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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장난치기 꿀팁
방탄빙의글 01. 전직 연예인 박팀장님 - W.늘푸른
01. 전직 연예인 박팀장님 - W.늘푸른







전직 연예인 박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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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전직 연예인 박팀장님











Office 100.

사무실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뭐, 나는 개인 비서실을 써서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문제는 계속 내 비서실에 들어와 툴툴대는 정국이었다. 이 녀석은 내가 비서된 일이 그렇게 궁금한지 계속 어떻게 됐냐고 묻더라. 아직 인사밖에 못 했는데.






"그래서? 그래서 박지민 반응은 어땠는데."

"그냥... 웃었어. 내가 노래 잘한다고 말해서."

"뭐?! 야 미쳤어?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안 짤린게 용하다 진짜."

"야, 내가 그 정도로 못 부르진 않거든."






양심상에 문제가 있네-. 전정국은 콧웃음을 치더니 비서실 안 여러 물건들을 괜시리 툭툭 쳤다. 설마 나 혼자만 승급하게 생겼다고 질투하는 건가...? 뭐 이제 잘리지만 않으면 내 승급길은 열렸으니 전정국 위의 차장 직도 따놓은 단상인 셈이었다.








"근데 박지민은 왜 너를 그냥 보내줬대."

"몰라. 안 짤렸으면 그걸로 만족."

"설마... 그 사람이 너 좋아하나?"






미쳤냐. 이게 못하는 말이 없지. 바로 반응이 날라오는 나의 행동에 전정국은 키득키득 웃으며 뒷걸음질 쳤다. 심각한 나의 표정을 보고 바로 미안하다 꼬리를 내리긴 했지만. 그 무뚝뚝에 답이 없는 인간이 누굴 좋아하긴 하겠냐. 결국 나만 심각하지, 나만.






"너가 신기록 경신 중이야. 박지민 상대로 1시간 버티고 있는 신기록. 보통 이맘때쯤 해고 통지 날라와야 하는데 박지민이 가만히 있잖아."





첫인사 이후로 박지민이 부르질 않았으니 가만있지... 내가 대단한 건 아니라고, 나는 인사만 했어. 내 변명 아닌 변명에 전정국은 이미 회사에서 내 이름이 유명해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건냈다. 그 인간이 얼마나 유명하기에 한 시간 버텼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나? 내 사고력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박지민이 워낙 인기있는 연예인이냐. 우리 회사 다 먹여 살려준 장본인인데. 그런 사람이 연예인 그만두고 회사 왔으니 당연 관심 1순위지."

"... 그런가."



"너랑 무슨 말이 통하겠냐. 여튼 수고가 많네요, 인턴님."






전정국 이 자식은 시간이 아까울새라 나를 놀렸다. 관리부 한가하다고 아주 살판났지? 나는 이렇게 맘졸이면서 콜 대기중인데? 이 의리없는 친구 녀석은 둘째 치고, 책상 위에 놓인 호출기만 계속 바라보았다. 호출... 호출 오면 잘 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런 생각들만 떠다녔다. 한마디로 내 신경은 오로지 박지민,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의미인 승급.






"어, 야. 호출왔다, 미친."






호출기에 초록 버튼이 뜨자 다급해진 전정국의 손길. 나는 떨리는 손으로 확인 버튼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지금 떨고 있니... 잘 할 수 있겠지.






"틀림없이 그 인간도 무슨 속셈이 있을거야."






속셈을 가지지 않고서야 이리도 잠잠할 리가 없어, 박지민이.








Office 101.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

"죄송합니다...! 아 그게... 잠시 당황하다..."






그 몹쓸 놈의 호통. 박지민은 호출 한 뒤 1분 늦게 온 것이 그렇게 불만이었는지 잔소리를 한 사발 쏟아부었다. 전정국과 이야기를 마무리 한 그 1분이 뭐라고. 누가 보면 1분 사이에 나라를 구한 줄 알겠어.

내가 쭈뼛 변명을 건내니 그는 폼새를 가다듬고 다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이어나갔다.






"그건 변명인 것 같고. 뭐하다 이제 왔습니까. 솔직했으면 좋겠는데."

"저 그게... 친구와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비서님이 이 회사에 친구도 있습니까?"






결국 팔아넘긴 건 전정국. 미안하게 되었지만 나도 살아야 했기에 친구에 대한 정황을 우물쭈물 말했다. 그러자 보이는 무심한 반응.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친구가 없게 생겼나? 나 이래 봬도 학교에서는 꽤 잘나가는 사람이었는데. 회사에선 누구 덕에 쭈글이 보다 못한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그럼요. 저 사회성 좋습니다."






왜, 왜?! 그렇게 믿지 못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건데. 박지민이 못미더운 표정으로 넥타이를 고쳐매더니 다시 입을 뗐다.






"누굽니까, 그 사람이."

"관리부의 전정국 대리요...!"

"전정국 대리? 그 사람과 친구인 게 확실합니까?"






친구 맞아요! 친구여서 친구라 그러지. 이건 무슨 친구를 친구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아니고. 그는 정말로 내가 친구가 있는지 확인사살 하려는 듯 직원명단을 뒤졌다. 전정국을 찾았음에도 불만이 가득 쌓인 표정을 짓는 박지민.

