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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Spero, Spera - W.꾸꾸현
Spero, Spera - W.꾸꾸현
 
미완성작. 그냥 두기 아까워 올립니다.











수강변경 마지막 날이었다. 아무런 생각이 없어 지금껏 듣던 걸 철회하고 철학과에 들었다. 베이지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던 한 남자애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하더라. 너 되게 재미없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게 나는 한순간 재미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릿속이 허물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보니 모든 게 다 지루해졌다. 교양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먹은 시뻘건 부대찌개도 재미가 없었고 라면사리를 추가시키겠다는 말을 해놓고선 콧잔등 위에 내리앉은 땀을 닦아내는 동기의 모양새도 재미가 없었다. 대학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식당이라더니 별 거 없더라. 너무 짰다. 그래서 맹물만 속으로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세계는 재미가 없는 것 같았다.






S p e r o S p e r a
꾸꾸현, 씀.






 철학과 교수는 열정적이었다. 통통한 볼살들이 파장을 일으키며 덜덜 떨릴 정도로 교수는 쉬지 않고 입을 움직여댔다. 학생은 단 세 명 뿐이었다. 한 명은 이미 두꺼운 전공책을 베개 삼아 엎드린 후였다. 교수는 자신의 수업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것 같았다. 아니고서야, 저렇게 침을 튀겨가면서 세 명 뿐인 학생들에게 열정적인 설명을 해줄 리가. 나머지 한 명은 처음보는 남자애였다. 그 애는 둥그런 안경을 쓰고 있었다. 색이 다 빠져 애매한 노란색이 되어버린 머리카락이 아래로 길게 뻗어있어서 그 애의 눈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안경을 쓰고도 앞자리에 앉아있는 걸 보아 눈이 굉장히 나쁜 애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좀 특이하긴 했다. 그 애는 마른 몸에 맞지 않게 커다란 오버핏 사이즈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티셔츠 뒷면에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그 애가 입은 바지가 보였다. 밀리터리 반바지. 지금은 9월 중순에 들어선 후였다.






"제군들."






 교수의 굵은 목소리가 공허한 강의실을 꽉 채웠다. 집중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내심 미안해져 고개를 정면으로 돌린 나였지만 굉장히 사차원적인 그 애를 조금 더 관찰하고 싶어서 정직하게 앞으로 향한 고개를 사선으로 삐뚜름하게 두었다. 세상에. 얼마나 미친놈인가 했더니 그 애는 뿡뿡이 캐릭터가 달린 빨간색 쫄쫄이 슬리퍼까지 신고 있었다. 지루했던 나의 세계가 순간 번쩍, 하고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 애는 고개를 돌리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깃대처럼 뻣뻣하게 고개를 세운 채로 교수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Spero Spera. 이 말을 알고 있는 제군이 있나?"






 순간 바르기만 했던 그 애의 고개가 살짝 흐트러진다. 곧 그 애가 손을 들었다. 교수는 의외라는 듯 분필을 쥐고 있던 검지와 엄지 끝을 세워 그에게로 가져갔다. 그 애가 말한다.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아. 자네는 이름이 뭐지?"




"김 태형이라고 합니다."




"그래, 태형 군. 대답해줘서 고맙네."






  의외의 목소리였다. 그 애는 교수가 물어본 질문에 차분하게 답하더니 다시금 흐트러진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재미있는 놈이다. 분명, 재미있는 놈이었다. 내가 픽, 하고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자 그 애가 고개를 돌려 건조한 눈빛으로 나를 가만 보았다. 삼백안에 짙은 호박색. 그 애의 눈동자가 그랬다. 초첨이 없는 듯한 형형하고 커다란 눈동자가, 빳빳하고 푸석한 탈색모에 가려져 호랑이를 연상케 했다. 딱히 그 애의 눈동자를 피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으나 살갗을 뚫고 피어오르는 알 수 없는 소름이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 애는 일 분 가량을 그러고 있었다. 교수가 헛기침을 하며 그 애에게 눈치를 주었을 때 즈음에야 그 애는 고개를 돌렸다. 순간, 희끄무레한 미소를 본 것 같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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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 사실 정말 보고 싶었던 장면


① 바텐더 태형.

② 그가 운영하는 바와 네온 사인 불빛들.

③ 태형이 일하는 중앙 선반의 벽면에 네온으로 새겨진 Spero, Spera.

④ 태형이 자신의 바에 찾아온 여주를 보고 피식 웃다, 담배를 꼬나물고 연기를 내뿜는 모습. 

⑤ 제 세계는 재미가 없으니 제게 재미를 찾아달라고 말하는 여주 에게 가볍게 툭 던지는 말. "Spero Spera.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겠지. 찾아 봐. 그 재미."

⑥ 태형이 말하는 제 세계.




여유가 된다면, 완성작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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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환상   2일 전  
 현... 너무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네 글 읽는 것도 진짜 오랜만이다 되게 감회가 새롭고... ㅋㅋㅋ 아픈 데는 없지? 사실 내가 너무 뜸해 조만간 방빙 뜰지도 몰라 그래도 절대 안 잊어 알지 사랑해 ❤❤❤❤❤❤❤

 답글 2
  蠟花  5일 전  
 너무 좋아요ㅠㅜㅜㅠ글 잘 읽고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蠟花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강하루  7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8B  7일 전  
 며칠 전 다시 제 글에 댓글을 달아 주셨던 보고 싶었던 꾸꾸현 님 맞죠? 제가 예전에 꾸꾸 님이라고 부르곤 했었는데... 꾸꾸현 님과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아주 보고 싶었어요

 8B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4
  JPP  7일 전  
 ♥♥♥

 JPP님께 댓글 로또 2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