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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900일 자축글] 너와 나, 그 밤 - W.잘큐
[900일 자축글] 너와 나, 그 밤 - W.잘큐





너와 나, 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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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세차게도 내린 날이었다. 나는 아팠다. 그는 나로 인해 아파했고. 나로 인해 안도했다.





아침은 상쾌했다. 바람도 조금은 선선하다고 느낄 정도로 불었고, 해는 덥지 않을 정도로 날 비추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를 정도였다.



`상쾌하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미지근한 물에 몸을 씻으며 잠을 떨쳐냈다. 오랜만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었기에 정해져 있는 일정은 없었지만 대략 무얼 할까를 고민했다. 물론 아무런 결정도 나지 않은 채로 나는 샤워를 끝냈지만 괜찮았다. 오늘은 내 마음대로 지내도 됐으니까.



조금은 차가워진 몸을 이끌고 무작정 냉장고 앞으로 갔다. 어릴 적부터 차가운 냉장고는 나의 휴식처였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뜨거웠던 몸 탓에 차가운 냉장고 앞은 나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냉장고를 열고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멍하니 내부를 쳐다봤다. 냉장고엔 엄마의 사랑이 꽉 차 있었다. 혹여나 딸이 안 좋은 음식을 사서 먹지는 않을까 싸준 반찬이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먹을 게 없나.`



그럼에도 나는 짜증이 났다. 밥을 해먹을 정도로 배가 고팠던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머리를 한 번 돌리고는 다시 냉장고를 살펴보았다. 이런 좋은 날에 화를 낼 수는 없는 터. 눈을 도르르 굴리며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맨 아래쪽에 맥주가 보였다. 남자친구가 마신답시고 4개가 사놓고 마시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내가 안 먹으면 돈 낭비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저 술을 마시고 싶은 거였지만 마음속으로는 혼자 나를 납득시킬 변명을 수백 가지를 생각해내며 맥주 하나를 꺼내 들었다.



차가워진 몸이라 해도 냉장고에 오래 내버려둔 맥주만 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손은 마치 얼어버린 것처럼 차가워졌다. 하지만 그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혼자 보내는 주말이라는 타이틀이 모든 것을 좋게 볼 수 있게 만든 탓일 것이다.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켜 그동안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재생해두고 맥주를 땄다. 맥주는 청량한 소리를 내며 무수히 올라오는 거품 소리와 함께 따졌다. 언제 들어도 좋은 소리였다. 맥주를 조금씩 마시며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을 몇 시간이나 보냈다.



드라마 몇 편을 보니 시간은 훌쩍 가고 벌써 창밖은 어둑해졌다. 밖에는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드라마에 취해 비가 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나 보다 싶었다. 그러고 나니 고작 드라마 몇 편에 내 소중한 주말이 뺏긴 것에 기분이 안 좋아졌다. 뭔가 더 다양한 것을 해볼까 싶었는데 드라마에 정신이 뺏겨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이 미웠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하며 노트북을 끄고는 다 마신 맥주캔을 구겨 옆에 놔뒀다.



`이제 뭐 하지.`



평소에는 주말을 혼자 보내지 않는 터라 혼자 보내는 것이 이렇게 지루한지 몰랐을 지도 모른다. 옆에 누가 있으면 시내라도 나가 구경이라도 할 텐데 정작 혼자 있으니 나갈 생각조차 못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멍청해 보였다. 나갈까 싶다가도 시간 핑계, 날씨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으려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갑자기 이렇게 확 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니 당황스러웠다. 원래 이렇게 자기비판이 심한 사람도 아니었으니 당황스러운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감정의 댐은 무너졌고 나는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손으로 눈을 비볐다. 지루해서 운다고 하면 남들이 비웃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빈속에 마신 맥주 덕에 머리도 아파 오기 시작했는데 울기까지 하니 몸은 완전히 녹초가 됐고 나는 비틀비틀 침대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한바탕 눈물을 쏟아 부었다. 몇 분이 지나니 눈물은 멈췄고 지루하다고 운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침만 해도 좋다고 헤실헤실 웃던 내가 밤에는 지루하다고, 같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울고 있다는 것이 너무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르릉]



짧은 전화음이 핸드폰에서 울렸다. 전화할 사람이 없을 건데 하며 핸드폰을 들어 누가 전화를 했는지 확인했다. 남자친구의 전화였다. 오늘 회사를 출근해야 한다고 집에 오지 못한다고 했던 남자친구의 전화였기에 나는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자기 뭐 하고 있어요?]

"나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어요."



눈물을 참으려고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 그 노력에 배신하듯 눈물은 계속 났지만.



[자기 왜 울고 있어요? 나 없어서 그런 거에요?]



