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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나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 W.박칠성
나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 W.박칠성







ㄴ 브금

; 정신 없이 쓴 글 주의







ㅤ단언컨대 나는 괜찮은 범주에 속한 인간이었다. 그냥 단순히 자만심에 찌들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 나는 지인짜 괜찮은 사람이다. 주변에 나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타고난 얼굴을 가지고 다정한 성격으로 온몸이 배려로 가득한 인간이 바로 난데, 아무렴. 나는 내 스스로, 혹은 내가 아닌 제삼자라도 나를 비하할 정도로 내가 못난 인간이라 생각해본 적이 단 일순도 없었다.

ㅤ근데 그런 내가 김여주랑 헤어졌다. 그것도 내가 차인 걸로. 일방적인 통보였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갑자기 만나자는 김여주의 분위기가 어딘가 꺼림칙하다고는 생각했다. 만나서도 아무 말도 안 하고 어물쩍거리는 그 애의 모습을 보고서도 설마, 하고 말았다. 난감하고 애매한 건 생각하길 밀어두는 편이라 모호한 데이트를 어떻게든 즐기려 애를 썼다.


ㅤ여하튼 종일 우물거리다가 말할 땐 또 얼마나 똑부러지던지. 서로 이미 아는 사실을 통보하는 것처럼 감흥 없는 건조한 말투로 헤어지자고 하더니 미련 없이 돌아서는 그 애의 등을, 나는 우두커니 서서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붙잡을 틈도 없었고 그럴 기회조차 내비추지 않았으니까. 헤어지는 게 무슨 애들 소꿉장난이라도 되는 건지, 몇 년의 만남을 한 방에 산산조각으로 내버린 김여주는 별 다른 사족도 붙이지 않았다. 진짜. 헤어지잔 소리가 전부였다. 게다가 작은 등만 내보이며 묵묵히 자기 갈 길 가는 김여주의 뒷모습은, 진즉 헤어지자고 할 걸 괜히 우물쭈물하다가 재미도 없는 데이트에 돈 낭비나 했네, 하고 자책하는 듯 보였다. 그 등을 보면서 미미하게 웃음이 나오는가 싶더니 김여주 뒤통수를 향해 엿을 날렸다. 나는 손가락도 예뻤다. 씨팔 손가락이 예쁜 게 전부 무슨 소용이야, 이 손가락 잡아줄 사람이 떠났는데.


ㅤ암튼 그렇게 김여주랑 그렇게 헤어지고 내가 뭘 했더라. 그래, 포장마차로 갔다. 술을 마셨다. 안주는 사치였으니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맨 술만 홀짝홀짝 마셨다. 난 사실 술을 잘 못한다. 그래서 진짜 홀짝홀짝 작은 술잔에 담긴 것도 나눠 마셨다. 아주머니가 날 안쓰럽게 보시더니 매콤한 안주를 서비스로 주셨다. 그 덕에 술을 한 병 더 달라고 했다. 나는 염치없이 서비스로 나온 안주를 씹으면서 술을 마셨다.


ㅤ어울리지 않게, 답지 않게. 나는 생각이라는 걸 좀 해봤다.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을까? 솔직히 이별에 대해 예상은 했지만 개연성이 전혀 없었으니 지금 이 상황이 나한테 별로 와 닿지가 않았다. 내가 못생겼나? 그건 절대 아니지. 감히 누가 나를 못생겼다고 폄하할 수 있겠나. 그럼 취향이 아닌가. 하지만 오늘의 이 마지막 데이트까지도 우리의 취향은 처음부터 발끝까지 다르지 않고 닮았다. 그럼 뭐가 문젠데. 바람은 피지도 않았고, 밤엔 좋아서 서로 안고 잤잖아. 그때도 불만 하나 없다가 이렇게 갑자기? 맥락은 다 말아 먹었냐. 이유라도 말해주면 내가 이렇게 먹지도 못하는 소주를 말아 먹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ㅤ김여주 똥차네. 최악이야. 그렇게 홀딱 취하니까 김여주는 맥락을 말아 먹었을 때 나는 소주를 말아 먹다 용기도 같이 말아 먹었는지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다. 왜 헤어져? 부터 시작해서 나 아직 얼굴 반반해, 몸뚱이도 쓸 만하다고! 일주일 전만 해도 내 얼굴이고 몸뚱이고 전부 사랑했잖아! 나 진짜 아직 아랫도리도 쓸 만하다고! 하고 호소까지 했다.