난 도무지 그의 불만 포인트를 모르겠다. 내가 친구가 있는 것이 불만인건지,
친구가 전정국이라는 것이 불만인건지,

아님 그 친구가 남자라서 불만인건지.

마지막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지만 그래도 염두해 두었다. 어떤 불만이건, 전혀 이해 못하겠다는 말이지. 컨셉이 꼰대 상사라면 모를까.

그가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더니 하는 말이,








"남녀 사이에는 친구가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 할 말이 없었다. 아까부터 친구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이 질문은 정말 무슨 의도인지 알 턱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부모님도 아니고 친구 관계에 더 집착하는 것 같아. 내가 아니라고 적극 부정하자 그제서야 박지민은 안심하는 기색을 보였다. 진짜 이 사람... 집착이 좀 심한가? 아무리 그래도 비서에게는 사생활이란 것이 있다고!






"확실합니다, 그냥 친구요."

"다행이네요."

"뭐가요?"

"비서님께 친구가 있어서요. 그냥 친구."






박지민은 또 뭐가 그리 불만인지 내 답변을 듣고 입을 쏙 내밀었다. 약간 불만많은 상사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팀장님 왜 부르셨습니까?"

"아. 커피를 좀 마시고 싶어서요. 제가 카페인이 부족하면 못 견디는 사람이라."

"네에? 그거 말씀하시려고 부르신 거예요? 저기 앞에 커피보트가 버젓이 있는데요?"

"저기까지 제가 굳이 일어나야 됩니까? 그리고 지금 화내는 겁니까?"

"아니요. 그럴리가요."






역시 대악마. 이 생각외엔 들지 않았다. 눈 앞에 커피보트가 있음에도 일어나기 귀찮다니. 이렇게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사람이 무대 위에서는 어찌 날라다녔나 궁금했다. 막 영상 찾아보고 그러니까 그냥 아크로바틱 선수던데.

내가 이 악물고 커피를 타니 그렇게나 많이 마시고 싶은지 두 잔을 타라는 박지민. 카페인이나 많이 먹어라 하는 못된 마음에 멕슴 커피를 한 잔에 두 개씩 탔다.






"어, 한 잔은 비서님 건데."

"..."

"할 일 없으시면 같이 커피나 마시죠."






이런 게 바로 내 무덤 내가 판다는 말이었나. 커피를 잘 못 마시는 내가 무려 두 봉지를 탄 커피를 먹게 생겼으니 말이다. 박지민은 두 봉지를 탄 것도 모른 채 맛나게 커피를 먹고 있으나, 나는 카페인과 친하지 않아 진한 커피를 못 먹는다고!

굳이 바쁜 비서를 세워놓고 커피나 마시자니, 참 한가로워 죽겠다.






"왜 안 드십니까? 제가 특별히 비서님을 위해 배려해 드렸는데."

"아... 네... 그냥 목이 안 말라서요. 뜨겁기도 하고... 조금 두었다가 먹겠습니다."

"아, 네. 원래부터 특이한 취향이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죠."





"아무렴 두 봉지나 탄 커피인데."





들켰다. 박지민은 내가 골탕 먹이려는 생각에 두 봉지를 탄 것을 진작에 알아 차렸는지 얄궂은 표정으로 진한 커피를 음미했다. 나 왜 완벽하게 당한 것 같지.






"카페인 많이 드시면 안 졸 수 있잖아요! 에이 안 그래도 첫 날부터 야근이신데..."

"저는 야근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인지라."

"네에?! 아니 뭐이리 불공평하대요? 뼈빠지게 일하는 직원들은 어떻게 하고요?"

"제가 퇴근이면 비서님도 퇴근인데."






그 사실을 왜 이제 말하세요... 박지민은 내 당황한 표정이 그리고 재밌는지 배꼽 빠지게 웃고 있다. 까칠하고 무뚝뚝한 상사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이건 그냥 놀려먹는 거 좋아하는 아이나 다름없다.






"에이~ 아무렴 팀장인데 당연히 일찍 퇴근 하셔야죠."

"태세전환이 너무 빠른 것 같은데."

"일찍 퇴근하면 잠을 더 잘 수 있으니까요."

"그건 지금 일하기 싫다는 겁니까?"

"아니, 아니요! 절대 아니요!"






나 이러다 진짜 잘리면 안 되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비서 자리는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 아무리 빨리 퇴근하고 싶어도 일을 하기 싫다는 건 아니었지... 내가 박지민의 말에 손사래를 치자 박지민은 또 무슨 생각인지 턱을 괴며 요상한 웃음을 자아냈다.






"저는 안 투덜대고 일 잘하는 비서님이 좋은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라..."






일단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상황이라 어지럽혀져 있는 서류라도 정리했다. 서류를 순서대로 꽂아 넣으니 박지민은 꽤나 만족해 하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 만족함이 무색하게 또 악마로 변해버리는 그.






"그럼 열심히 해보세요."

"네? 뭐를요?"

"열심히 한다면서요. 뭐를 열심히 하던지 해보시라고요."






