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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2. 전직 연예인 박팀장님 - W.늘푸른
02. 전직 연예인 박팀장님 - W.늘푸른










전직 연예인 박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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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전직 연예인 박팀장님








Office 200.

아침이었다. 정신이 멀뜩하니 깨고 나서 어제의 필름을 되돌려 보니 가관이 따로 없었다. 충분히 해고당할 짓을 하고도 남았지, 김여주.

오늘은 제발 무난한 회사 생활이 되기를 바라며 로비에 들어섰다. 내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일제히 나를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아마 `박지민` 을 상대로 신기록을 경신중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휴개실에서 벌어진 일도 벌써 이 회사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조그마한 회사의 단점인가. 소문이 쥐도새도 모르게 퍼져나가는 것은.






"왔냐. 지각 안 했네."

"첫 달부터 지각이 쌓이면 안 되지."






나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처음 관심을 받아봐서 그런가. 시선 하나하나가 거슬렸다. 물론 나쁜 의미로. 전정국은 내가 불편해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나를 비어있는 회의실로 끌어당겼다.






"왜 너가 눈치를 보고 있어."

"그냥... 이런저런 이유로."

"어차피 비서에서 살아남으면 너가 다 밟을 사람들이야. 신기록 경신중이라고, 인턴 주제에 왜 이리 오래 살아남냐고, 언제 비서 갈아치우냐고 다 떠들어대는데,"

"......"



"다들 너 부러워서 그러는거야."






전정국은 잔뜩 내려가있는 내 어깨를 펴주고는 용기를 복돋아 주었다.

넌 이 회사 최고의 비서를 걸쳐 최고의 직원이 될 거야. 영양가 없는 용기였지만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고딩 친구 평생 간다고, 직장에서 유일한 친구는 전정국 밖에 없네.






"박지민 비서 오래하면 그렇게 부러울 일인가?"

"싸가지가 한 바가지라고 해도 박지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더구나 박지민 곁에 있으면 출세길 열렸잖아."

"그렇구나."

"넌 박지민이 널 선택한 걸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니까?"






그러게. 왜 나를 선택했을까.

`내가 아껴주고 싶은 사람.`

어제 박지민이 한 말이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결국 차에 실어다 집까지 데려다 준, 비서에게 내비칠 호의라기엔 너무 과한. 또 나 혼자만의 설레발이겠지만 박지민의 행동은 이상하리만큼 친절했다. 이게 뜻하는 의미는 뭘까.






"내가 봤을 땐 박지민이 너 좋아하는 게 백퍼야."

"너 자꾸 헛소리 할래."

"정 자신이 있으면 내기할까?"






확실한 건 박지민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뭐라고 평생 눈에 담고 살지도 않은 여자를 한 번에 담아버릴 수 있었을까. 그건 말이 안 되지. 그냥 박지민이 분류하는 자신의 사람...? 그 부류 중 하나일 거야.








"박지민이 한 달 내로 고백한다에 소원 내기 콜?"

"콜..."






나는 이렇게 확신하는데 자꾸 내기에서 질 것만 같은 이 불안함은 뭘까.








Office 201.

홍보부 실에는 전원 집결 콜이 들어왔다. 나도 엄연히 홍보부 팀장의 비서, 즉 홍보부의 일원이었기에 회의실에 집결해야 했다. 팀장인 박지민은 늦잠을 잤다는 이유로 핑계 아닌 핑계를 대 회의에 불참했다. 덕분에 이 회의는 김석진 대리님에 의해 진행되었고.






"우선 그룹 방탄소년단의 공식 입장부터 정리해야합니다. 워낙 우리가 두서없이 갑작스러운 해체입장을 발표한터라 모두가 황당해 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신인 그룹이 데뷔하려면 회사의 이미지가 깨끗해야 하고, 그러려면 우선 방탄소년단의 해체를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석진 대리님의 의견에 모두가 한 뜻을 모았다. 방탄소년단에 관한 회의일 줄은 몰랐네. 이런 회의라면 차라리 박지민은 안 오는게 낫다. 미리 알고 안 온건가 싶기도 하고.






"사장님과 상의한 결과 방탄소년단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박지민 팀장님은 뭐 쉽게 기자회견에 내보낼 수 있다쳐도, 방탄소년단의 다른 멤버인 김태형 씨가 기자회견에 나오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김태형 씨는 계약만료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이며, 아직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우리 회사가 쉽게 섭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김태형... 방탄소년단의 다른 멤버라니 어딘가 이름은 익숙한데... 모르겠다. 어쨌든 그 사람을 기자회견에 섭외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문제는,






"혹시 섭외 해보고 싶은 사람 없습니까."






김태형도 박지민 뺨치는 싸가지인지 하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거다. 홍보부 일원들은 모두 김태형 섭외하기 프로젝트에 나 몰라라 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누구나 익히 하는 사회생활 태도인, 누군가 해주겠지. 그 마인드는 누구나 한 번쯤 지녔을 법하다.