- 미, 미친새끼.




ㅤ다행히 주정 가득한 전화를 받은 건 지민이었다. 박지민은 내가 있는 포장마차를 알아내고 엄청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면서 나를 노려봤다. 키키. 뛰어오느라 얼굴이 벌게진 박지민의 생김새가 너무 웃겨서 깔깔 웃다가 그 새끼한테 등을 엄청 후려 맞았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박지민의 조그만 손은 전날 실수로 먹은 청양고추처럼 매웠다. 찡하게 통증 울리는 등짝을 매만지면서 아아, 앓다가 아아아아으으흐흐흑흑흑 하고 훌쩍이며 울었다. 꼴불견. 방금 이별하고 술 먹고 정신 꼴은 나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단어였다. 앞에서 한심하게 나를 보는 박지민에게 괜한 동정이라도 얻어 보려고 울다가 정신이 암전이 되어버렸다. 일어났을 때는 좁고 더러운 박지민의 방이었다. 박지민이 나를 발로 까면서 살 빼라고 아우성을 쳤다. 해장은 라면으로 했다.




- 왜 신라면으로 끓였어?
- 꼽냐?
- 면도 왜 이렇게 꼬들꼬들해?
- 태형아 되도록 말 하지 말자, 정 떨어지는 거 같아.
- 계란은 왜 세 개나 넣어!!!! 사치야!!!!!!
- 씨발 그냥 좀 먹어 제발!!!!!!




ㅤ신라면은 김여주가 좋아하는 라면이다. 꼬들꼬들한 면도 김여주가 좋아한다. 라면은 한 개 끓여도 늘 계란은 두 개 이상 넣는 것도 김여주 방식이다. 박지민이 이렇게 김여주랑 먹는 게 비슷했나? 둘 다 왜 이렇게 계란을 좋아하는 거야? 노는 취향은 같았는데 먹는 식성은 나와 딴 판이었던 김여주가 또 다시 떠오른다. 심사가 뒤틀리는 거 같아서 지민이 말대로 그냥 먹기로 했다. 먹을 때마다 갈리는 취향 때문에 김여주랑 라면이고 밥이고 자주 같이 먹진 않았는데 지금 먹으니 신라면도 꽤 맛있는 거 같았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ㅤ아무튼 맛있는 건 둘째 치고 해장에 라면은 내 속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은 다음 격렬하게 다 게워내고 나서 지민이 집에서 쫓겨났다. 아 씨팔 술냄새 조지게 나는데 이렇게 쫓겨나네. 여기서 우리 집까지 멀지 않아서 그냥 걸어갔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같잖게 김여주 생각이 났다. 내가 뭘 못해줬나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건 없었다.

ㅤ한두 번 겪은 이별도 아닌데 유별나게 좀 속이 쓰리다. 술병인지, 아님 차인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 건지. 만났던 애들 중에서 내가 유독 김여주를 좋아했던 게 이유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미련 맞은 생각만 하고 사는 건 나랑 어울리지도 않고 보기 좋지도 않아서 잊으려고 애를 썼다.



ㅤ근데 내가 김여주랑 왜 사귄 거지.




- 씨발.




ㅤ생각났다. 요즘 진짜 답지 않은 짓을 좀 해서 그런 건가, 생각만 존나 하니까 쓰레기통에 처박아둔 자잘한 기억들이 비집고 나타난다. 내가 왜 김여주랑 사귀었냐면, 그. 그거 있잖아. 그거. 그래 씨발, 분위기. 그놈의 분위기가 문제였다. 아니 분위기가 문제였던 건지, 술이 문제였던 건지, 아니면 그 당시에 같이 있던 주변 동기들이 문제였던 건지는 제대로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술이랑 별 같잖은 동기들이 합쳐지면 말도 안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확실하다. 그때도 그랬다. 김여주랑 나랑 벌칙이 걸리고, 술을 먹고, 먹고, 계속 먹다가, 취하다가, 입을 맞추다가, 눈을 맞추다가, 골목길로 가서 다시 입을 맞추고, 우리 둘만 홀랑 술집에서 도망치고, 그러다가 배가 맞다가…… 낭만도 로맨틱도 무드도 하나 없이 만난 거였네. 언제 헤어져도 이상할 거 하나 없었다.



