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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작당글]저는 아직도 우주를 부유하는 중이에요. - W.김웅
[작당글]저는 아직도 우주를 부유하는 중이에요. - W.김웅





저는 아직도
우주를
부유하는 중이에요











-2469호, 현 위치 보고하라. 보고하라.

-수신. 2469호, 현재 무전을 끊으려 합니다.

-뭐? 2469호, 대답하라. 무슨 소리지?

-우주라는 곳은, 제게 너무 버겁습니다.



너무나 초라해, 자꾸만 느껴지지도 않는 눈물이 흐르니까요.





***





우주는 절 달가워 하지 않아요, 난 하찮은 먼지일 뿐이니까. 광범한 우주를 떠다니며 운석에 맞아 죽는 다면 그런 대로, 달 구덩이에 추락해 죽는다면 그런 대로 잊혀질 저는 2469호, 사치 따윈 생에 남아 있지 않은 실험체입니다. 전 어머니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애초 피 같은 거 들끓지 않는 게 저란 존재니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말 한 마디면 불구덩이에 뛰어 들어야 하는 게 저니까요. 죽는 것은 저의 선택이 아닌 우주가 내린 운명이고, 어쩜 제가 불시착으로 지구에 떨어져 버린 것 또한 운명이었을지도 몰라요. 내 분수를 알라는, 욕심을 가진 저에 대한 벌이었을지도···







제 삶의 첫 번째 여행이었어요. 물론 우주도 여행이라면 여행이지만 검고 넓은 곳을 도착지도 모른 체 부유 한다는 건 꽤나 무서운 일이거든요. 옷이 튼튼해 죽지는 않았지만 발이 뜨겁고 아팠어요, 처음으로 추락을 경험한 전 겁에 질려있었죠, 하늘도 저를 비웃었고 태양 조차도 바람과 함께 웃어 댔죠. 제가 떨어진 곳은 전망이 뛰어난 초록빛 지형이었어요. 지구인들은 그 곳을 산이라 부르더군요. 까슬까슬한 열매 껍데기가 우주복을 긁어 대려 대굴대굴 굴러왔지만 튼튼한 제 우주복은 칠만 벗겨졌을 뿐 고장 나진 않았어요. 모자를 벗자 고요한 공기가 제 얼굴을 덮었는데 그 때의 설렘은 잊을 수 없어요. 매일을 소리 없는 공포에 살던 제가 지구에 와서 처음 느낀 것은 저를 위로 해 주는 따뜻한 공기였으니까. 제가 마시는 공기들은 모두 오래 되고 썩어가는 공기라, 무겁고 텁텁했는데 지구의 공기는 그렇지 않더군요. 꼬리 달린 생명체가 나무를 오르고, 작은 열매를 볼에 잔뜩 넣는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이런 아름다운 별을 제 주인님이 아신다면, 분명 가지려 들게 뻔 했어요. 제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하루, 오늘이 지난 새벽. 전 기지로 돌아가 탐사한 별을 보고 해야 하죠. 난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지구를 배회 하기로 했어요.










산이라는 곳은 정말 가파르고, 내려가기 어려운 곳이었는데, 금세 적응한 저는 평지에 다다랐죠. 마침내 힘을 빼고 발을 내딛은 곳은 높은 건축물이 무수한 곳. 그곳을 도시라고 부른 다는 건 뒤늦게 알았지만요.