문제는 회사의 `누구나` 그 마인드를 지니면,






"아... 아무도 적극 동참하지 않으니..."

"이번 신입 비서님이 하는 게 어떨까요?"






누구나가 아닌 특정 사람들이 그 일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홍보부에 제일 늦게 들어온 신입이니만큼 이번 일은 내가 하는 것이 거의 확정이었고. 김석진 대리님은 나에게 어쩔 수 없는 부탁을 했고, 나는 그것을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럼 여주씨가 수고 좀 해 줘요. 비서에 이어서 무리한 부탁해서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김태형을 섭외해 오라니. 당분간 한가하긴 글렀네. 회의는 김석진 대리님의 상황 보고로 끝을 맺었다. 내가 맡은 임무를 생각하니 앞이 까마득해졌다. 회의실을 빠져나오니 기다렸다는 듯 나를 노려보는 김 사원님이었다.






"그렇게 기분이 좋나봐요. 이젠 김태형까지 꼬시려는 생각을 하니."

"제가 맡은 업무입니다. 불편하시면 사원님께서 이 일을 맡으셨으면 됐잖아요."

"제가 특별히 배려해 드렸어요. 여주 씨를 위해."






그냥 이 임무에 자신이 없었던 거겠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남이하는 상황을 시기할 때 나오는 것에 대한 전형적인 태도였다.






"아무튼 화이팅 하세요. 그렇게 막 대놓고 꼬시진 말고요."






나를 계속 벌레 대하듯 흘겨보는 그녀를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지나갔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나만 불리해질테니까. 참 싫은 현실이지만 이것이 지금 내 위치였다.






"김태형... 을 어떻게 섭외하지."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을 섭외해야 하는 것도 내 위치에서 해야만 하는 임무였고.








Office 202.

"여기 김태형 씨 연락처, 주소예요. 섭외 완료되면 바로 콜 주세요."

"네..."






김석진 대리님은 내게 미안했는지 계속 내 근처에서 서포트를 해주셨다. 이 회사에 착한 사람은 대리님밖에 없어. 모두가 나 몰라라 일을 외면할 때 유일하게 나와 함께 현실에 부딪혀 주셨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더 정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여주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런 말씀 안 해 주셔도 돼요. 어차피 제가 해야 하는 일이니 말이에요."






내가 해야만 하는 일. 내가 안 해서는 안 되는 일. 그것을 명확히 구분지어야 했다. 의무와 의지. 그것에 따른 일이었지만 결론은 내가 해야하는 일. 어차피 일을 맡은 거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 싶은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막연한 것은 현실이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던져야만 하는 물음은,






"김태형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남의 말을 듣고 사람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냥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혹시 막... 판단하기 위해 묻는 질문보다는 걱정이 돼서 묻는 질문이었다.






"그냥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다른 세계의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아요."

"......"

"엉뚱하면서도 자기고집 강하고, 무조건 자신이 옳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 그 성격이 마냥 싫지만은 않아요."





"그것이 박지민과는 다른 매력 아닐까요."






김태형과 박지민은 항상 서로 비교의 대상이었다. 같은 그룹의 숙명이었던가... 하긴 네티즌의 반응은 항상 비교였을텐데 안 싸우는 게 이상하지. 박지민의 넓은 악명으로는 김태형도 똑같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리님의 말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되었다.






"여주 씨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어 금방 섭외할 수 있을 거예요."

"힘내... 봐야죠."

"난 여주 씨 믿어요."






내게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나... 대리님의 눈에는 아마 그렇게 보였나 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꼬리치는 인간에 불과한데.

대리님이 주신 서류를 펼쳐 주소를 보았다. 김태형은 이 근처에서 가깝지 않은 동네에 살았다. 빨리 임무를 수행하러 가야겠네.


[지금 당장 팀장실로_빅히트 팀장님]


그 전에 이 못된 사장의 임무부터 수행하고.








Office 203.

"부르셨습니까."

"왜 이제 왔습니까."






회의하고 왔어요, 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에 박지민은 수긍했다. 이렇게 빨리 수긍할 사람이 아닌데... 솔직히 말하면 어제 이후 첫 만남이었음에도 조금 어색한 면이 있었다. 어제... 큼 그 말... 신경 쓰는 건 아닌데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고!






"왜 부르셨습니까."



"그냥요. 제 비서가 이곳저곳 참 많이 돌아다니고 있길래 신경 쓰여서 말입니다."






박지민은 애써 감정을 컨트롤 하기 위해 감정없는 로봇 말투로 형식적인 말을 건내는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자꾸 신경 쓰인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고... 내 초점은 오로지 `신경`에 맞춰져 헤어나올 수 없었다.






"제 말, 듣고 있습니까?"






도대체 얼마나 정신이 팔려 있던 거냐. 박지민이 말을 하나도 못 들을만큼.






"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무슨 생각입니까?"

"팀... 장님이요."






