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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전정국] Enfant Maudit - W.설윤하
[전정국] Enfant Maudit - W.설윤하
"저주받은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저주받은 아이야."



"불길하군."





태어나자마자 난 부모님께 버려졌다. 저주받은 아이, `Enfant Maudit` 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마을의 하나뿐인 성녀는 어머니께 내가 태어나자마자 버리라고 말했다.
내가 저주받은 아이니까. 저주받은 아이는 주변의 사람을 해치고, 모든 이치를 뒤집어 놓으니까.
결국 난 어머니께 `김여주` 라는 이름과 조금의 금화만 받고서 길거리에 버려졌다.





운 좋게도 내가 18세가 되던 날, 나는 한 귀족 아가씨의 눈에 띄어 귀족가의 하녀가 되었다. 튼튼한 옷, 질 좋은 음식. 길거리의 생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생활이었다.
하지만 나는 저주받은 아이. 사람들과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길거리에 있을 때 나에게 곁을 준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셨다. 나와 만나기 전까진 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튼튼했던 분이셨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를 만나고 나서부터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시더니, 1달만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 뒤로 난 사람들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아가씨는 길거리 출신인 내가 불쌍했는지 늘 신경써주셨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나 때문에 사람이 죽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아가씨께서 황족의 교사가 되어 황궁으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이제 다시 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가씨는 황궁에서의 시녀로 나를 선택했다.
아가씨가 떠나고 나선 혼자가 될 나를 걱정하셨던 걸까. 혼자인 게 모두를 위해서 더 좋은건데.
하지만 난 아가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분은 내 주인이니까.





아가씨는 황궁에서 제 2황자인 전정국 전하를 가르칠 예정이셨다. 얼핏 듣기에 나와 같은 나이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난 그를 신경쓰지 않았다. 나랑 얽히면 모두가 힘들어지니까. 특히, 1황자와 2황자의 계승권 싸움이 절정에 다다른 지금은 더욱이 황자 전하와 접촉하는 건......
그러나 아가씨는 황자 전화를 가르칠 때 나를 불러 차를 가져오라고 하셨고, 그때마다 전하와 나의 눈이 마주치면 전하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셨다. 너무나 매력적인 미소.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한 건.
전하와 나는 가끔씩 밀회를 가지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전하께서는 나에게 키스하며 사랑을 속삭여주셨다.



"사랑해, 김여주."



"...... 저도요."



순간 대답을 하기 두려워졌었다. 설마 전하께서도 할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닐까, 라는 마음이었다.





하루는 아가씨께서 전하를 가르치시지 않을 때 나를 불러내셨다.



"여주야."



"네, 아가씨."



"네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냥 순간을 즐기렴. 망설이지 말고, 네 기분 그대로 행동해."



아가씨는 아시는 걸까. 전하와 나의 사이를.



아니, 내가 저주받은 아이인 `Enfant Maudit` 이라는 걸.





"솔직히 지금은 2황자님이 더 유력하시지. 폐하께서 더 총애하시기도 하고 말이야."



"하지만 1황자께서는 `장자` 라는 무기가 있네. 역사적으로 대부분 장자가 황위를 물러받았으니 말일세."



"이것 참, 줄을 잘 서야겠구먼."





요즘 대신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도 들려온다. 1황자께서 계승권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2황자께서 계승권을 가질 것인지.



`쨍그랑`



아가씨께 드릴 찻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부엌에 갔다와야겠어.



"아얏!"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시녀 중 한 명이 깨진 찻잔 조각에 긁혀 상처가 난 거였다. 나는 얼른 미안하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결국 나 때문에 누군가 다쳤다.





요 며칠동안은 전하를 뵙지 못했다. 계승권 싸움이 치열하다더니, 정말로 그런 모양이었다. 나는 처소로 가기 위해 달빛이 스며든 복도를 지나갔다. 저 멀리서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



"전하."



전하께서...... 내 처소 앞에 서 계셨다.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전하의 미소가 달빛에 반사되어 환했다.