건축물이 많은 곳은 지구인들이 많아 부담스러웠어요. 그들이 저를 발견 하게 되면 경악을 금치 못 할 거니까요. 전 돌연변이고, 괴기한 존재이며 공포에 대상인 걸 알아요. 결국 끝까지 걸어보지 못 한 저는,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내려 올 땐 쉬웠던 길인데 올라가려니 풀들도 절 방해하고, 무거운 우주복은 짐덩이일 뿐이더군요. 겨우 꼭대기에 도착하여 주저 앉은 저는 제 눈에서 물이 흐르는 걸 보았어요. 저 멀리 우주에서는 눈물 같은 거 느낄 세 없이 물이 모두 떠서 흘러가 버렸는데, 지구에서는 그렇지 않았어요. 제 눈에 흐르는 동글한 물방울이 피부에 닿아 축축했고 지금껏 못 느꼈던 감정이 격해진다는 걸 느꼈죠. 눈물 한 방울이 말라 갈라진 제 다리에 뚝 떨어지고, 삐쩍 마른 제 다리가 너무 못나 보여 울음을 그치지 못 했어요. 우는 걸 들키면 안 될 텐데, 이렇게 크게 울다 누군가 에게 들키면 그만 해부 당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헐떡 거리는 숨은 평온 해 질 틈이 보이지 않았어요. 울면 안 되는데, 그런건 사치인데···





-···
-···









결국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시야가 흐릿했지만, 그 분의 첫인상은 특별 했어요. 제가 처음으로 마주친 지구인이었고, 절 보자마자 비명을 지를 줄 알았지만 그 분은 다가 오셨죠. 제 모습을 보고서 도망치지 않았어요. 더럽다며 맞고 살던 전 동그랗게 두 눈을 키운 채 다가오는 그 분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 했어요. 시간이 멈춘 듯 했죠. 신기하게도 지구에선 시간이 흐르는 게 느껴져요, 우주에선 그렇지 않은데.







-넌 누구니?
-전 2469호예요.
-외계인...이네...
-외계인이 뭐예요?







그날 처음 알았어요. 그곳에서 저희 같은 이들은 외계인으로 칭해졌고. 두려움의 대상이란 것을.







-전 외계인이 아니에요.
-그럼?
-제 위에 계신 분이 외계인이 아닐까요.





그분들은 모든 행성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시니까요. 지구인들에겐 정말 무시무시 할 거예요. 하지만 거리낌 없이 제게 다가 온 이분께 스스로 외계인이란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르는 게 느껴져요. 어쩌면 흐르는 시간 동안 제 심장은 만 번은 넘게 뛰었을 거예요. 처음으로 쿵쿵 대는 소리가 들려왔으니까.





-그럼 너는 뭐야?
-전 2469호예요.
-이름 없어?





이름이 없냐는 그 분의 말에 저는 고개를 저었어요. 잠시 귀여운 얼굴로 고민을 하시던 그 분께선 일단 자신의 집으로 가자며 제 손을 끌었죠. 직접적으로 느껴진 감촉이 따갑게 느껴졌어요. 허공에 떠 있던 제 몸이 누군가에게 잡혀있고, 아름다운 미소와 눈이 마주친 저는 그 분을 보지 못 했어요. 계속 보다 간 그 분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이게 단지 몇 분만에 느낀 감정이란 게 신기하기만 해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제가 부유하던 우주를 몇 시간 후면 볼 수 있다는 것도. 우주는 지금도 깜깜하기만 할 텐데, 밝디 밝은 지구의 하늘은 저를 재촉하더군요. 네가 있을 곳은 그런 행복이 아니라고. 알아요, 아는데 조금만 더 즐기려구요.







***





-2469호! 이름은 뭐로 할까?
-이름은 그 분들만 가질 수 있어요.
-그 분들?
-···아녜요. 정해주세요.
-으음··· U 어때? 부르기도 좋고, 어울리기도 하고.
-좋아요 U.