아 미쳤나봐. 이게 아닌데.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온 마음. 왜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거냐고...! 또 오해하면 어쩌려고. 그런, 그렇게 정의하는 신경이 아니라 온전한 뜻을 담은 신경을 말하는건데... 판가름 못한 머리를 콩콩 때리며 그의 눈치를 슬그머니 보았다. 참 불행히도 박지민은 꼬투리를 잡았는지 웃음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그게 아니라....!"

"아, 제가 눈 앞에 있는데도 생각나는 겁니까?"

"잠시만요, 저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런 의미가 아니면 더 실망인데."






박지민은 눈을 가늘게 좁인 채 테이블에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았다. 뭐지 이 먹잇감을 물었다는 눈빛은.






"그게 아니라 오늘 팀장님께 신경을 못 써서요! 그 점이 신경 쓰여서 그만..."

"아 그러니까 결국 저를 챙겨주고 싶다 뭐 이런 뜻이군요."






그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먹어라. 자신의 사람은 챙겨준다더니 이건 뭐 완전 악마잖아. 박지민 그의 태도는 참 알 수 없었다. 원래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막 들이대고 이런 성격인가. 과감해.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마치 자신을 신경 써주길 바란다는 지금도.

그냥 비서라고 그런 거겠지... 하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하기야 모든 걸 다 가진 박지민이 비서를 좋아하겠냐. 꿈 깨라 김여주. 결코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다. 나도 별 관심은 없었다 다만,








"난 비서님 없으면 다가가서 챙겨주고 싶던데."






사람 대 사람으로서 좋아해주길 원했을 뿐. 박지민은 비서라는 지위의 사람에게도 사소한 관심을 가져 주었다. 못돼먹은 장난을 걸긴 하지만 무지한 사회에서 내게 다가와 준 사람. 그 점에 나는 박지민에게 호감이 갔다.






"아, 그런 말 막 던지진 말고요."

"이 말도 신경 쓰입니까. 저는 그.냥. 한 말인데."






박지민이 상상의 선과 현실의 선을 명확히 구분해 준 탓에 다시 현실 속의 나로 돌아왔다. 이 팀장을 상대하기 어려운 까닭은 끊임없이 변하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그 앞에 있으면 당최 생각이란 걸 할 수가 없어...






"그나저나 오늘 무슨 일 있었습니까? 회사에 통 안 보이던데."

"오늘 홍보부 총회의 있었어요!"

"아, 그 회의. 귀찮아서 안 갔는데."






역시는 역시. 참 그 다운 행동이었다. 오히려 들어왔으면 낭패가 될 뻔한 회의 내용이었는데 운이 좋았네. 회의 내용을 묻는 그의 질문에 `방탄소년단` 에 대한 내용은 간단히 생략하고 말했다. 혹시 난처해 할지도 모르니까.






"별 회의도 아닌데 유난이었군요. 난 또 무슨 제 이야기라도 한 줄 알았습니다."

"케켁..."






연금술사야... 어떻게 알았지? 그의 말에 찔끔해 하마터면 기침이 터질 뻔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을 하고서는 태연하게 내뱉는 건 무슨 심보인데...






"절대, 절대 아닙니다!"

"그냥 물어본 건데 과민반응을 하시는 군요."

"큼... 어쨌든요."

"이제 회의 끝났으니 내 곁에만 있는 건가."






누구 곁에 있을 사람이 아니거든요? 나도 인기스타 못지 않게 바쁜 몸이에요. 물론 고된 일이긴 하지만... 박지민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대답하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제 비서인데 당연히 제 곁에 있는 게 맞는 일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제가 임시비서이고 또 홍보부 소속인 만큼 이쪽 일도 신경을 써야 해서요."






아 몰라요, 몰라! 저도 제 일이 있어요. 의도치 않은 새침함이 나오자 박지민은 눈가를 찡그렸다.






"임시비서라 나를 신경 써 줄 수 없다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구요. 빨리 일 하고 돌아올게요..."






이 팀장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빨리 돌아오기로 타협점을 찾았다. 하지만 뒤돌아서는 내 팔을 세게 끌어당기며 자신에게로 내 몸을 돌려버리는 박지민을 보고 깨달았다.

내 타협은 먼지에 불과했음을.






"그럼 임시비서가 아니면 되는거네요."

"네?"






"내 전용비서하라고. 지금부터."








Office 204.

뭐 이리 후끈해. 굳이 그렇게 사람 마음을 제 멋대로 굴려야 마음이 편한가 봐. 전용비서의 제안은 당차게 거절했다. 나도 승급하려고 비서하지 평생 비서하긴 싫다고! 이러다 잘리면 또 땅을 치며 후회하는 나이겠지만 지금은 그저 반항, 그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신입사원이지만 반항은 할 수 있다고! 이 비록 빌어먹은 사회에서는 반항이 통하진 않지만.

셀룩셀룩 거리다 어느새 다다른 주택거리. 대리님이 주신 주소로 정확히 찾아온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여기 집이 다 으리으리해... 살아있는 건 사람인데 잡아먹는 건 집이 할 것 같은 기분이야. 큰 주택단지를 이리저리 헤매다 결국 지쳐 찾아간 것은 편의점이었다. 목 마른데 목이나 축이자 싶은 마음으로.






