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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유럽 - W.가비
유럽 - W.가비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 없다. 또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해 본 적 없다. 김태형 절망이 가득한 날숨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형편에 바랄 것은 더더욱 없다. 일감이 손에 잡히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졸렬한 인간들이 완벽한 비겁자로 성장한다는 바로 그 화분에 꿋꿋이 두 다리 심어 하늘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고열의 의지가 굳세게 뻗고 나가는 날에는 새로 터를 잡고 백화점 흉내 내는 늘씬한 서점 대신 알 수 없는 인생처럼 폭삭ㅡ지층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헌 책방에 들러 작가의 심오한 문학들을 굳은 머리 조금씩 굴려가며 애써 해석해보기도 하고.


인간의 틈새에 끼여 사는 것들이 전부 인간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밤은 전부 노랗다. 정확히는 그런 생각들을 나만 했다. 나만 했다고는 했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이 세상 인간들은 도대체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사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기쁠 때도 슬픈 줄 알고 슬플 때는 죽은 줄만 안다. 김태형 쩍 벌어진 두 입술이 아주 못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봤다.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게 무슨 표정인지 잘 모른다.


추상적 개념으로 한쪽만 상대편을 사랑한다는 그 흔한 것으로 말미암은 셀 수 없이 수많은 날들은 흘러가는 법을 배우지 못해 고여만 있다. 나는 노여움을 먹기만 먹어댔다. 풀어내지는 못할망정 주야장천 피가 고인 발뒤꿈치를 높게 치켜들고는 의자 위로 떠오른다 시선은 아래에 처박아두어야만 한다.



"웃어봐."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

"이렇게, 입을 찢어보라고."

"태형아."



죽는다고 웃는다.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궤를 같이 한 것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승격되는 기쁨이라고 만인의 앞에서 입 모아 말하고 싶다.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한다지만 척박한 사막에서 얼어 죽는 그런 환산조차 하지 못할 귀목같은 사랑아.


몸이 달아 땀을 입었지만 아귀 입이 되어 희죽 웃는다. 별일 없다는 듯 늙은 유성이 될 준비를 하면서 나는 굼벵이처럼 몸을 둥글게 말았다. 서쪽을 조금 더 바라보기 위한 각도로 사랑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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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선애.  2일 전  
 잘 보고가요:)

 선애.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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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하루  3일 전  
 글 잘쓰시네요

 답글 0
  공전선  3일 전  
 공전선님께서 작가님에게 139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련예  3일 전  
 련예님께서 작가님에게 341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련예  3일 전  
 무엇을 기대하든 상상 그 이상의 표혅력......사랑ㅈ해여

 답글 0
  문샤인  3일 전  
 가비 님••• 오늘도 안온한 밤 되세요✨

 문샤인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드플  3일 전  
 가비 님이라는 알림을 듣고 뛰어왔ㅅ브니다

 드플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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