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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작당글] 마녀 - W.님연
[작당글] 마녀 - W.님연

* 본 내용은 실존 인물과 관련 없습니다.
* 죽음을 표현하는 묘사가 포함되어 트라우마를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하은지-새벽달♬












어느 작고 작은 마을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였다. 어떤 소녀가 저주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 소문은 파도에 휩쓸려 가듯 순식간에 퍼졌고 소녀의 악담이 끊이지 않았다. 그 소녀는 원하는 대로 생물을 죽일 수 있으며 소녀의 곁에 있으면 저주가 옮는다거나 전염병에 걸리는 등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말도 생겨났다. 그러하여 마을 사람들은 그 소녀를 `마녀`라고 불렀고


소문의 주인공은 바로 나, 김여주였다.























저 마을 뒤에 있는 산골 지기 속 푸른 나무들 사이에 작은 오두막집이 있다. 그 작은 오두막은 저주를 품고 있다며 마을에서 쫓겨난 뒤 6년 동안 살고 있는 나의 집이다. 문을 열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 구석진 곳에서는 거미줄이 쳐진지 오래이다. 허름하고 낡은 오두막이지만 나에게는 추위를 견디게 해준 따스하고 아늑한 곳이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정말 저주가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유라면 사람이라는 존재가 나타나면 입도 벙긋 못한 채 두려워 벌벌 떨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본래 이유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르다고 느껴 왔으며 생명이 다 되어 고통받는 이에게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숨통을 줄일 수 있거나 간단한 마법까지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기겁을 할 것을 특별하다고 해야할 지, 저주라고 해야할 지 다만 모를 뿐이다. 신비롭지만 안타까운 나는 딱 그 정도의 능력이 있었고 전염병이 옮기는 무슨, 어렸을 때부터 따가운 시선과 눈초리 덕분에 아무도 내 곁에 오지도 않았다. 그냥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 꼴도 보기 싫어 말도 안되는 꾀를 낸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손가락 짓과 욕설에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 대답을 못한 거에 오해는 쌓이고 쌓여 깨 부실 수 없는 높은 벽이 생긴 것이다.







나는 이 산속에서 사는 것은 익숙 해졌으며 아침에 일어날 때 짹짹 거리는 참새들과 상쾌한 공기까지 달콤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하늘을 비추니 나는 기지개를 쭉 펴고 뻐근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니 머리는 산발이었고 이곳 저곳 멀쩡한 모습이 없는 몬난 얼굴이었다. 나의 짙은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거울에게 미소를 지어 아침 인사를 하였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희망이자 약속이다. 혼자 버려진 나에게 소소한 취미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꽃을 키우는 것. 자그마한 씨앗이 점점 자라며 새싹이 생기고 꽃을 피운다는 게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꽃밭 가운데에 누워 꽃들에게 말을 걸면 살랑 살랑 움직이며 나의 말을 조용히 들어준다. 누군가가 나의 말을 존중하여 들어주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다. 그러하여 나에게 작은 꽃밭이 있고 그 꽃밭을 가꾸기 위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낡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시원한 바람이 나의 노란빛을 띄는 머리카락을 찰랑이게 만들었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마음으로 오두막집과 꽤 먼 곳에 위치한 나의 꽃밭을 향해 걸어갔다. 꽃밭으로 도착하니 향긋한 꽃의 향기가 나의 코를 자극하였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매력적인 꽃의 향기를 맡았다. 달콤하고 씁쓸한, 나의 입장을 대변하여 주는 느낌이다. 나는 혼자 사는 이 삶이 자유로워 달콤하였지만 다른 의미로 혼자 사는 이 삶은 누군가가 그리워 씁쓸하였다. 나는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이 꽃의 꽃말이 무엇인 지 나홀로 속삭였다. 오늘도 꽃들을 살랑이며 밝은 웃음을 보여주듯 활짝 펴 있었다. 나는 이 꽃밭에 하루의 절반을 쏟아 붙는다. 꽃밭에 오래 있고 싶어서 보다는 혹시라도 이 곳에 누군가가 꽃 향기를 맡고 오진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 컸기 때문이다.