"어서오세요~."

"여기 그냥 비타 5000이나 다른 비타민 음료 하나만 주세요."

"여기있습니다."






직원이 비타 5000을 건내자 내가 받아들었다. 근데 문제는... 나 돈 안 가져왔나....? 분명히 챙겨두었던 지갑이 없었던 것이다. 박지민... 만나고 나서... 아, 맞다. 박지민 사무실에 그대로 두고왔지. 나 진짜 바보인가봐.






"아... 저 진짜 죄송해요."






이것은 신이 주신 운명이 아닌가보다 생각하며 비타 5000을 포기하고 나가려는 찰나,








"비타 5000까지 합해서 계산이요."






어떤 남자가 나보고 기다리라는 듯 손짓을 하며 비타 5000까지 계산을 해주었다. 굳이 안 해줘도 되는데... 아마 비타 5000을 끝까지 쳐다보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민망함에 계산대에서 멀찍이 서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으니 그 남자는 내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비타 5000을 건냈다.






"마셔요."

"아... 감사합니다."

"원래 인생은 도우며 사는거예요."

"친절하시네요."

"친절한 건 아니고 담보. 빌려주는 거예요. 내일 5시 여기 와서 갚아요. 500원."






친절은 개뿔. 꼭 500원 내놓고선 유세 부리는 사람 있다더니 이 사람인가 보다. 내가 입을 비죽 내민채 네ㅡ. 라고 대답하니 비타 5000을 건내는 녀석.






"그나저나 이 동네는 왜 왔어요? 내가 이 동네 10년차라 동네 사람들 잘 아는데 그쪽은 처음봐요."

"아... 찾는 사람이 있어서요."

"누군데요?"

"김태형이요."






아... 유명한 사람을 너무 대놓고 말했나. 순간 멈칫하며 김태... 어쨌든 그 이름을 부르니 녀석은 박장대소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나 막 민간인한테도 사생으로 오해받은 거 아니야?






"아 저 그게... 사생은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에게 잠시 볼 일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웃은 거 아닌데."

"네?! 그럼 도대체 왜 웃으셨어요?"






멈출 줄 모르는 그의 웃음에 공격적인 태도가 튀어나와 순간적으로 입을 가렸다. 이게 아닌데...

하는 나의 걱정과는 달리 그는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냥 얼굴도 모르는 사람 찾는다는 게 너무 웃겨서요."






도대체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Office 205.

"왜 자꾸 저 따라와요?"

"아까부터 말했는데 왜 못 알아 들어요."

"......"

"따라오는게 아니라 겹치는 거 라니까."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편의점에서 이곳까지 동선이 겹치는 경우는 흔힌지 않은데... 김태형네 집 주소가 담긴 쪽지를 보며 걷고 있자니 자꾸 뒤에서 따라 들려오는 그 남자의 발걸음이 거슬렸다. 혹시 스토커인가...? 내가 괜한 상상을 하는 거겠지.






"정말 집이 이쪽이라고요...?"

"그것도 아까전부터 말하고 있는데."

"......"

"정말 집이 이쪽 방향이라고."






못 믿겠어요. 이쪽으로 가면 김태형 집 하나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뒷편 산 속에 집이 있다는거야 뭐야. 원래 사람을 불신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묘한 불길함에 결국 걸음을 멈춰섰다.






"그럼 먼저 가세요, 자꾸 따라오지 마시고."






녀석은 네ㅡ. 하며 나를 앞질러갔다. 깊숙한 골목길까지 내 동선과 완전히 겹치게 걸음을 재촉하고서야 앞에 보이는 화려함이 우뚝 선 집을 단번에 열어버렸다. 진짜 집이 이쪽이었네... 되게 좋은 집 사나보다... 어, 어? 잠시만... 이 집 주소가...






"김태형?!"



"푸흐- 이제 눈치 챘나봐요. 언제 하나 보고 있었는데."






진짜 김태형이야...? 사진으로 몇 번 쓱 본적 밖에 없어 얼굴은 모르긴 했다만... 세상에 이렇게 어이없게 그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김태형 집에 가야 한다는 나의 우스운 소리를 듣고 속으로 얼마나 웃었을까.

그래서 아까부터 히죽거리던 거였어!

그 생각에 미쳐 버릴것만 같아 붉게 상기된 얼굴을 뒷편으로 돌렸다.






"어, 어. 얼굴 붉어졌네요. 미안해요. 그냥 장난 좀 쳐보고 싶었어요."

"아... 괜찮아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아니에요. 오랜만에 제 얼굴 모르는 기자님 봬서 신선했어요."






아... 김태형은 내가 기자라고 알고 있구나. 김태형은 붉게 달아오른 내 볼에 자신의 차가운 손을 잠깐 스치운 후 현관문을 활짝 열고 나를 안으로 안내했다.






"집이 참 깨끗하네요."






