

 해피보라해님께 댓글 로또 1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빨간단풍잎•°  98일 전  
 작탈글이란게 믿겨지지 안네요... 8ㅁ8

 °•빨간단풍잎•°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예닮실장  98일 전  
 와 이게 작탈글이라고요? 작 당 글 아닙니까?

 답글 1
  김도담도담  98일 전  
 으엥 감정몰입 진짜 잘돼요ㅜㅜㅜㅜㅠㅠ

 김도담도담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일차님  98일 전  
 아니 진짜ㅠㅠㅠ이런 게 작탈글이면 저는 몹니까ㅏㅏㅠㅠㅠㅠㅠㅠㅠㅠ

 답글 1

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