아... 지금은 딱히 해야 할 일도 없는 것 같고 필요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우물쭈물 거리며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마땅히 내가 필요한 일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괜히 무능력해진 것 같아 시무룩해진 내가 살겠다고 던진 말은,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 일도 잘 하고... 또... 밝아요! 그냥 이야기하는 거 잘합니다."






드디어 내가 미쳐 간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이 상사 밑에서 1분을 견딘다는 것이 대단한 거였어. 잠시라도 숨쉴 틈을 주지 않으니 말이야.






"앞으로 열심히... 기대해 보죠, 뭐."

"네?"





하지만 그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기회를 주었다. 첫 번째도 아닌 두 번째 기회.







"열심히 하는 비서님 보기 좋군요."






`좋다` 에 포커스를 두어야 할지, `열심히` 에 포커스를 두어야 할지도 헷갈렸다. 그니까 나 ... 이번에도 살아남은 거지? 지민은 뛸 듯이 기뻐하는 나를 잠시 흘겨보더니 이내 무심한 듯 컴퓨터로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팔짝 뛸 만큼 좋습니까?"

"당연하죠. 안 잘렸는데. 사랑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 사랑... 그거만 빼세요."






아... 또 실수.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습관이라서요. 박지민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상당히 민감한 것 같았다. 인간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사랑을 기본으로 하고 서로를 아껴주는 건데 뭐가 그리 새삼스러운지.

더이상 귀찮게 하지 말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서자 박지민이 멈춰세운다. 그리고 하는 말.






"두 봉지 탄 커피는 꼭 챙겨가세요."






이미 식은 커피를 내 손에 움켜쥐고 벌컥 마셨다. 그래, 내가 두 봉지 탄 커피를 먹는 것이 그렇게 소원이면 마신다, 마셔. 오늘 밤잠은 다 잤다는 생각이 드네. 이제 됐죠? 하며 말끔히 비워진 잔을 흔들어 보이고는 다시 팀장실을 나왔다.

그래, 이렇게 당당하게 살아남는 것이 김여주지,
안 그러면 누가 김여주 하겠나 싶다.








Office 102.

비서의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박지민이 갑작스럽게 팀장직에 올라 일 분량이 많지 않았던터라 자연스레 비서의 일도 줄어들었던 것이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한 지도 어엿 30분. 할 일 없이 비서실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호출이 왔다.

[지금 팀장실로 오세요.]

커피가 마시고 싶은건가. 또 늦게 오면 뭐라 할 것이 뻔할 뻔자였으니 벗어두었던 정장 자켓을 쟁여입고 팀장실로 향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딱히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네...?"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 설마 나에게 관심있는 건가? 지금 이건 작업...? 물론 다 사양이겠지만 내 수중에는 온갖 설레발이 떠다녔다.

`설마 그 사람이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전정국이 말한 것이 사실이겠어. 차라리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라, 김여주.

박지민은 요상하게 웃는 내 표정이 이상해 보였는지 `쟤가 왜 저래` 라는 암묵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무슨 상상을 하는 겁니까?"

"그냥... 뭐 하는지 궁금해서 부르셨다길래..."

"지금 내가 비서님을 좋아해서... 라고 상상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럼 아니에요?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데요?"

"그 말을 왜 해석합니까."






해석이 되니까요! 박지민은 내 말에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어느 누가 뭐 하는지 궁금하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을 안 할 수가 있어. 나도 엄연히 사랑이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물론 내 이상형은 착한 사람이라 이런 야박한 상사는...






"저는 그냥 억울해서 부른것일 뿐입니다."

"뭐가요?"

"상사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정작 비서는 놀고 있다는 사실이 억울해서요."

"그야 당연히 할 일이 없으니까요..."

"할 일이 없어도 열심히 찾아서 일하는 게 비서죠."






또 나를 얄궂게 밀어붙인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일 안 하는 비서, 그건 바로 김여주. 박지민 이 사람의 고약한 취미가 돌려까기인 덕에 시원하게 앞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비서된 도리를 다해 일 해야지. 얼얼한 표정으로 뭐라도 하려는 자세를 취하니 박지민은 기다렸다는 듯 이미 정리해 놓은 서류를 건냈다.






"이번 굿보이즈 데뷔 안건 자료입니다. 홍보비에 쓰일 지출 내역 정리해 놓았습니다."






어차피 그가 별일 안 하고 둥가둥가 놀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나의 착오가 이미 얼얼해진 나의 머리를 한 대 더 때렸다. 아이돌이 사무 업무도 볼 줄 알았나. 웬만한 사무비서도 울고 갈 실력으로 나열해 놓은 차트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누가 보면 박지민이 비서인 줄 알겠어.






"네..! 이 자료를 어떻게 할까요?"






이 서류에는 내가 손댈 곳이 없는 것 같아 고개를 빼꼼 내밀고 물어보니 박지민의 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






"정독하세요."

"네? 네에?"



"상사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을 보고 반성하세요. 검토도 하시고."






이런게 바로 자아도취라고 하는건가. 물론 결과물이 훌륭한 건 맞지만 왠지 나에게 자랑하는 것 같았달까. 마치 학교에서 해 온 노트정리를 자랑삼아 부모님께 보여주는 아이같이. 쌀쌀맞지만 은근 본인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강한 것 같다. 그런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요."