ㅤ박지민이 기분 전환 겸으로 노래방에 나를 데리고 왔다. 존나 내키지 않았는데 응어리라도 푸는 셈 치고 지민이가 건네주는 마이크를 받았다. 김여주는 노래를 잘 안 불렀지. 내 목소리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매번 불러달라고 했다. 노래 제목으로 곡을 찾아서 틀었다. 신나는 거 위주로. 박지민도 분위기를 띄웠고, 나는, 나는, 나는…….




- 왜 안 불…… 뭐 하냐.
- 크흥, 흑, 너, 너 불러.
- 왜 우는데.




ㅤ신나는 템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에 목이 따끔하다. 왜 우리의 장르는 로맨스였으면서 낭만도 로맨틱도 무드도 하나 없었을까. 왜 우리의 시작은 흔히들 겪는 인연도 우연도 아니고 술주정이었을까. 왜 우리는 침대에서 시작해서 땅바닥에서 끝난 걸까. 내가 뭐를 잘못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코 먹은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린다. 쪽팔렸지만 지민이 앞이라 그나마 나았다. 박지민은 조용히 취소 버튼을 눌렀다.


ㅤ왜 하필 너야.


ㅤ내가 가장 널 아끼고 좋아했는데. 다정한 게 얼마나 힘든데, 배려가 얼마나 어려운데. 내가 아무리 다정과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남에게 퍼주는 게 얼마나 힘든데. 힘들고 어려우니까 넌 다정도 배려도 없었잖아. 어쩌면 일방적인 사랑이었으니까 이별도 일방적인 결말로 쫑나는 게 당연했을 수도 있었다. 김여주가 그날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할 거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 개연성이 없는 이별이 내 코앞으로 닥쳐왔다는 걸,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고, 깨닫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한 거였다. 그냥 김여주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서.




- 지민아....
- 왜 불러 새꺄.
- 걘 나 안 좋아해…….
- 알아.
- 니가 어떻게 알어 새끼야아아아 허윽흐으윽…….
- 맞아 사실 몰라. 노래방 시간 아까우니까 우리 그냥 노래나 부르면 안 될까?
- 흐윽…….




ㅤ나는 그날 지민이와 함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실컷 울었다.

ㅤ그리고 다음 날 김여주가 새 애인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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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폼  8시간 전  
 달폼님께서 작가님에게 1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달햬°  9시간 전  
 어뜩해ㅠㅠㅠ 태혀아ㅠㅠ

 달햬°님께 댓글 로또 1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마녀_  1일 전  
 태형이 불쌍해서 어캅니까ㅠㅠ

 답글 0
  오잉또잉구오즈  2일 전  
 아 어떡해 ㅠㅠㅠ

 답글 0
  진_진  2일 전  
 세상..측은하고..애잔하고...슬픈데 또 귀여운...톄형...

 진_진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쓔쓔바  3일 전  
 아 불쌍해ㅠㅜㅜㅜ

 쓔쓔바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천령°  3일 전  
 너무 좋아요!!!! 진짜 죄송하지만로드킬 연재는 어떻게ㅡ이루어지나요???

 답글 0
  걍잡덕  4일 전  
 태형이 안쓰럽네요ㅠㅜㅜ근데 재밌어요ㅡㅠㅜㅜ제가 왜이러죠ㅠㅜㅠ

 답글 0
  합니다  4일 전  
 엉엉엉 일케 막 머리속에 있는 모든 것을 쏟은 듯한 느낌 너무 좋아요 엉엉

 합니다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STOCK  4일 전  
 아 진짜 이런 글 너무 좋잖아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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