집을 둘러볼 생각은 아니었는데. 일에만 집중하자 싶은 마음으로 거실 식탁에 앉으니 김태형은 더 둘러보라고 권유한다.






"요근래 기자님들 많이 와서 청소해 놨거든요."

"아..."

"물론 제가 인터뷰를 다 거부했지만요."






그럼 나도 집만 둘러보고 나가야 한다는 건가...? 역시 쉽게 다가가기 쉬운 사람은 아니구나, 김태형은. 이대로 나가야 하나 싶어 안절부절 하는 내 걱정과는 다르게 그는 내게 못된 장난을 걸어온다.






"물론 기자님은 예외."

"......"





"기자한테 흥미를 가져온 건 처음이거든요. 그것도 내 얼굴도 모르는 기자한테."








Office 206.

정확히 말하자면 김태형도 박지민과 같은 과였다.






"기자님은 취향이 뭐예요?"

"그냥... 평범하죠."

"이상형도요?"

"네, 뭐... 많이들 그래요."



"그럼 나 좋아하겠네."






무조건 들이대고 보는 타입. 도대체 주어가 어떻게 바뀌어 내가 질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인지... 누가 기자인지 모르겠다. 어쩐지 인터뷰를 순순히 응해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이 남자는 계속 내 주변에서 꼼지락 거리며 갖가지 질문을 던졌다. 호기심이 많은 걸까 단순 호감 표현일까.






"아... 저 남자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럼 여자 좋아해요?"

"아, 뭐래요!"






남, 남자! 그래 남자 좋아하는데 지금은 관심이 없는 것 뿐이거든요!

태형은 내 반응이 웃겼는지 또 웃음을 터뜨렸다. 아까부터 계속 이 못된 남자에게 지배당하는 기분이야. 아무튼, 김태형은 겉은 참 순수하면서도 속은 응큼하다.






"이제 인터뷰나 응해주시죠."

"아, 맞다. 본론이 그거였지."






이제 알았냐...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안드로메다에 내버려뒀나. 정체를 알 수 없어서 그런지 이 남자한테는 물어볼 것이 너무 많다.






"질문 하세요."

"아 말씀 드리기 앞서 제가 기자는 아니구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인턴으로 왔습니다!"

"......"

"박... 지민 씨와 기자회견을 가져줄 수 있냐고 하셔서..."






순간적으로 싸늘히 굳어지는 그의 표정을 느끼고 나서부터였을까.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건 무리수였나 싶어 말끝을 흐렸다. 역시... 박지민과의 사이가 좋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뭐라고 하던가요."

"네?"

"그 쪽 상사에서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하던가요?"

"아..."

"싸가지 없고 인기만 많은 연예인? 박지민과 똑같은 인간?"






김태형이 공격적으로 나오자 나는 괜스레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이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무리수같은 질문을 던지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희한하게도 빅히트의 모든 사람들이 김태형은 박지민과 똑같은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겉과 속, 어느 것 하나 비교해 봐도 박지민과 똑같은 구석이 없는 사람인데. 그저 싸가지 없다는 소문 아닌 소문으로만 똑같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줏대없이 보였다.






"네, 다들 그렇게 표현 하셨어요."






용기를 내고 싶다.






"......"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용기를 내고 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비난하는 것이 아닌 보듬어 줄 수 있는 용기.






"태형 씨도 엄연히 다른 사람이잖아요. 개인의 성격도 있는거고."

"......"

"그걸 부정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지 태형 씨는 잘못한 거 없어요."






잘못한 게 없다고 한 것이 그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걸까. 흔들리는 동공과 떨고 있는 손이 그것을 입증시켜 주었다. 하긴 김태형도 참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왜 자신의 주변에는 자신이 옳다고 말하는 이가 없는지, 왜 항상 자신은 무대 위의 스타로만 살아야 하는지.

연예계의 복잡한 구도에 발을 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김태형을 보며 그 찬란하던 곳이 겨우 이런 나락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회견 와도 그쪽 비난할 사람 한 명도 없어요."

"......"

"아니 그럴 자격도 없어, 그 인간들은."






김태형은 대답이 없었다. 지금은 하기 싫은 건지, 아님 다른 생각이 그를 지배하고 있는 건지. 이대로 섭외는 무리겠다 싶어 마지막 말을 던지고는 집에서 나왔다.






"무엇 때문에 기자들 앞에 서지 않는지 모르겠는데,"

"......"

"그 이유가 무서워서 라면 김태형 씨한테 조금 실망했네요."






아니면 애초에 김태형 씨한테 걸었던 기대가 컸거나.








Office 207.

"임무는 잘 되고 있냐?"

"... 전혀."

"성공 기미는?"

"아니..."






3시간 째 기다려도 김태형의 연락은 묵묵부답인데 물어봤자 뭐하냐. 실패할 것이 뻔하지.

이때까지 연락이 없다는 건 망했음이 분명해!

