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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0. Make Me Love - W.지은
00. Make Me Love - W.지은

[김태형] Make Me Love
00. M.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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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뭐하세요? "






편의점 앞을 서성거리다 안에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그러자 역시 다가오는 건 미심쩍은 눈빛. 그냥 당당하게 들어가서 알바자리 남냐고 말할 걸 그랬나.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 그게요. 그러니까.






" 혹시. 알바생 구하세요? "





풉. 적나라하게 들리던 비웃음 소리. 그녀는 입 안 여린 살덩이들을 잘근잘근 깨물으며 얼굴빛이 점점 붉어지는 것을 느끼던 참이었다. 하지만 창피함을 무릅쓰고 돈을 구해야 했던 처지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오늘 마저도 알바 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아마 어떻게 될지 눈 앞이 캄캄해진다.






" 그런거면 진작 들어와서 물어보지 그랬어요. "





저녁이라 밖에 아직 쌀쌀한데 거기서 몇 분이나 서성이시고. 처음엔 누구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편의점에서 막 나왔을 때와는 다른 꽤나 차분한 음성에 다정한 미소. 대화를 하는 도중 내내 입꼬리가 올라갔었던 것 같다. 들어와요. 말 끝나기 무섭게 쭈뼛쭈뼛하게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물론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 내내 뒤에서 작은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을 무시한 채로.







" 그래서 알바 구한다는 거죠? "


" 네. 혹시 될까요? "


" 저야 말로 묻고 싶네. "





그 쪽 알바해도 괜찮겠어요? 아. 아니 나쁜 뜻은 아니고 워낙 이쪽 골목이 스산하고 흉흉하다 보니까 여태껏 여자 분이 이렇게까지 와서 물어봐준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일단 드디어 알바 자리를 구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어서 그랬는지 입가에 미소가 활짝 번졌다.






" 이름이 어떻게 돼요? "


" 아. 서여주 입니다 "


" 나이는요? "


" 스물둘이요. "





와. 스물둘에 이런 소리도 좀 뭐 하지만 되게 동안이네요. 난 또 여주 씨 성인 된지 얼마 안 된 분인 줄 알았는데. 에이. 너무 칭찬으로 깔고 가지 마세요. 저 오글거리는 거 안 좋아해요. 이내 그는 민망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여기다가 전화번호 좀 적어 주세요. 흰 종이에 어색하게 검정 펜으로 번호까지 적으니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 그럼. 내일부터 괜찮아요? "


" 저는 괜찮아요 "


" 그럼 내일 오후 5시에 출근해주세요 "


" 근데 저 말고 다른 분들도 계세요? "





오전 타임 한 명 있는데 그 녀석은 워낙 칼퇴라 여주 씨가 조금만 늦게 와도 바로 갈 걸요? 말 끝마다 백치웃음이 기본이었다. 되게 젠틀한 사람이구나. 말투. 표정. 그는 다정했으며 또 다정했다.





" 혹시 점장님이세요? "







" 맞아요. 저 되게 없어 보이죠? "


" 아니요. 없어 보이면 오히려 제가 더 그렇죠. "





에이. 장난섞인 말들이 오가니 안면을 튼지 한 시간도 채 안 됬는데도 불구하고 편해진 느낌이었다. 딱딱하고 민망했던 편의점에서 어느새 분위기가 포근해지고 있었다.





" 여주 씨. 늦었는데 안 가요? "


" 아. 가봐야겠네요. "




꾸벅 인사를 한 후에야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수 있었다. 아. 근데 점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이름 좀 알려주세요. 들은 후 몇 초동안의 정적이 흐르더니 역시나 한결같았던 미소를 지으며 답 했다.








" 김석진입니다. 잘 부탁해요 내일부터. "


















" 엄마 돈 좀 줘라. "





맨날 쥐꼬리만큼 줘서 어디 생활할 수 있겠냐. 투덜대는 소리에 어깨에 힘이 쭉 빠진다. 대체 방금까지 나 뭐하고 돌아다닌 거지. 내 생활비에 절반을 뚝. 아니 그 보다도 더 많이 떼어 드렸는데. 모자른 것이 아니라 형편에 맞지 않은 사치를 부리는 것이겠지. 방에 한 가득 영수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길에 늘어지고 있었다.





이것을 보면 늘 보수적이셨던 아버지가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가끔은 어머니를 볼 때면, 두 분이 어떻게 결혼했는지도 의문이 든다. 어머니는 늘 그랬다. 무엇이 안 되면 항상 남 탓. 그 때문인지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 갇혀 있었다. 문제점은 그 틀 안에 모두를 가둬버리려는 것.