"아, 아닙니다. 일하는 거 정말 기뻐서요."

"빨리 퇴근하고 싶다는 사람이 참 기쁘겠습니다."

"...지금 정독하고 오겠습니다."






물론 상황은 웃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서류를 들고 나가려는 찰나 박지민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제가 믿을 수가 없어서요."

"네?"

"비서실에서 비서님이 딴 짓을 할지, 정독을 할지 알 겨를이 없다, 이 말입니다."






그 순간 깨달아 버렸다. 워낙 자기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싫어하는 박지민이라 이 말을 어떤 뜻으로 해석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비서실 말고, 내 옆에서 하세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신용은 참 중요한 것 같다. 박지민과 나의 신용은 0퍼센트라 봐도 무방하고.








Office 103.

하... 졸음이 쏟아져 나왔다. 정신없었던 첫 출근에 야근. 신입사원으로서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이젠 다른 소속사나 지원할 걸... 같은 생각 등 허탈함도 들었다. 무엇보다 나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건 이 밑도 끝도 없는 파일. 정리는 잘 했는데... 내용이 너무 많다. 내가 굳이 이걸 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



"집중 안 합니까."






너무 티나게 멍때렸나.

박지민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호랑이도 도망갈 기세인데 나는 오죽했을까. 졸지도 못하고, 다른 곳으로 고개만 돌려도 집중하라고 호통치는 박지민이다. 눈이 옆통수에 달렸나 어떻게 내 행동 하나하나가 변할 때마다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지.

엄한 호통에 기가 죽어 서류를 들여다 보았다. 첫 번째 컨펌은 홍보방식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홍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 적혀 있었다. 그것의 참고 자료는 당연 선배 가수인 방탄소년단. 이걸 박지민 옆에서 읽기는 조금 부담스러운데... 꼼꼼히 정독하라고 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아..."






이걸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 그것에서 추출해야 할 방법,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해체과정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잘못된 방법이 명백히 계시되어 있었다. 이걸 정리한 것이 박지민, 바로 당사자인데 얼마나 불편했을까 싶기도 하고.

파일에 실려있는 박지민의 여러 사진은 박지민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새삼스럽지만 멋진 사람이었구나, 박지민은. 무대에서 완벽한 라이브와 춤까지 소화해 내려면 수십번의 노력이 필요했다. 과거 연습생이었던 적이 있어서 그 정도는 안다. 이 성격도 괴팍한 연예계에서 얻어진 일종의 질병같은 것인가.

하긴 연예계가 좀처럼 힘드냐.






"뭐합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멋진사람이라는 생각에 빠져 박지민을 무의식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박지민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내가 보고있던 보고서. 아... 이게 아닌데...






"아... 그게... 보고서 읽는 중..."

"......"

"그냥 방탄소년단의 성장 과정을 적어놓은거라..."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지난 일이고, 별 볼 일 없는 내용인데요 뭐."






박지민은 무심한 듯 나를 쓱 훑고는 보고 있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원래 자신한테도 이리 무심한가? 아님 멍청한건가. 자신에 대한 평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보고서를 보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박지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아무렇지 않아요?"

"굳이 감정소비해야 할 이유가 없어서요."

"......"

"저 어렸을 때부터 데뷔해서 7년간 악플도 견디고, 사생도 견뎠습니다. 이정도는 세발의 피에 불과하죠."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민은 매사에 무뚝뚝한 게 아니라 감정이 무뎌진 것 일 수도 있다는 생각. 조금만 실수해도 손가락질을 받는 그 가혹한 자리에서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까. 그 어린 나이에 감정이 얼마나 무너져 내렸으면 이젠 느낌조차 없는 것일까.






"그래도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하는 거잖아요."



"... 파일이나 정독하시죠. 엉뚱한데 한눈팔지 말고."

"저 또한 파일을 정독한 사람으로서, 아니 비서로서 말 하고 있어요."






박지민은 아무 말 없이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갈지 모르고 방황하는 키보드 위의 손은 내 말 한 마디에 흔들리는 그의 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내 주었다.






"이런 거 불편하면 바로 컨펌에서 빼라고 해요. 그 정도로 낮은 지위 아니잖아요."

"그냥 놔두세요. 그런 거에 신경 쓸 시간도 없습니다."

"이제는 그만 숨겨도 되잖아요. 감정을 숨길 이유도 없는데 왜 이리 무심해요."






어차피 돌아서면 후회할 거면서. 지난 날이 되면 혼자 아파할 거면서. 아이돌은 그저 웃음 속에 묻히는 직업이다. 항상 밝은 이미지에 청결한 컨셉. 그걸 유지하려면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은퇴했지만, 박지민도 그걸 견딘 사람으로서 자신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은 참 대단한 직업 같다.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은.






"좀 자존심 세위지 말고 들어요. 이야기 하나 듣는 것이 어렵나."






아 나 잘리지 않으려면 건방지게 굴지 말아야 하는데. 하지만 결코 여기서 이야기를 중단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 삶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했으니까. 그래야 바로잡을 수 있으니까.






"사람이 왜 무뚝뚝해요? 혼자만 그렇게 잘나면 다인가? 이러니까 싸가지라는 소리 듣는 거예요."

"......"