그 작은 기대감은 너무 작아 사라졌나 보다. 오늘도 사람의 형태는 커녕 생명이 움직이는 소리도 못 들었다. 우울해진 나의 모습을 보는 꽃들 또한 시무룩 해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일은 작은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도한 채 집으로 돌아가 본다. 터벅, 터벅. 나만 내는 발자국 소리에 외로웠다. 혼자 세상을 살아가 듯하여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누구나 손길이 닿는 곳에는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곤 하니까. 나 홀로 집에 가는 길에 하얀 목련 꽃의 봉우리가 피어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울창한 나무가 크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처음 보는 목련 나무에 호기심이 생겨 나무에 피어난 예쁜 목련 꽃의 봉우리를 따내었다. 한 송이, 두 송이. 뚝, 뚝 따질 때마다 울창한 나무는 점점 초췌 해지기만 한다. 어느 순간 양손 가득 목련 꽃을 따내고 집으로 돌아가느라 헨젤과 그레텔처럼 목련 꽃은 떨궈졌다.







꽃잎만 살살 떼어내어 넓게 펼쳐 소울로(태양의 정력적인 힘)를 이용해 꽃잎을 말려냈다. 갈색으로 물들인 목련 꽃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았다. 이 일을 작업하느라 긴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새 푸르던 하늘은 어둡게 변하였고 밝은 달이 떠 있었다. 피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펑, 펑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마을에서 축제를 열고 있던 모양이었다. 알록달록 예쁜 폭죽이 하늘로 높게 올라가다가 터지면 불꽃들은 멀리 떨어지며 사라지게 된다. 나도 축제를 즐기고 싶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그렇게나 이루기 힘든 소원인 것인가 별똥별이 위로 올라가지 않고 떨어지는 것처럼 그 소원은 이루지 못한다. 무언가가 달라졌으면 조심스레 소원을 빌어본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이 올라오면 후- 불 듯이 폭죽이 위로 올라오고 환하게 터질 순간에 입술을 모아 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 생기겠어 아무렇지 않게 넘겨보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조금의 확률로 바보 같은 행동에 의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부스럭- 풀들이 짓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어깨는 들썩였고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도 덩달아 눈이 동그랗게 커진 눈이 커지더니 놀란 듯하였다. 하얗고 복실한 털을 가진 토끼를 보는 것 같았다. 순하고 귀여운, 그런 아담한 남자였다. 모습을 보니 어두운 밤이 되자 산속에서 길을 잃은 듯하였다. 가로등이 아닌 별이 밤을 비추는 날에 길을 찾아 헤매다가 이 오두막집을 발견하여 온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과거의 모습과 똑같이 가슴이 터질 듯 쿵쿵 뛰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였는데 아니였나 보다. 내가 믿고 있던 시간은 약이라는 말은 순 엉터리였다. 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줄 알았는데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사람이 너무나도 무서웠고 버림 받기 싫었다. 이럴거면 왜 나는 꽃밭에서 사람을 기다리며 기도를 한 것일까. 이제 저 남자는 나를 보고 경멸의 눈빛으로 마녀라고 손가락 짓을 할 것이다. 한 번 겪은 트라우마는 잊혀지지 않는 흉터로 남아있다. 상처는 깊게 심장을 파고 들었고 불치병이 되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려 크게 숨을 들이 마시다고 내쉬었다. 심호흡까지 끝낸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을 깨무니 피 비린 맛이 입 안에서 쓰게 담겨졌다. 하지만 그 남자가 나를 비난을 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저는 박지민이라고 하고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려서요. 혹시 이 오두막집의 주인이시라면 하룻밤만 신세 져도 될까요?"