" 알바. 오늘 구했어요  "



" 이제야 구하면 어떡하니. 난 그럼 또 돈 나올 때까지 뭐하라고 "





지금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분노였을까 억울함이었을까. 어느샌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어머니가 날 대하는 태도에서 큰 변화들이 생겼다. 가장 크게 변한 점은,






더 이상 나를 딸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일어나. 알바 안 갈거니? "






이렇게 게을러서야. 어떻게 돈을 벌러 나가겠다고. 아침부터 투덜대는 소리에 눈을 떴다. 퉁명스러운 얼굴이 당장이라도 나가서 돈이나 벌고 오라는 말을 대신 전했다. 그럼 익숙하다는 듯이 바닥에 폈던 이불을 걷어 정리하고 차가운 방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다.





" 일은 알아보고 계신거에요? "



" 무슨 일. "



" 일 안 하실거에요? "



" 너만 돈 따박따박 내면 내가 일할 이유가 있니? "






내가 낳은 애라지만 저렇게 정내미가 없어. 요즘 날에 내가 무슨 일을 해. 투덜거림을 들으며 애써 무시한 채 화장실로 들어가 칫솔을 꺼냈다. 끝모가 벌써 닳았네. 쓴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치약을 있는 힘껏 최대한 짜내어 칫솔 위에 조금 나온 흰 치약을 보고선 그대로 입에 넣었다.






정말 구역질 나온다.








머리까지 다 감고 말리면 늘 두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그럼 익숙하게 또 들려오는 어머니의 짜증 난 말투에 갈 곳도 없으면서 바쁜 척을 하고 현관을 나선다. 다녀오겠습니다. 어짜피 대답을 안 할 것이 뻔하지만 습관처럼 튀어나온 말. 그 습관은 물론 아버지가 박아 놓은 습관이었다.




띠리릭- 현관문을 꾹 닫으니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함에 한숨 한 번을 쉬고 만다. 오늘 저녁도 용돈 달라고 계속 뭐라 할 텐데. 눈꺼풀이 바르르 떨려온다. 이 낡아빠진 집 구석에서 혼자 사는 것도 벅찰텐데 돈 달라고 매일 조르는 어머니도 있다니.






한참 집에서 빠져나와 공원을 갈까 싶어 걷고 있던 참이었다.






[010-1203-3012] 여주 씨. 혹시 시간 괜찮아요? p.m.2



[010-1203-3012] 나 김석진이예요. p.m. 2



[010-1203-3012]시간 괜찮으면 잠시 편의점 좀 들러줄 수 있어요? p.m.2






문자를 몇 개나 보내시는 거람. 입에선 바람빠진 웃음이 터져 나온 후였다. 네. 저 시간 괜찮아요. 가겠습니다. 전송하기 까지 눌러야 더 이상 문자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손가락을 재촉하며 버튼을 누르고 공원이 아닌, 바로 앞 편의점으로 돌아섰다. 그래도 다행이네. 갈 곳이라도 생겨서.




다행히도 편의점이 집과 이 분 거리라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편의점 안에서 안절부절 하며 옆구리에 손을 얹고 있는 석진이 보이자 그녀는 눈썹을 까딱였다.






" 점장님. 저 왔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


" 여주 씨. 정말 미안한데요 원래 나오기로 한 녀석이 오늘 못 나온다고 해서 "




정말 미안한데 지금 시간부터 봐줄 수 있어요? 돈은 조금 더 얹어줄게요. 조심스레 묻는 석진. 여주는 오히려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고마워요. 그럼 수고해요 여주 씨. "


" 네. 들어 가세요. "





편의점 알바는 이제 두 번째지만 이 곳은 처음이라 참 낯설기만 하다. 석진이 나가니 더더욱. 어짜피 손님도 많이 안 올 것 같은데. 편의점 조끼를 걸치고 계산대로 가서 멍하니 서 있었다.




지루하다 지루해.




어디 연락할 곳도 마땅히 없고. 그러다 번뜩 생각나는 이름. 정호석. 심심한데 그 오빠한테나 전화 해볼까. 연락처를 뒤지던 중 갑자기 생각 나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어. 오빠. 잘 지내? "



- 어? 서여주 맞아?



" 그럼 나지. 누구겠어 "



- 너무 오랜만이라 그렇지. 넌 잘 지내?