"혼자 잘나셨으면 그 잘난 몸 관리도 잘 하셔야죠. 본인 욕이 버젓이 쓰여 있다는데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요?"

"......"

"누구 이야기도 아닌 본인 이야기인데 당연히 신경 쓰여야 하는게 맞죠!"






박지민은 내 이야기를 듣는건지 마는건지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컴퓨터에 임력하고 있는 것은 횡설수설한 말이었다. 또 남의 말을, 아니 그 어떠한 말도 듣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에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왜 말을 해도 듣질 않는건데! 이 못되면 말이라도 듣던가!






"제 말이 우스워요? 저는 누가 뭐래도 팀장님 비서예요."

"......"

"그리고 팀장님은 연예인이 아닌 팀장이라고요! 언제까지 그런 마인드로 살 거야, 진짜."

``... 정독이나 하세요."

"사회생활이란 건 어우러져야 해요, 함께. 오픈 마인드로 살아야 한다고요!"






뚜렷이 내 목소리를 내었다. 비서로서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첫 직장에 와서 드디어 숨통 트이는 말을 건내본다. 그것을 듣지도 않는 인간이 있긴 하지만. 당장 지금 잘리고 다시 인턴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미 다 포기한 상황이었기에 목소리에 더 힘을 주었다.






".... 됐으니까, 이만 나가보세요."

"미워요."

"......"






나의 말을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일지는 순전히 본인의 몫이었지만 말이다.

박지민 미워. 사람 성의 좀 챙기라고, 진짜.

무슨 오기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앞에서 더 당당한 척을 했다. 아무리 오지랖이 넓었다 해도, 엄연히 나는 그의 비서였고, 내가 잘못한 것은 없으니까.

박지민에게 `누군가` 해야 할 말을 `내` 가 한 것 뿐이니까.








Office 104.

"망했네."

"제대로 망했지."

"그러게 너가 무슨 전지적 참견 시점을 찍는 것도 아니고 왜 쓸데없는 말을 해."

"쓸데... 없진 않았어."






어떤 목적이든 망했네. 박지민 그 사람,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행동 딱 손절한다던데. 비서로 3시간을 버티는 신기록은 세웠지만 다시 인턴으로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너무 감정적으로 몰아붙였나. 소녀대장부 컨셉이건 뭐건 나서지나 말 걸.






"가서 빌어 봐."

"내가 그 정도로 자존심이 없진 않아."



"지랄하네. 언제는 승진을 위해 비서가 돼서 무슨 일이든 한다더니."

"그건... 그때고."






수고해라. 전정국은 시무룩해져 앉아있는 나를 보며 연신 킥킥 대더니 결국 음료수를 먹다 사레가 걸려 화장실로 뛰쳐갔다.

이대로 비서실을 가면 정말 해고통지서가 날아와 있을 것 같아 홍보부 휴개실에서 괜한 뻐김질을 하고 있는 나였다. 한참을 심심하게 앉아있으니 뭐 도움이라도 주려는 듯 다가오는 한 사람.






"어머 비서직 짤렸나 봐요. 이곳에 앉아있고."






도움... 을 주려는 것은 아닌 것 같네. 김 사원님은 내 앞에서 대놓고 염장질이라도 하려는 듯 비아냥거렸다. 저번에 박지민이 팀장으로 왔을 때 아주 기뻐하던 인물이시다. 자신은 1시간도 채 안 되어 잘렸으면서 질투라도 하는 듯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짤린 건 아니고요."

"아~ 그게 그 말인거죠, 뭐."

"그냥 휴식 겸 나와 있었습니다. 그 쪽이 상관할 바는 아니에요."






`그래 너그럽고 보살이신 내가 그냥 넘어가자.` 싶은 마음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녀는 계속 밀어붙였다.






"어차피 난 여주씨가 팀장님께 관심도 못 받을 줄 알았어요. 신기록은 무슨, 구질구질하게 붙어있으면서."

"지금 말 다했어요? 제가 아무리 돈이 궁해도 자존심까지 내다 버릴 사람은 아니거든요."

"거짓말마요. 여긴 아무 남자나 꼬시고 다니는 클럽 아니거든요."






사람은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어떤 선이든. 이래서 내가 홍보부실에 들어올 때마다 다들 수군거렸나. 내 뒷담을 조용히 까고 있는 것은 본인 재량이라 상관은 없다마는, 내 앞에서 `당당히 남자 꼬시는 여자` 로 욕하는 것은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하... 그만 가시죠. 저는 짤린 거 아니니까."

"인턴 주제에 말은 잘 하시군요. 그 언변 실력이면 대기업 가시지 왜 여기 오셨어요?"






그럼에도 나는 이 모진 욕을 견뎌내야 했다. 바닥난 인내심까지 꾹꾹 눌러내면서. 모두가 평등한 사회라지만 무늬만 그랬을 뿐이지 그 속은 철저한 계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참아야 하는. 이런 억울함을 그 어느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았다.

내가 이 모순적인 사회에 눈을 떴을 때, 그리고 순종해야만 했을 때,








"그만하시죠."

"팀장님...!"

"이 사람 해고 당한 거 아니니까, 그리고 누구처럼 남자 꼬시고 다는 건 더더욱 아니니까."

"......"