울고 있는 소리가 최대한 안 들키려 조심했지만, 남자친구는 결국은 우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엔 그가 없어 운 것이 아니었지만, 전화가 와서 울기 시작한 것은 그가 없었기 때문이었기에 딱히 반박은 하지 못했다.



[자기 진짜 그런 거에요? 지금 내가 갈까?]

"아니에요. 힘든데 집에 있어요. 나 괜찮아."

[진짜 괜찮아요? 걱정되는데.]

"진짜 괜찮아요. 자기 쉬어요. 나 좀 쉴 거라 전화 먼저 끊을게요."



우는 것을 더 들키지 않으려고 전화를 부랴부랴 끊고 억지로 잠을 청해보려 불을 껐다. 눈물을 계속해서 흘렀지만 나는 눈을 꼭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몸은 녹초였던 상태였기에 나는 빠르게 잠을 자기 시작했다.



다시 깬 건 밖에서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를 때였다. 삑 삑 삑 삑 규칙적으로 나는 비밀번호가 나의 귀를 자극했고,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멍하니 문을 바라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짐을 바리바리 싸온 남자친구였다. 한 손에는 꽃다발과 다른 손에는 초코우유를 들고 등에는 가방까지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온 남자친구를 보며 나는 졸려 놀라지도 못하고 멍하니 남자친구를 보았다.



"자기 자고 있었는데 내가 깨웠어요?"



그는 다정했다. 탁자에 꽃다발과 우유를 내려놓고는 잠이 덜 깬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가까이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 사는 남자친구가 내가 울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회사 갔다 와서 힘든 몸으로 와준 것이 느껴졌다. 그의 눈엔 피곤과 함께 애틋함이 서려 있었다. 그의 눈을 보니 눈물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며 그의 품에 안겼다. 그는 당황하며 어색한 손길로 내 등을 토닥여줬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눈물은 멈췄다.



"자기 다 울었어요? 왜 그렇게 울었어. 마음 아프잖아."

"자기 울지 말라고 초코우유도 사오고 꽃도 사 왔어."

"이제 울지 말고 다시 자자. 초코우유는 내일 아침에 마시고."



그는 그렇게 나를 위로하며 내가 다시 잘 수 있도록 도와줬다. 맹목적이라면 맹목적인 그의 사랑에 그의 소중함을 느끼며 더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겼다.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를 사랑할 것이다.



"자기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요."








아잉 뽀잉 흑화님 축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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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실제 이야기가 절반 정도 섞여 있습니다. 운 이유는 달라요... 전 절대로 혼자 있다고 우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작가의 남자친구 자랑입니닷! 끝이 허무한 건 기분탓~


900일 동안 느리게 굴러온 작가와 함께 달려와준 우리 님들 너무 고마워요. 몇 달 만에 글 올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ㅎㅎ 여러분 언제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하트). 저는 종강해서 이제 본가 갑니당!


여러분 아디오스~(별별)(별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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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로슈소라  15일 전  
 글 올리고 계셨었네요 진짜 너무 벅차요 비록 처음부터 본 독자들 중 1명은 아니지만 레오꽤 오래 봤던 것 같아요 글이 전이랑은 조금 바뀌셨네요 이런 느낌도 좋아요 지브리의 주인공이 어른이 된 것 같잖아요 좀 늦었지만

 로슈소라님께 댓글 로또 2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백 연화  31일 전  
 900일 축하드립니다 글 너무 잘 읽구 가요 ♡0♡

 백 연화님께 댓글 로또 2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잔혹  32일 전  
 잔혹님께서 작가님에게 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한울!유니버스  32일 전  
 900일 축하드려요!!!
 저도 저런 남친 사귀고 싶네요ㅠㅠㅠ 막 여친이 운다고 초코우유와 꽃다발 사오는 남자라니뇨 설렘사로 심쿵이에요

 한울!유니버스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찜태꾹이  32일 전  
 900일 축하드립니다ㅏ!! 뭔가 운 이유가 꽃다발을 사왔다고 하니, 무슨 기념일같은걸 아무도 축하 안해줘서 그런것 같은데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ㅏ 무시하셔도 돼요) 암튼 부럽다구요... 제 솔로라이프를 응원합니다..

 찜태꾹이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황갈량네박참새  32일 전  
 900일 축하드랴요!!

 답글 0
  bluesnow  32일 전  
 흐아..이렇게 애잔하면서 달달한 글은 첨이에여ㅠㅠ

 bluesnow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iwu  32일 전  
 저 얼마 전에 헤어졌다구여!! ㅠㅠ 근뎅 달달하네여...

 iwu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한-06  32일 전  
 남친님, 괜찮아요 제가 설마 남친님 죽이겠어요? 그러니까 나와줘요... 남친님을 찾고 있잖아요....ㅠ

 한-06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민달팽이❣  32일 전  
 ❣민달팽이❣님께서 작가님에게 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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