이 오빠랑 연락 끊긴지는 아마 삼 년정도 됬으니까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돈만 무작정 요구하신다. 뭐. 거기서부터 얘기하면 되려나. 아무리 믿을만한 오빠여도 갑작스럽게 이 얘기를 늘어놓으면 얼마나 당황하려나. 괜한 행동 하지 말자. 그녀는 근심 가득한 말들 대신 잘 산다는 말을 했다.





" 아. 난 그럭저럭. "



- 난 잘 지냈는데.



" 아직도 백수야? "



- 아직 직장을 못 구했네. 왜 아직까지도 나 같은 인재를 못 채가는 걸까.



" 웃겨 진짜. 그럼 오빠도 편의점 알바나 할래? "



- 응? 너 편의점 알바 해?



"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



- 허얼. 뭐야. 서여주가 편의점 알바나 하고.



" 그러게. 오빠 이 쪽으로 좀 올래? "









- 와. 나 드디어 서여주 얼굴 볼 수 있는 건가. 문자로 위치 보내. 내가 갈게.





응. 빨리 와. 나 진짜 심심해. 벌써 시간은 네 시를 달려가던 시점이었다. 드디어 손님이 오는건지 편의점 문이 경쾌한 방울 소리와 함께 열렸다. 자연스럽게 옮겨지는 시선.









" ... "


" 어서오세요. "




멀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 누가 보아도 배우 같다는 말을 할 만한 비주얼이었다. 조금은 삐뚤어 진 넥타이가 거슬렸을 뿐. 사실 그는 그녀에게 단지 잘생긴 손님에 불과하다.





"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


" 저거 한 갑만. "




턱짓으로 담배를 가르키더니 미리 만 원짜리 지폐를 계산대에 올려 놓았다. 편의점 알바를 그렇게 많이 해본 것도 아니라 한 번에 담배를 집어 드는 짬은 되지 않는데. 이리저리 방황하며 여러가지의 담배를 들고는 확인을 해봐야 했다. 손님. 이거 말씀하시는 거세요? 손님. 손님.








" 왜 한 번에 못 알아먹어. 바로 옆에 있는 거 달라고. "





아. 네. 죄송합니다. 참을 만큼 참은건지 결국 낮은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근데 저 사람 목소리 하나는 대박이네. 담배를 꺼내들고 계산을 하니 계산대에 이미 올려 진 만원 짜리 지폐에 성격이 참 급한 사람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 거스름돈 오천 오 백원입니다. "


" ... "




담배를 가져들고 바로 휑 가버리는 남자. 거스름돈을 들고 있던 손이 무안해지려고 했다. 저기 손님. 돈 받아가셔야죠. 어느새 문 앞까지 가버린 남자에 당황스러워 헛웃음이 나버릴 지경이었다.







" 됐어. 필요없으니까 너 가져. "





딱 봐도 알바 경력 몇 안 돼서 얼마 못 벌거 같은데. 딱 봐도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무관심한 얼굴까지. 화가 안 날수가 없었다. 그리고선 제 할 말이 끝나니 바로 편의점에서 나가버리는 남자.





" 허 ... "







" 서여주 나 왔어 "





얼마 지나지 않아 해맑게 웃으며 오는 오빠 때문에 나가서 머리 끄댕이 잡으려는 걸 참는 줄 알아라. 개 자식.











오늘은 [TALK] 좋아요가 아닌 새작을 들고 왔는데요. 보신 분들도 몇 분 계실테지만 M.M.L은 2화까지 연재를 했다가 지우고 인물 설정을 다시 하고 올리게 된 글입니다. 마찬가지로 갠공에서 동시 연재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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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킴샤론  94일 전  
 오옷 잼써영

 답글 0
  아라로라  95일 전  
 재밌어요! ٩(๑•̀o•́๑)و 

 아라로라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닝닝♡  95일 전  
 음..대작 느킴이 폴폴

 답글 0
  아경애주  95일 전  
 헉 좋아요

 아경애주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석늉진기  95일 전  
 재밌습니다!

 석늉진기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참새바라기❤  99일 전  
 와 기대할게요ㅜ

 답글 0
  강하루  99일 전  
 재밌네요

 답글 0
  한름아  99일 전  
 작가님 대박이십니다ㅠㅠㅠㅠ

 답글 0
  쮸❣  99일 전  
 헐!!!
 재밌어여♥♥♥

 쮸❣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쮸❣  99일 전  
 헐!!!
 재밌어여♥♥♥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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