"적당히 나서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나의 눈 앞에는 박지민이 있었다.

김 사원은 박지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했는지 뒤로 물러섰다. 입사 이후 내내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던 박지민이 홍보부 휴개실에 떴다는 소식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전부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김 사원은 이 모든 상황을 분노한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긴 회사이지 남 꼰대질 하라고 있는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짤린 줄 알고...!"

"누구 입에서 그 말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해고 통지서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



"허위사실을 들먹여 꼴에 상사라고 이러고 있는 장면은 상당히 불편하군요."






김 사원은 이 상황을 인정하기 싫었는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서는 나를 노려보았다. 박지민은 이미 김 사원을 누를 수 있는 위치었기에 당당했다. 내가 그저 당하고만 있어야 했던 상황을 한 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박지민의 위치는 그랬다.






"도대체 왜 여주씨 편만 들어요? 여주씨가 팀장님한테 뭘 했는데!!"

"그 쪽과는 비교할 가치도 없어서요."

"하지만...!"

"내 비서입니다. 함부로 하지 마세요."






박지민은 그런 위치였다. 세상의 억울한 일도 단번해 해결해 줄 수 있는. 회사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왜 이런 일을 참아야만 하는 것일까. 같은 사람일 뿐인데.

아까의 일이 부끄러워졌다.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아껴주는 정의로운 사람임에도 감정이 없다고, 왜 이리 무디냐고 소리쳤다. 정작 속은 모르면서.






"그리고 비서이기 전에 여주씨는 사람입니다."

"......"

"당신이 마음껏 다룰 수 없는 사람이에요, 여주씨는."






박지민의 마지막 말에 다시 깨닫게 된다.

이렇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의 비리가 없어지게 된다고.

그런 사람은 꼭 주위에 한 명씩 있다.
그런 사람이 있어야 세상은 더 떳떳해 질 수 있다.






"본인 잘난 거는 하나도 없으니,"

"......"

"알았으면 큰 사단 만들지 말고 일이나 하시죠, 사원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느껴지는 박지민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내가 당하는 부당한 일을 왜 박지민이 해결해 주어야만 하는걸까. 이게 박지민과 나의 차이점인 걸까. `지위` 라는 개념이 뚜렷하게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김 사원은 자신이 그렇게 쫓아다니던 박지민에게 더이상 미운 꼴을 보이기 싫었는지 씩씩거리며 휴개실을 나갔다. 김 사원이 나가긴 했지만 문제는 느껴지는 다른 시선들이었다. `박지민` 이 감싸줬다는 이유만으로 모여드는 시선.

세상은 참 높은 지위의 사람, 그 사람이 향하는 시선의 위주로 자신의 시선을 맞춘다. 지금도 그렇고. 부담스러웠다. 이런 시선을 받는 것이. 그것이 나로 인한 시선이 아닌, 타인에 의한 시선이라면 더욱이.






"좋은 구경거리 났습니까. 각자 일이나 집중하세요."






박지민은 내 마음을 귀신같이 눈치챘는지 주변 사람들을 각자의 위치로 돌려보냈다. 홍보부 실에는 박지민과 나 둘만 있는 상황. 이 어색함을 어찌하지... 아까 일부터 눈치가 보여 자리를 피했는데 이렇게 마주칠 줄이야...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하나, 아님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나...

내가 부탁한 일은 아니었으니 고맙다는 인사는 생략해도 되는건가... 일단 고맙다는 것이 순서겠지.






"고마... 워요."

"고마워 할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요... 아까 일도 죄송해요."

"아까 일에 대한 보답이라 칩시다."

"......"



"그 말, 저한테 꽤 와닿았거든요. 오픈 마인드."






참 다행이었다. 내 억울함을 풀어줄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다는 것은. 박지민의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어쩌면 이 사람, 내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아니라 듣는 척을 못 하는 것이었다고. 마음으로는 다 새겨듣고 있으면서 괜히 자존심만 내새우는.






"저 제 사람 지키는 거 잘합니다."






사람... 그래 박지민이 마음에 둔 사람이라면 못 지킬 것도 없겠다. 박지민은 충분이 그럴 위치와 자격을 지녔으니. 자신의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위치와 없는 위치, 그것이 박지민과 나의 차이점이었다.






"아... 네! 팀장님의 사람들은 행복하시겠어요."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성격이라서요."






아... 부럽네요, 그 사람들. 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기에 그의 눈에 들 수 있었던 것일까. 뭐 나는 승급하기 위해 온 비서니까... 상관은 없지. 박지민은 아까의 일로 놀랐을 내게 음료수 한 잔을 건냈다.








"비서님도 제 사람이고."






나는 도대체 무슨 노력을... 했길래 그의 사람이 된 것일까.








Office 105.

시계를 보니 거의 새벽 1시가 다 되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개개인의 일을 끝냈는지 하나둘씩 퇴근하기 시작했다.

팀장님은 언제 퇴근하시지...

나도 퇴근하고 싶다고! 퇴근... 그놈의 퇴근... 근로자 배려를 1도 안 하는 이 회사 당장이라도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나를 받아주는 건 이 회사밖에 없다는 눈물나는 현실이 떠올랐다. 결국 향한 것은 팀장실.