그분은 제게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마냥 모든 게 신기했던 저는 그 분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를 귀에 담으려 애썼죠. 우주에 돌아가면 귀가 먹먹해져, 소리를 듣기는 어려우니까 말이에요. 긴 머리카락을 사륵 사륵 넘기며 저를 뚫어져라 보는 그 분에 그만 볼을 붉히고 말았어요. 정말 볼이 빨개졌나 모르겠지만, 적어도 화끈 거리는 얼굴이 느껴졌으니까요. 수년 간 멈춰있던 심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 그저 먼지 같던 제가 걸어 다니는 생명체가 되었을 때 느끼는 희열감은 말로 설명 할 수 없어요. 별의 옆에서 떠다니던 게 불과 몇 시간 전, 이 곳에서는 밤이 되면 별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아주 작아진 별을. 그럼 저도 꽤 큰 존재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당신은 아름답네요.
-뭐?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운거야ㅋㅋㅋㅋ





그러게요. 당신을 보니까 자연스레 나오는 말이었는데, 무섭다는 말 밖에 모르고 살던 제가 아름다움을 느낀 게 처음이라 바보 같은 표정으로 말 한 것 같아요. 그래도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요.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도, 바람에 춤 추는 머리칼도, 선홍빛의 입술도, 살짝 휘어진 눈매도. 모든 것이 황홀하네요. 제게 당신은 별보다 어여쁜 지구인. 다시 우주로 돌아 가면 별을 쳐다 볼 수 는 있을까요. 볼 때 마다 당신이 떠오를 것만 같아요.







-한숨 푹 자, 피곤 할 텐데. 나중에 밤이 되면 별 보러 가자.
-네 실례가 안 되면 조금만 잘게요.





실은 자고 싶지 않았지만, 피로가 잔뜩 쌓여 눈커풀이 뻐끔뻐끔 깜빡 거리더라고요. 이래서는 당신의 모습을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없을 것 같아, 조금만 자고 일어나는 것을 선택했어요. 결과적으론, 제가 눈을 뜨자 이미 해가 지고 난 후였죠. 몇 시간 후, 해가 떠오를 기미가 보이면 전 돌아가야 해요. 제 옆에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이 분과 별을 보고 싶어요. 밤에는 얼마나 예쁠까요. 반짝이는 별도, 큰 달도 무섭기만 했던 행성들 아래 저를 쳐다볼 당신의 모습에 설레어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으응··· 나도 잠들어 버렸네, 나가자 얼른.
-얼른 나가요, 얼른요.






처음 만난 제가 뭐라고 이리도 친절히 대해주시는 지, 제가 징그럽지는 않으신지. 말 못한 걱정이 참 많아요. 하지만 또 다시 손을 잡고 올라간 옥상에서 바라 본 밤하늘에 넋을 잃었죠. 지금껏 제가 떠돌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반짝이는 하늘이 너무 슬펐어요. 눈물을 흘리는 저를 보며 당신이 그러셨죠. ‘고향이 그립구나? 괜찮아, 갈 수 있을 거야.’ 당신은 아마, 제가 고향을 그리워 한다고 착각을 하는 듯 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아니라고 답한다면, 우리의 헤어짐은 아름다울 수 없을 거니까, 적어도 당신의 입은 계속 해서 웃었으면 해요. 우는 것은 저 하나 만으로도 족해요. 아름다운 하늘 만을 믿고 사는 당신에게 처참한 우주를 알려 줄 수 없으니까.







-밤하늘 예쁘죠?
-U는 이런 하늘을 매일 보는거지? 부럽다.
-네···정말 예뻐···요.





꾸역 꾸역 흐르려던 설움을 삼켜 낸 저는, 또 어느새 지나가 버린 시간을 느끼며 심장이 멈췄어요. 잠시 나마 꿈 같았던 당신과의 만남도, 막을 내리겠죠. 저 멀리 해가 보이는 걸 보면, 이제 가야 할 때가 됐어요. 당신은 내일이면 오늘을 기억 하지 못 할거고, 저 멀리 우주에서 당신을 그리는 절 알지 못 하겠죠. 제가 우연인 척 이곳에 다시 떨어진다면, 그때도 놀라시지 않을 건가요. 아직도 지구라는 별의 존재를 모르는 저의 윗 분들이 이 곳을 알게 되면··· 모든 사랑이 갈라지고, 이 별에 사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짓밟아버리는 꼴이 되겠지요. 적어도 이 곳의 사람들이 당신과 같다면, 모두 순진 할 것이 뻔하니까. 단 한 번의 침략으로도 정복 할 것이 뻔해요.