"여주야."



전하는 말없이 나를 품에 안으셨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저절로 푸근한 미소가 나왔다. 나는 손으로 그의 등을 감쌌다. 그가 말했다.



"너도 알지? 형제끼리 싸우고 있다는 걸."



나는 묵묵히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내일이면 결판이 날 거야. 형이 살든, 내가 살든. 둘 중 하나는 죽겠지."



"전하......"



"그리고 살아남는 사람은 내가 될 거야."



어찌 그렇게 단정지으십니까. 확률은 반반인데.
그가 나에게 부드럽게 키스했다. 너무나 달콤한 키스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누구도 사랑하면 안 되는데. 이제 전하께 말씀드려야 할까. 난 저주받은 아이라고.



"전하, 할 얘기가 있어요."



"뭔데?"



"전...... Enfant Maudit 이에요."



전, 저주받은 아이에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살 가치가 없는.
이제는 전하께서도 나를 멀리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게 왜."



"전하께서는...... 제가 싫지 않으세요? 전, 저주받은 아이라고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놓는. 이 세상의 이치를 흐리게 하는. 그런 존재라고요, 저는."



"...... 그래서."



"전 전하와 어울리면 안 돼요. 전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고요."



"그래서 날 떠나겠다고?"



"전하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네가 나를 떠나는 게 가장 고통스러운 거야."



그가 다시 나에게 키스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는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침대에서 빠져나온 뒤 숨겨 두었던 단도를 꺼내들었다. 호신용 겸 자살용으로 숨겨둔 거였다. 나는 잠옷바람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수없이 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살고 싶었다. 전하의 옆에서 평생을 살고 싶었다. 꼭 그의 정비가 아니어도 좋다. 그냥 곁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래서는 안 되었다. 1황자와 2황자, 둘 중 한 명이 꼭 죽어야 한다면, 죽는 건 1황자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주받은 아이인 나는 전하의 곁을 떠나야 한다.
나는 단도의 끝을 내 가슴에 갖다대었다. 찌르려고 할 때,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젊은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1황자였다.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검이 쥐어져 있었다. 1황자가 말했다.



"처소에 없다 했더니, 계집과 함께 있었군."



안 돼. 말을 하면 안 돼. 전하께서 깨신단 말이다. 내 예상대로 전하는 눈을 뜨시고 1황자를 바라보았다. 1황자가 침대로 향해 걸어갔다. 전하께는 아무런 무기가 없었다.
아니, 단 하나의 무기만 있었다.



바로 나.



나는 1황자의 앞을 막아서고 단도로 내 가슴을 찔렀다. 죽으면 안 아파야 하는데. 너무 아프다. 검에 대하연 문외한이다 보니 어디를 찔러야 단번에 죽는지 몰랐다. 아무래도 빗나간 것 같았다. 그래도 1황자는 당황한 것 같았다. 목표는 달성했다.
눈이 스르르 감기려고 할 때쯤, 전하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옷에는 붉은 피가 묻어있었다. 내 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하께서 검을 쥐자마자 1황자가 등을 찌른 것이다.
결국엔 이렇게 되었구나. 내 존재가...... 전하를 죽게 했구나. 역시 난 살아서는 안 되는 존재였구나.



더 일찍...... 죽었어야 했구나.





Enfant Maudit. 저주받은 아이. 죽음의 기운을 몰고 다니고,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아이. 살아서는 안 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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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아뮹찡  6일 전  
 아 불상해 여주

 답글 0
  아름답고_아름다운_  6일 전  
 아 ㅜㅜ

 아름답고_아름다운_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아그네시아  6일 전  
 아그네시아님께서 작가님에게 1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지민1004사랑♥  6일 전  
 어흐...안돼ㅜㅜ

 답글 0
  슥ㅈ;  6일 전  
 슥ㅈ;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슥ㅈ;  6일 전  
 역쉬 작가님. 필력 쩌렁요!!!

 슥ㅈ;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6일 전  
 슬프네요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