똑똑똑.






"내가 부를때는 매일 늦더니 이젠 알아서 찾아오나 봅니다."

"아... 그게... 혹시 안 힘드세요?"






질문이 너무 갑작스러웠나? 아니면 갑자기 다정한 컨셉의 말투로 묻는 것이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 한 건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박지민이였다. 어... 워낙 느긋한 상사라 이렇게 빨리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아니요. 저는 뭐, 힘들지 않습니다."

"아아..."






퇴근 좀 하라고 박지민! 아니 무쇠인간이야 왜 힘들지 않아. 장장 새벽 1시까지 비서실에 앉아 있었던 나는 좀비가 되어 가는데. 아 몰라, 다시 돌아가 앉아나 있어야지. 박지민은 내 반응이 상당히 흥미로웠는지 턱을 괴고 나를 쳐다보았다.






"할 말, 계속 하셔도 되는데."

"그게 팀장님도 일에 지치실 때 된 것 같고 또..."






또 뭐라고 하지... 정말로 퇴근하고 싶어요! 하고 당당하게 외치면 일 안하는 비서라면서 잘릴 게 뻔한데. 이정도 말했으면 알아줄 법 한데 계속 자신은 힘들지 않다며 고집을 피우는 박지민이 야속하기만 했다.






"아, 몰라요! 그냥 하던 일 계속하세요."



"왜 화를 냅니까.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냥 화가 나요 팀장님을 보면."






그렇게 돈에 환장한 사람도 아니고 왜 쓸데없이 열심히 해서는... 박지민은 나의 동요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일을 했다.

진짜 상사한테 못하는 말이 없구나 김여주. 너가 하다하다 화를 내? 퇴사의 지름길을 너가 스스로 열었구나... 설마 이 사람 화난 거 아니겠지...? 괜스레 후회감이 들어 발만 동동 굴리니 박지민은 다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지금 어쩌겠다고 온 겁니까? 어디가 어떻게 화가 났는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네요."






당연히 모르겠지 박지민이라면.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같은 사람이니. 하... 은유적으로 돌려말해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아 결국 팀장실을 나왔다. 이럴거면 괜히 애꿎은 화만 냈네. 퇴근이란 벽에 부딪혀 복도에 주저앉아 있으니 이제 막 가방매고 퇴근하는 전정국이 보였다.








"어, 너 아직도 퇴근 안 하냐. 지금 새벽 1시야."

"스크루지같은 팀장 때문에 퇴근도 못 한다..."

"그러니까 누가 비서하래."

"박지민 꽤 괜찮은 사람이거든?"





그 딱딱하고 짖궂고 얄미운 구석만 빼면.





"그거 빼면 솔직히 누구나 괜찮겠다."

"... 그런가."






그냥 땡땡이 치고 나와. 내가 데려다 줄게.

전정국의 한 마디에 혹해 눈이 동글해졌다. 나야 그러고 싶지만... 내일 해고 통지서 와 있을까봐 그렇지...






"그냥 그까짓 인생 즐기는거야. 솔직히 새벽 1시까지 근무 너무하잖아. 비서 포기하고 인턴으로 돌아오셈."

"그건 당연히 안 돼."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텼는데... 전정국은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같이 퇴근하자고 졸랐다. 이대로면 골로 간다면서. 전정국의 말을 듣자마자 발꿈치와 어깨 부근이 아려왔다. 이제 회사 1일차인데, 벌써 몸이 성한 곳이 없네.








"너 면허 없잖아. 내가 데려다줄게."

"어딜 가겠다는 겁니까."






박지민이였다. 역시 걸릴 줄 알았다니까. 박지민은 전정국과 내가 도주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이 어찌나 불만인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






"설마 퇴근하려고 여기 있는 겁니까?"

"아... 그게..."

"혹시 아까 물어본 것도 퇴근하고 싶어서 그랬습니까?"






대답을 망설이는 나를 보며 박지민은 확신이 섰는지 전정국 뒤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던 나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혼낼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제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전정국에게 먼저 퇴근하라며 명령하고는 나를 다시 바라보는 박지민이었다. 왜? 아니 굳이 데려다 주지 않아도 되는데... 상사보다 일찍 퇴근하는 것도 민폐인데 데려다 주기까지... 이런 민폐는 있을 수 없었다.






"저 혼자 갈 수 있습니다!"

"새벽 1시에 대중교통도 없는데 어딜 가겠다는 겁니까. 면허증이라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말 좀 들어요. 먼저 주차장에 가 있으면 10분 후에 일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박지민의 고집에 못 이겨 결국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첫 출근이라 높은 힐을 신고 와서 그런지 발바닥과 발목의 통증이 극심하게 몰려왔다. 그냥 운동화를 신고 올 걸 그랬나.






"잠깐 멈춰봐요."

"......"






박지민은 절뚝걸이는 걸음걸이가 신경쓰였는지 잔뜩 부은 내 발목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리고 하는 말이,






"팀장실로 따라오세요."






그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해 잔뜩 기가 죽은 채로 팀장실에 들어갔다. 설마 혼... 나나? 그렇지만 딱히 혼날 이유도 없잖아. 머쓱해게 머리만 긁적이며 들어오자 박지민은 서랍에서 무언가를 뒤적 거리더니 파스와 붕대를 가져왔다.