누군가가 그리워 씁쓸한 나에게 찾아온 달콤함이었다. 쓴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왕창 추가한 거라면 이런 게 아닐까. 나는 몸이 그대로 경직된 채 삐거덕 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제자리 뛰기라는 연습은 이제 그만하고 달리기를 하는 변화될 시기인 건가. `떨지마, 괜찮아. 달리질 수 있어.` 이 사람은 내가 흉흉한 소문 속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만 같다. 그 소문을 알고 있었다면 나를 보고 놀라며 도망갔을 것이다. 한편으로 가슴이 답답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라 기뻤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오두막집의 문을 열고 지민에게 따라오라 손짓을 하였다. 지민은 "실례하겠습니다..."라며 조심히 나를 따라왔다. 이 사람은 내가 떨군 목련 꽃을 보고 따라온 구원자는 아닐까. 해맑게 웃는 미소와 행동 하나하나가 나의 시선을 이끌었고 누구보다 고왔다. 지민은 보따리 속에 있는 어느 물건을 꺼내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오르골이었다. 지민은 신세를 지는 답례라며 꼭 받아달라고 부탁하였다. 아, 이런 것을 선물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언젠지도 모르는 생일 때도, 크리스마스에도 받아본 적이 없는 선물을 처음으로 받아보았다. 나는 그 오르골을 슬며시 잡고 오르골을 틀어 보았다. 잔잔한 소리가 혼자였던 나를 위로 해주는 것 같았다. 이 뭉클한 감정을 감동하였다라고 표현하는 것인가 헷갈렸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느낀 것이기에. 이 오르골의 소리는 악보 타고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오르골 소리를 들으며 부엌으로 향하였다. 오늘 딴 목련 꽃으로 목련 꽃 차를 대접할 마음이었다. 물을 끓이고 보글보글 달아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유리병에서 목련 꽃을 꺼내어 끓고 있는 물에 담가 우려냈다. 좋은 향기가 집 안을 맴돌았다. 마지막으로 꿀을 넣어 달콤함을 추가하였다. 다 만든 목련 꽃 차를 내가 아끼는 꽃 잔에 담고 지민에게 가 건넸다.







"밖에 날씨 때문에 추우셨을 텐데 목련 꽃차 좀 드셔보세요. 따뜻한 기운 덕분에 몸을 녹이실 수 있으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마녀님."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마녀인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피하지 않는 것이 놀라웠다. 혹시 나를 일부러 찾아와 죽이려는 것은 아닌지, 사람 마음을 가지고 놀리는 것은 아닌지 온갖 생각들이 다 들었다. 지민은 나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더니 손을 저으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녀님이 생각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산속에 오두막집이 있는 것을 보고 마녀님이구나 짐작을 한 겁니다." 지민은 차를 홀짝 마시더니 맛있다며 찻잔을 꼭 쥐었다. 싱숭생숭한 느낌이 어색하였다. 지민은 오르골처럼 목소리로 나를 위로하여 주고 있다. 처음으로 본 이 사람을 내가 사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아 고개를 휘휘 저었다. 나의 소문을 들어도 믿지 않는 것과 나에게 따스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다.







"제가 마녀라는 걸 알고 기시는데 왜 도망가지 않으시나요?"


"...글쎄요. 처음에는 저도 두려웠어요. 하지만 마녀님이 떨고 있는 어깨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어요. 그리고 마녀님은 나쁜 사람이 아니구나, 그렇게 느껴서 그런 것 같아요."







지민은 살풋 입꼬리를 이쁘게 말아 올렸다. 따뜻한 꽃차와 함께 온 몸이 사르르 녹아 내렸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요즘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 나는 지민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기를 나누던 도중 지민은 입을 가리며 꺄르르 웃었다. "마녀님은 되게 좋으신 분 같아요. 꼭 그 억울한 소문 제가 없애 드릴 테니 나중에 마을로 와주세요." 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오르골 소리와 함께 울컥 되는 내 마음을 다스렸다. 나는 꽉 막힌 자물쇠였고 그런 나를 열쇠인 지민이 손 쉽게 풀어주었다. 자물쇠와 열쇠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꽉 채워주는 것. 잠깐 본 거지만 우리의 그런 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어두운 밤은 지나가고 밝은 햇살이 아침을 맞이하였다.