-U.
-네?
-보고 싶을 거야.
-···
-영화 보면, 보통 이럴 때 헤어지던데.
-···당신은 똑똑하기도, 아름답기도 하네요.

.
.
.


-꿈이지?
-네, 꿈이에요.
-행복한 꿈이었어. 우주인과 우주를 보는 거.
-···




당신께 저는 외계인이 아닌가 보네요. 우주인 2469호.



-2469호, 우주 복귀하겠습니다.
-수신, 2469호 빠른 속도로 불러 들인다. 대기 하도록.




제가 잘 못 본 게 아니라면, 무전을 하는 동안 그 분은 눈물을 훔치신 듯 했어요. 가뜩이나 별이 자욱한 밤이라, 눈물 한 방울에도 수 천 개의 별이 담겨 반짝 하곤 빛났으니까요.






***






한낱 꿈이었어요, 그러니 전 아무렇지 않게 우주를 배회하고 있겠죠. 아무렇지 않게… 라면 거짓말일까요. 실은 아무렇지 않지 않아요. 단지 하루였을 뿐인데도, 직접 느껴지는 제 눈물의 감촉이 잊혀지지 않아요.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려도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 이 곳은, 횡량한 사막과 다를 것이 없어요. 우주복을 벗어 던지고 영영 긴 꿈을 꿀 수만 있다면, 그 곳에선 당신을 만나 행복 할까요. 우주에 버림 받은 전 선물 받은 이름을 쓸 수 없어요. 그 누구도 제 이름을 궁금해 하지 않았고, 불러주지도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제 이름은, 당신만의 호칭이에요. 우리가 다시 만난 다면 전 2469호가 아닌 U라는 이름으로 당신께 소개 할 수 있을까요.







오늘 따라 우주가 더욱 조용해 서 인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희끄무레 하게 보이는 지구의 모습, 그리고 들려오는 지구의 소음이 우주를 지배 했음 해요. 작게 나마 들리는 소음에서, 왜 당신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지. 이 곳에서 우는 제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길 바라요. 나의 첫 번째 지구인. 당신은 너무도 따뜻한 사람이라, 그 어떤 행성들도 당신을 떠올리게 하진 않아요, 다만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빛나는 밤하늘이, 우리의 시간을 앗아간 듯 울음을 재촉하네요.





-U. 아직도 우주를 부유하는 중입니다. 보이십니까?



당신이 보고 있는 별똥별의 이름은 U, 저겠지요.














부족한 글 읽고 투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일 하루 전날 작가 당선 되다니, 너무 너무 큰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끝까지 열심히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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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온밈  25일 전  
 글 너무 좋습니당 ㅠㅠㅠㅠㅠ

 답글 0
  보라도리☆  28일 전  
 보라도리☆님께서 작가님에게 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보라도리☆  28일 전  
 헐.. 글 진짜 다시봐도 너무 짱 인거 같아요ㅠㅠ

 답글 0
  여이유리  28일 전  
 너무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

 여이유리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달빛우주  28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달빛우주님께 댓글 로또 1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김댜링  28일 전  
 미쳤습니다 사랑해요 응원합니다 건필하세요ㅠㅠㅠㅠ 생일 미리 축하드려요♡

 답글 1
  망개한슈미  28일 전  
 글너무좋아요ㅜㅜ건필하세요♥

 망개한슈미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너처럼,  28일 전  
 너처럼,님께서 작가님에게 1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1
  너처럼,  28일 전  
 세상마상.. 작도 되셨다니..!!ㅠㅠㅠㅠㅠㅠㅠ♡

 너처럼,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3
  JPP  29일 전  
 ♥♥♥

 JPP님께 댓글 로또 1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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