사람은 앞뒤가 다르다고 방금전까진 뭐가 두렵냐, 용기를 내라 소리치던 사람이 돌아와서는 실망할 대리님의 표정이 무서워서 실패했다는 말도 못 꺼내는 내 모습이 참 우스워 보였다.

그래도 어차피 안 올 김태형이라면 할 말은 하는게 낫지.






"애초에 어려운 임무였어. 낙심하진 말고."

"내 인생은 왜 이리 뭣같냐."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을 주냐고. 사람은 원래 신이 자신에게만 불공평하다는 멍청한 생각을 한다더니 그 멍청한 인간이 나였나 보다. 어쩔 줄 모르고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있으니. 전정국은 내게 자판기에서 뽑은 비타 5000을 건냈다. 비타 5000... 맞다... 김태형한테 500원도 갚아야 되지, 나.






"그나저나 박지민이 너 찾던데."

"박지민이? 왜?"



"몰라. 비서가 비서일 안하고 농땡이 피웠다면서 온 회사를 찾고 다니던데."






아, 그건 또 쓸데없는 소유욕이 발동해서 그랬을거야- 하며 넘어가고 싶었지만 박지민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 뻔해 왠지모를 불안감이 맴돌았다. 왜 나를 찾는거야, 이 인간은. 하여튼 가만히 있는 날이 없어, 진짜.






"그래서 내가 말해줬어, 너 잠시 볼 일 있어서 나갔다고."

"그랬더니 뭐래?"

"당신이 관리부 전정국 대리냐고 묻던데."

"......"

"그래서 맞다고 했지."






`저도 친구 있거든요!`
`그 친구가 누굽니까.`
`관리부의 전정국 대리요!`


아... 불현듯 예전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전정국의 이름을 외워놨던 것일까. 기억력 하나는 쓸데없이 좋지 진짜. 괜히 전정국에게도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전정국도 나처럼 찍힌 것 같지 아마...

왜 박지민이 전정국에게 집착하는 건지 모르겠다. 전정국이여서 그런거야... 내 친구여서 그런거야 혹시... 남자여서?! 뭐래 나 지금 무슨 생각하는거야.






"야, 정신차려."

"어, 어..."

"아까부터 왜 넋을 놓고 있냐."

"아무것도 아니야."






전정국이 넋 나간 내 어깨를 두드리자 집 나간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나 진짜 별 생각을 다 하고 있구나. 사회생활 겨우 2일차인데 세상 다 살았지, 아주.






"하긴 넋 나갈만 하지. 기자회견이 내일인데."

"뭐, 내일?!"






그걸 왜 이제 말해! 안 말해줬어? 너 빼고 이곳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나보다 더 놀란 전정국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몰려오는 당혹감에 죄 없는 전정국의 등짝만 내리쳤다. 아니야... 안 말해줬을리가 없는데.






"와 너 진짜 모르고 있었구나. 그럼 너 완벽히 당한거야."

"......"

"기자회견이 내일이라고 기사까지 떴는데. 하다못해 김태형도 알고 있었을 걸."

"......"

"그런 김태형을 섭외해 오라는 임무는 애초부터 하늘의 별따기였고."

"......"

"마녀사냥 한거지. 김태형 섭외 못 하면 홍보부 전체 책임이니 한 사람에게 그 책임을 돌리자고 합의 본 거야."

"그럴리가..."

"넌 그 수법에 당한 희생양이고."






있구나. 그럼 난 그 어이없는 수법에 당한 어리석은 희생양인거네.

드라마에서 보던 강자들이 노리는 약자. 늘 당하기만 할 수 밖에 없는 약자. 늘 드라마를 보다보면 왜 약자는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나, 저것도 다 재미를 위해 꾸며낸 것 뿐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그 주인공이 돼 보니 진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눈 뜨고 당한다 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아, 내가 주인공이라는 것도 착각이려나. 취업준비생 때는 그저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너무 하고 싶었다. 늘 영화나 드라마에서 `오피스`란 평화와 로맨스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로맨스? 평화? 다 개나 주라 그래.






"여주씨, 잠깐 저희 좀 보시죠."






이렇게 무슨 목적인지 알고 있는 부름에도 응답할 수 없는데. 이것이 내 위치이고 이 위치에서 감당해야 할 수난일까.






"네... 알겠습니다..."






도대체 그 위치란 거, 누가 정하는건데.








Office 208.

사무실의 분위기는 진지했다. 괜히 분위기 잡고 마녀사냥이라도 해보겠다는건지. 김석진 대리님의 어이없는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대리님도 이 소식을 몰랐던 것 같다. 알았는데 윗전의 입막음으로 알려줄 수 없었거나.

대리님을 이어 부장님이 들어왔다. 부장님은 입사 후에 처음 본다. 벌레보듯 나를 흘겨보는 눈빛. 부장님은 나를 딱 귀찮은 몰이감으로 생각했는지 내게 무심한 시선을 던지고는 예정된 각본을 꺼내들었다.






"지금 저희 빅히트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기자회견이 내일이라고요.

"......"

