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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왈츠를 치던 그 가녀린 손가락이 바스라ㅈ - W.호빵
왈츠를 치던 그 가녀린 손가락이 바스라ㅈ - W.호빵





기괴한 피아노 선율이 귓가에 맴돈다. 머릿속을 잔뜩 헤집어 놓는 그 선율은 끔찍이도 잊히지가 않는다. 그 피아노 의자에 걸 터 앉아 해맑게 웃던 네가 아직도 잊히질 않는데, 어째 그 자리엔 하얀 먼지가 소복이 쌓인 피아노만이 널 대신한다. 김여주가 뒈졌다. 





































그 어릴 때 자그마한 손으로 내 손을 꼬옥 잡으며 넌 내게 물었다. ‘윤기야, 내가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난 피아노가 너무 좋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고 별을 담은 듯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내게 얘기했다. 천사가 왔다 해도 믿었을 거다. 너는 힘이 없어 제대로 눌리지도 않는 건반들을 꾸역꾸역 눌러가며 곡 하나를 연주하기도 했다. 나비야-, 나비야 ••• 어릴 적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노래를 더듬더듬 찾아 건반에 옮겼다. 너라는 하얀 도화지에 피아노라는 물감이 입혀졌다. 운명적 만남이었다. 행복이었다. 여주야, 그럼! 네 연주를 듣고 입가에 지어지는 웃음에 나도 운명임을 직감했다. 네게 희망을 건넸다. 나도 네 도화지에 덧칠을 했다. 우연이었다. 












너는 금세 실력이 늘었다. 11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게 성장해 나갔다. 네 또래가 바이엘을 치고 있을 때 넌 소나티네를 연주하는 중이었다. 건반 하나를 허투루 두드리는 법이 없었다. 건반 하나를 감정 없이 두드리는 법이 없었다. 너는 음악을 즐겼다. 너는 연주를 사랑했다. 너는 내게 네가 작곡한 왈츠를 생일 선물로 주었다. 내게 악보를 건네고 내 방의 피아노로 달려가 왈츠를 연주하는 모습이 퍽 아름다워 보였다. 연주를 마치고 피아노에서 내려오는 넌 처음으로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듯 잔뜩 붉어진 볼을 숨기며 종종걸음으로 내 곁에 서 물었다. ‘어때? 널 생각하면서 오선지에 옮겨 적었어.’ 비로소 너라는 그림이 완성되려 했다. 인연이었다. 























콩쿠르에 참가했다. 김여주는 다를 것 없이 우승 했다. 모두 그런 줄 알았다. 운명인 줄 알았다. 김여주는 피폐해져 갔다. 
귀엽게 올라왔던 볼살들은 이미 빠진 지 오래였고, 얼굴은 야위어 아파 보이기 까지 했다.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김여주가 내게 말했다. 윤기야, 나 진짜 미친 척하고, 손 다칠까? 김여주가 울었다. 운명이 아니었다. 

























네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수면제 과다 복용. 자살 시도라고 했다. 대체 뭐가, 뭐가 널 힘들게 만들었던 것일까. 피아노를 칠 때면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 않던 네가 왜 피아노 때문에 이렇게 누워있는 것일까. 무엇이 널 아프게 했단 말일까. 네 방에 들어갔다. 네 책상에는 오선지들과 악보들이 흩어져 있었고, 방 한편에는 휴대용 키보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네가 잔뜩 입에 털어 넣은 듯한 수면제 병 또한 네 침대 곁에서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네 흔적을 더듬었다. 작은 것이라도 너를 낫게 해줄까 싶어 네 방을 끝없이 맴돌았다. 툭,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손 때가 묻은 듯 색이 잔뜩 바랜 갈색 다이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눈물이 내려 앉아 종이가 일어나고 꼬깃 해진 흔적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네가 퇴원했다. 미약하지만 입 끝에 간신히 달려있는 웃음이 괜히 안도감을 주었다. ‘윤기야, 걱정했지? 미안해.’ 그 한 마디가 뭐라고 안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아직도 네 일기의 구절이 잊히지가 않는다. 눈물자국 위 덧대어 쓴 검은색의 잉크가 번져 알아보기 버거운 글씨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내 행복이었던 건반들이 내게 칼날이 되어 날 찔러댄다. 공허감과 우울감만이 내게 남아있다.’ 그 도화지는 점점 ••• 망가지는 중이다. ••• 




























김여주가 뒈졌다. 절벽에서 떨어져 뒈졌다. 씨팔. 상스러운 욕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비릿한 피 내음이 코 끝을 마비시켰다. 끈적하고 붉은 것이 손끝에 만져졌다. 김여주의 머리에서 새어 나오는 그것이 너무나 소중해서 내 손에 피가 묻는 것조차 잊고 김여주의 이마를 닦아내었다. 골을 울릴 것처럼 계속해서 코를 감싸는 피 향이 날 어지럽게 만들었다. 김, 김여주. 헐떡이는 숨으로 네 이름을 괜히 불러본다. 맞잡은 손에는 차가운 기운만이 남아있다. 네 온기를 잃었다. 도화지는•• 찢어진 지 오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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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윤기만바라볼게  99일 전  
 윤기만바라볼게님께서 작가님에게 1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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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가꿈이였던뷔글왕자  99일 전  
 제가 피아노를 좋아해서 이 글을 보러 들어왔늠데..여주한테 무슨일이ㅜㅠㅜㅜㅡ

 농부가꿈이였던뷔글왕자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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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다네.  99일 전  
 헉!!!글 넘 잘쓰세욧!분위기가..!!!넘 좋잖아욧!!

 답글 0
  roshie  99일 전  
 흡 ... 너무 필력 조으새요... 짱짱 !!

 답글 0
  쇼몔  99일 전  
 짱이에요...

 쇼몔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온누옐  99일 전  
 온누옐님께서 작가님에게 1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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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늉마  100일 전  
 헐 ㅠㅠ 글 너무너무 잘쓰시는데용 작가님 ㅠㅠ ❤❤

 늉마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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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  100일 전  
 헐 짱이에요...

 7-0=0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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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주  100일 전  
 헉 묘사 너무 슬퍼요.. 너무 몰입 되네요.

 답글 0
  혜연//  100일 전  
 혜연//님께서 작가님에게 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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