"어... 안 해주셔도 돼요."

"왜 본인 아픈거는 신경쓰지 않습니까."

"제가 할 수 있어요..."



"비서님이 혼자 못 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제가 신경이 쓰여서 도와주는 겁니다."






박지민의 눈빛에 강제 아닌 강제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선 무릎을 꿇고 구두를 벗기더니 이미 부은 발목에 파스를 붙이고는 붕대까지 감아주었다. 아플 때 미리미리 파스 좀 뿌려놓을 걸. 또 박지민에게 도움을 받는 것 같아 미안함이 몰려왔다.

신경이 쓰여서 도와준다는 그의 말. 언제는 관심도 없는 것 같이 말하더니 갑자기 친절해진 그의 말투에 의구심이 들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지.






"이런 건 혼자 할 수 있어요."

"혼자 할 수 있으면 진작 하지 그러셨습니까."

"......"

"신경쓰이게."






박지민은 직접 구두까지 신겨 주고서 일어났다. 신경... 아까부터 계속 그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에게 신경 쓰인다는 뜻은 무엇일까. 단편적인 동료로서의 정? 박지민은 겉옷을 챙겨 입더니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일으켜 세워 붙잡아 주었다.

박지민의 행동이 꼭 마치... 연인들이 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그냥 나의 설레발일 수 있겠지만... 이 분위기는 아니야...






"잡아요. 어디 잘 못 넘어져 삐끗하지 말고."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이대로 가면 내일 출근 못하니까 제 말 듣죠."






왜 비서한테 이렇게 마음을 쓰는건지 모르겠다... 평소 정을 주지 않는다고 알려진 박지민이라 그 이유는 더욱이 미궁이었다. 내 착각일수도 있어... 그냥 이 사람도 인간 다운 면모가 있을 수 있잖아.






"저한테 왜 잘해주는 거예요...?"

"그니까, 그니까...."





처음에는 싸가지 없을 것처럼 굴더니 왜 저한테만 친절해요.

저한테만... 이러시는 이유가 뭔데요. 궁금했다. 막 사랑, 그래 사랑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단순하게 호기심으로 접근한 내 질문은 박지민에게 꽤나 많은 고심을 주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간단하게 하는 답변.






"여주씨한테만 잘해주고 싶나보죠. 그리고,"

"......"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관심, 신경. 이 말들의 갈피는 어디로 향할지 몰라 길을 헤맸다. 그리고 그것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도 전에 박지민은 선수를 쳤다.






"무엇보다 비서님은 제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내가 아껴주고 싶은 사람."





"그게 바로 비서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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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냐 님 안녕하세요! 네 공.아.람.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글 잘 쓰시고 훌륭하신 작가분께서 왜 이 누추한 곳까지 오셨는지... ㅎㅎ 님 글 보면 괜히 제 사기가 막 저하되고 그래요 적당히 잘 쓰세요 그리고 장편 연재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달리기의 열혈 독자로서 작가생활의 탄탄대로를 기원하겠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세요~ 기부금 톡톡히 모아두고 있겠습니다 제 글에 512.0원 기부 정말 감사드려요 젤리 감사히 먹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합니당^^




[최다포인트]




주태양 님 안녕하세요! 저는 진짜 턍 님 알람오자마자 눈물 한 움큼은 쏟은 것 같아요ㅠㅠㅠ 안부글에도 댓글 달아 주셔서 눈물을 주륵 쏟았는데 이렇게 큰 포인트를 들고 다시 찾아와 주시면 저는 어디로 대성통곡을 해야 할까요ㅠㅠ 팬덤에서 가끔 태양 님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항상 저 몰래 예쁜 흔적 남겨두고 가시면 저는 과분해서 어쩔 줄 모른답니다ㅠㅠ 새작 프롤부터 만 포가 넘는 과분한 흔적 남겨줘서 고마워요 턍 님 제가 언제나 많이 애정합니다ㅠㅠ 만날 때마다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제 영원한 러버 태양 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 많이 합니다ㅠㅠㅠ!!









글 늦게 가져온 점에 대해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머리 박을게요 이리저리 할 게 왜이리 많은지ㅠㅠ... 프롤임에도 많은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

갠공에서 먼저 연재되고 있는 글입니다 도용 아니에요 연재는 2일 정도 빠릅니다 문의는 msha7410골뱅이naver.com 으로 편히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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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13호박지민7  10일 전  
 어머멈

 1013호박지민7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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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sy92871  10일 전  
 아 이런 직진 너무 햄복함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ksy92871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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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gksfr  10일 전  
 이걸 왜 이제 봤을까?나는....

 ugksfr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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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월자까  10일 전  
 꺅 개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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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은  10일 전  
 지민쒸~ 아주 잘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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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ng희연  10일 전  
 박지민씨 배운 사람이네

 Kang희연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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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바에몽  10일 전  
 키야..

 초바에몽님께 댓글 로또 3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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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개꽃이피옸읍니다  11일 전  
 와... 진짜 박지민 너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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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릴  13일 전  
 설렘사로 즉어요 저!!

 프리릴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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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lyRabbit  13일 전  
 어머나... 설렘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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