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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작당글]오늘도 빈 캔버스를 묘사해갑니다 - W.설윤하
[작당글]오늘도 빈 캔버스를 묘사해갑니다 - W.설윤하
[작당글]오늘도 빈 캔버스에 당신을 묘사해갑니다





w. 설윤하
/작당글입니다.
/Trigger Warning :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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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아침입니다. 당신 없이 홀로 맞는 외로운 가을날의 아침이 또 나를 찾아왔습니다. 아직도 난 잠에서 깨어나면 내 옆을 보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들리던, 지민아- 라며 달콤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던 당신의 생기 넘치는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러나 내 옆에는 나 혼자 드넓은 사막에 버려진 듯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장갑 안에 새어들어온 눈처럼 사늘한 바람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아아, 차가워라. 내 곁에는 시린 추위에 몸을 떠는 나를 따뜻하게 감싸줄 사람이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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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간단한 아침을 챙겨 먹고 화실로 나갑니다. 아, 걱정 마세요. 당신이 생전에 일러준 대로 아침만은 숙제를 하는 초등학생처럼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아직 습관이 제대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실천하는 중입니다. 나, 꽤 말 잘 듣죠? 그곳에서까지 힘들게 걱정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잘 살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가끔씩은 내 생각을 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봐주세요.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당신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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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실로 가는 동안 보이는 거리의 풍경 중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집 앞 빵집에서 아침마다 빵을 구우며 풍겨오는 고소한 버터냄새도, 매일 같은 벤치에 앉아 비둘기들에게 과자를 주시던 주름 가득한 얼굴에서 인자함을 풍기던 할아버지도, 우리만 보면 살갑게 멍멍 짖으며 애교를 부리던 작은 집 없는 외로운 강아지까지 모든 게 다 그대로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강아지는 나를 보며 달려들었지요. 마침 가방 속에 간식으로 먹으려던 과자가 하나 있기에 그 아이의 입에 과자를 넣어주었습니다. 잘 먹더군요. 야속하게도 그 아이는 당신이 없는 것을 전혀 모르는 듯합니다. 모든 게 다 그대로였기에. 아, 달라진 점이 있겠다면 있겠군요. 이제는 당신과 함께 시원한 가을바람을 쐬며 이 거리를 걸을 수 없다는 것. 그것만이 달라진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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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림으로 둘러싸인 벽과 이젤,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캔버스가 하나 보입니다. 아직 머리카락 묘사밖에 하지 않은 미완성 그림입니다. 어서 완성시켜야 하는데, 마음대로 잘되지 않네요. 아침잠을 날려줄 커피를 하나 탄 뒤 의자에 앉아 멀리서 캔버스를 바라봅니다. 부족한 점이 몇 개 보입니다. 오늘은 그 부분을 조금 더 살려야겠습니다. 서랍 속에서 물감과 팔레트를 꺼내고 싱크대에서 물통에 물을 받은 뒤 이젤 앞에 앉아 비장한 듯 붓을 듭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좋아하는 책을 읽듯 집중해서 묘사를 해줍니다. … … 더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붓을 든 손이 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자꾸만 떨리고, 눈에서는 욕조에 목욕물을 쏟아내는 수도꼭지처럼 따듯한 눈물이 마구 흘러나옵니다. 캔버스 속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바라보듯, 아니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당신의 얼굴을 볼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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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생 남친 두고 어디 써먹겠냐며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당신의 요청에 약속하던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스케치하던 나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당신으로 인해 깨달은 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맑은 눈에 색을 칠하던 도중, 당신은 나에게서 영원히 떠나고야 말았습니다. 내가 화실에서 당신을 그리고 있을 때 걸려온 전화 한 통. 당신이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다는 병원에서의 전화는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당신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말. 당신은 마음 한 켠이 쓰러지는 성처럼 무너져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요. 나는, 그때 그런 기분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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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의 이름 앞에는 고 자가 붙어있습니다. 당신은 이제 김여주가 아닌, 고 김여주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별이 된 후로부터 그림에 집중하려 해도 손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웃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완성시키는 게 너무나도 힘듭니다. 붓을 한 번 움직이는 게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점점 당신의 형체가 잡힐수록 그리움은 배로 늘어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루빨리 그림을 완성하면, 그리움이 조금은 사라질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빈 캔버스에 당신을 묘사해갑니다. 그러나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하루하루 당신의 얼굴을 보는 걸 끝내고 싶지 않아하는 걸까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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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작당글]오늘도 빈 캔버스를 묘사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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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일차님  6일 전  
 작당 축하드려용

 답글 0
  F.L채냥  6일 전  
 작당추카드려요!♥♥

 F.L채냥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쮸_°ʕ•ᴥ•ʔ°  6일 전  
 으어 슬퍼요. ..ㅠㅠ

 답글 0
  지민1004사랑♥  6일 전  
 악 너무 슬프잖아요..

 답글 0
  침침왕자님  6일 전  
 악 이 글 진짜 응원했었는데 ㅠㅠㅠㅠㅠ 작가님 건필하세요 !

 답글 0
  사계봄  6일 전  
 (@^3^@) 글 잘쓰세요!!!

 답글 0
  홍설✍  6일 전  
 작당축하드려요♡

 홍설✍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6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1
  됴니듕이  6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건필하세요!!

 됴니듕이님께 댓글 로또 1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해늘  6일 전  
 °해늘님께서 작가님에게 146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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