"모든 기자들 앞에서 불화설에 대한 진상을 밝힐 수 있는 기자회견에 사람 하나 초청 못합니까?"

"......"

"이 일을 맡은 여주 씨가 한 번 대답해 보세요."






내가 이 각본에서 놀아줘야 그들은 만족할 수 있는걸까... 모두가 나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동공에 담긴 감정이란 그저 동정일 뿐. 정말 사회에는 다 똑같은 사람들 뿐인걸까. 대리님 조차도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주변을 훑었지만 모든 사람들은 다 똑같이 내 시선을 피하더라. 자신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 때문이겠지.






"대답하세요."

"... 할 말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변명... 같은 거 통할리도 없겠지만 하기도 싫었다. 그거 잘못했을때만 하는 거잖아. 뒤로 물러나기 싫어 낭떠러지가 있는 앞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것이 내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한 차선의 기로였고.
One way ticket. 왕복은 없는 편도만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


내 대답이 흡족했는지 부장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턱수염만 매만졌다. 모두가 다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나만 아니면 돼` 마인드의 `아니면` 에 걸렸다는 안도감. 그 안도감이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명확히 부각시켰다.






"할 말이 없으시다고 하셨습니까?"

"네. 저는 내일이 기자회견이라는 통보도 못 받았습니다."

"그래서요? 억울하다는 겁니까."

"아니요. 변명하기 싫습니다."






저 사람은 왜 괜한 고집을 부리고 그래-. 그냥 변명하고 말지. 그럼 퇴사 인생은 면하고 감봉만 될텐데. 다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동정만 하고 편은 되어주지 않는 흔한 타입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싶었다. 내 뚝심대로, 나의 믿음대로.






"그럼 퇴사하세요. 입사한지 얼마 안 됐으니 짐 챙기기는 수월할 겁니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 부당한 결과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회사에서 설 수 있는 위치가 그것 뿐이었던 것을,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내가 부족했던 걸로 치자.

부장은 사직서를 내게 건냈다. 스스로 퇴직할 수 있는 기회는 준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거야... 아님 이것도 하나의 수작인거야...






"기회 줄 때 스스로 나가요."






모두가 바라보는 곳에서 사직서를 쓰는 일만큼 수치스러운 일은 없었다.

참으로 의아했다.

몇 년을 공들인 일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건가.
왜 나는 다시 희미해져 가고 있지.


열정이 있던 때가 아른거렸다. 회사는 참 멋진 곳이라고 굳게 믿었던 어린 시절. 내가 어렸던 거였지 열정이 불타 올랐을 때는.

볼펜을 손에 꽉 쥐었다. 손목에 핏줄이 굵어져 울긋불긋하게 돋아났다. 사람이 억울하게 사직서를 쓰고 있는데 지켜 보고만 있는 방관자. 그런 방관자들은 아무런 손가락질도 받지 않는다.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것이 더 아픈 현실이려나.

지켜만 보는 사람들과,
그 뒤에서 웃고있는 사람들.







"다 썼으면 나가세요."

"......"






세상에 빛이 평행하게 들어온다면 결코 이 모두를 비추진 않았을거야, 아마. 눈물을 머금고 써 내려간 사직서는 어느새 서명란만 덩그라니 남겨져 있었다.






"참 안타깝네요. 입사 2일차인데. 안 됐지만 빠른 시일 내로 나가주세요."

"짐... 없어요. 내일 노트북과 함께 가져오려고 했던 참이라."

"그럼 더 잘 됐네요."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물 흐르듯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수 년간 쌓아왔던 노력이 사라졌다. 이 얇은 종잇장 하나로 인해. 성공 후에 잇따르는 실패.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내 인생은 한 번도 꽃이 핀 적이 없었다.

마지막 꽃잎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지려는 순간,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박지민이였다. 박지민은 그 마지막 꽃잎을 한 손으로 가볍게 받아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늘 그랬던 것처럼, 무덤덤하게.

전혀 덤덤하지 않은 나를 두고서.






"보다시피 지금 일이 이렇게 되었다 보니..."

"여주 씨가 뭘 잘못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홍보부 직원을 자르는 건 상관 없는데,"

"......"

"내 사람을 자르는 건 제가 상당히 불편해서요."






그 사람의 기준.
내 사람이라는 기준.


박지민은 내게 끝까지 자신의 사람이라는 기준을 덮어주었다. 박지민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저 비서인 내게. 내가 어느 순간 그와 친해진 것일까, 길들여진 것일까. 아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제 겨우 2일인데.

그냥... 그냥... 챙겨주고 싶은 것일 수도 있지.

`내 전용비서 하라고. 지금부터.`

그 말이 하필 이 순간에 신경 쓰일 줄이야.






"제 비서입니다. 홍보부 직원이기 전에."

"......"

"내 일에 집중하느라 홍보부 일에 집중 못한 건 당연한 일인거고. 제 말이 틀렸습니까?"

"...아, 아닙니다."

"할 말 없으면,"





찌익- 박지민은 내 손에 들려있는 사직서를 정확히 반을 갈라 책상에 다시 두었다.







"제 비서 데려갑니다. 각자 일이나 하시죠."






박지민은 나를 일으켰다. 내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 One way ticket. 편도를 달리는 나를 다시 되돌려 준 사람. 그 사람이 상사 박지민이었다. 지는 꽃을 억지로라도 다시 부여잡아준. 박지민에게 다시 신세를 지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냥 이 일을 조용히 넘기고 싶어 순순히 박지민을 따라 나갔다.

최대한 조용히 마무리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 그들은 결코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이 세계에선 늘 있는 합법이니까. 그걸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참 어리다.






"괜찮습니까."






어딘가 화가 난 듯 보이면서도 나를 배려해 주는 듯한 말투는 내 긴장이 바로 풀리게 만들었다. 어떤 말... 아니 상황설명이라도 하면 나만 비굴해 보이겠지. 입을 앙 다물며 괜히 고개만 숙이고 있으니 박지민은 제 손으로 내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 괜찮아요. 잠깐 사람들 사이의 다툼이었어요."

"뭔 다툼을 했길래 울면서 사직서를 쓰고 있습니까."

"......"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네...?"






이 울분 터지는 상황이 잘 돼...? 그새 다정함은 어디로 가고 또 싸가지로 변한건가. 나는 이렇게 억울한데 왜 혼자만 또 싸가지로 돌아가냐고! 울분이 터지다 못해 하늘로 승천할 지경이었다.






"잘 됐다고요. 이제 홍보부 그만 두는거죠?"

"아니요... 아직 안 잘렸어요."

"그럼 내가 찢은 사직서 다시 붙여서 갖다주고 와요."






헐...? 아까는 내 사람이네 어쩌네 하면서 북 치고 장구 치더니 지금 나보고 다시 나가라는건가?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어? 그럼 아까 내 사람이라고 했던건 뭐야... 또 사소한 장난에 불과한 건가?








"이제 내 전용비서 하라고."






이 말도 제발 장난이었으면 좋겠다.






"또 혼자 고생하지 말고."






근데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리온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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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er 님 안녕하세요! 사천점이 넘는 무려 4016포나 주시다니 너무나 감사합니다ㅠ 지각한 작가가 받기엔 염치 없을 만큼 큰 포인트로 저를 힘내게 해주셔서 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성실히 글 써서 독자분들을 더 자주 찾아 뵙고 싶어요ㅎㅎ 그만큼 노력할게요 어쩌면 저 혼자 노력해나갈 외로운 길의 옆에 항상 응원 가득 안고 지켜봐주셔서 언제나 힘이 불끈 납니다ㅎㅎ 저의 행복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글도 그렇지만 그 소중한 글로 이어진 Weller 님 또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이만 줄이겠습니다 포인트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최다포인트]



썸냐 님 안녕하세요! 승급전은 잘 통과했을랑가 모르겠네요 염원을 담아 그대의 4티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님 4티어 오시면 4인팟 슬쩍 끼워 드릴게요 물론 용병은 제가 할겁니다 빼앗지 마셔요ㅎㅎ 제가 지각하는 동안 글 쓰라고 들들 볶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정신 차리고 글 썼네요 네 님 시험 잘 봤으니까 길게 쓰진 않을게요 저는 사회 망친 사람이라... ㅎㅎ 뭐 이정도 길이면 충분하죠? 그럼 님도 이제 글 쓰러가요 제 생일에 맞춰 센스있게 5120포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그대









늦게 온 점 정말 접시에 코 박을게요ㅠㅠ 포명 날짜가 26일전 실화냐...ㅠㅠ 이제 정상 연재 들어갑니다! 기다려주신 분들 너무너무 고마워요

갠공에서 먼저 연재되고 있는 글입니다 도용 아니에요 연재는 2일 정도 빠릅니다 문의는 msha7410골뱅이naver.com 으로 편히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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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hyunaio123  1일 전  
 아니 팀장님 저도 전용비서할래요 나도 짐니사람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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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링해_  1일 전  
 치였어요.. 지민이한테.....

 답글 0
  테샤샤  1일 전  
 뭐야...2일차인데..넘 멋있자나

 테샤샤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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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혈아미가되고시퍼ㅠ  2일 전  
 뭐여 박지밍.....니정체를 밝혀랏!!!((뚜둥

 열혈아미가되고시퍼ㅠ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두두루나  2일 전  
 지민아ㅠㅠㅠㅠ너무 멋있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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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옌지  2일 전  
 지민아ㅠㅠㅠ사랑해

 -옌지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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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가애옹  14일 전  
 으악 오빠 좋아요

 슈가애옹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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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댕댕귤  16일 전  
 좋아여...

 유댕댕귤님께 댓글 로또 2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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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ㄱr팡팡th•̀ㅁ•́  16일 전  
 조아요...

 답글 0
  꽃유슬  16일 전  
 개멋있어..ㅠㅠㅠ

 꽃유슬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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