평소와 같이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집에 나 말고 또 다른 생명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몸을 뒤척이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문을 열어보니 지민은 소파에서 포근한 이불을 덮으며 잠을 자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깬 듯 나를 보더니 지민은 눈을 비비며 "일찍 일어나셨네요?"라며 상큼한 아침 인사를 하였다. 이 모든 순간들이 처음이라고 말하면 믿어줄 사람이 있을까. 예쁘게 피어난 노란 민들레 꽃은 하얀 깃털이 생기더니 저 높은 하늘로 날아 올랐다.







"아침 일찍 어디 가세요?"


"아... 네. 꽃밭을 키우고 있거든요."


"꽃밭이요? 마을 내려가는 길에 저도 같이 가요!"







지민은 허둥지둥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겉옷을 입었다. 그리고 보따리 또한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와 지민은 같이 오두막집을 나왔다. 오늘도 상쾌한 공기가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와 지민은 서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니 먼 길이 짧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나의 꽃밭을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다. 지민과 같이 있으면 모든 순간들을 사진 찍는 것 같았다. 그 순간에만 얻을 수 있는 모습과 느낌까지. 나는 이 사진을 기억이라는 갤러리에 꼭 간직할 것이다. 지민은 나의 꽃밭을 보며 환하게 웃더니 달려갔다.







꽃과 지민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꽃밭에는 나비들이 펄럭이며 날아다녔고 그 안에는 우리가 함께 했다. 지민은 나에게 꽃을 따면 안되냐고 부탁하였다. 세상은 언제나 흑백이였던 나에게 색상으로 만들어준 지민을 어찌 거절 할 수 있을까. 나는 그의 부탁을 승낙하였다. 뚝, 꽃이 뜯겨 나갔다. 저 꽃의 이름은 상사화. 보라색으로 온 몸을 둘러싼 어여쁜 꽃이다. 지민은 꽃이 향기도 좋고 너무 아름답다며 칭찬하였다. 그러더니 나의 귀에 꽂아주고 정말 잘 어울린다며 미소를 보여주었다. 오, 그대여. 상사화의 꽃말이 무엇인 지 알기나 할까나. 바로 상사화의 꽃말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다. 정말로 나에게 잘 어울리는 꽃이다. 아니, 꽃말이다. 나는 억지로 눈꼬리를 휘며 귀에 꽂은 상사화를 꾹 붙잡았다.









***








나는 지민을 마을까지 배웅하여 주었고 또 혼자가 되었다. 어제 일이 꿈만 같았다.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이 설렘에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계속 그의 얼굴이 떠올랐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다가 사라져 버리니 불안하기까지 하였다. 손에 닿으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나는 홀로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또 목련 꽃을 발견하였다. 아름답던게 사람의 욕심으로 인해서 말라가구나. 결과를 알면서도 사람들의 욕심은 끝도 없다. 나는 지민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었다.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상사화를 손에 쥐고 집으로 달려갔다.







헉헉 계속 숨이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고 비틀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도착하였다. 옷장을 열어 검은 망토를 두른 채 지민을 보러 가기 위하여 마을로 내려갔다. 정신 없이 뛰어가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져 피가 줄줄 흘러 내려왔다. 무릎에는 살이 까여 쓰라림에 견디기 힘들었지만 글썽이는 눈물을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어쩌다 지민을 가슴 속에 물들이게 된 것인지 물기를 쫙 짜내도 남아있는 무거움이 나를 더 묶어두었다. 숨을 고르며 마을 입구까지 도착하였다. 6년 전까지만 해도 낡은 곳 하나 없었는데 조금씩 녹이 쓴 것이 눈 앞에 보였다. 세월이 많이도 지났구나. 마을 입구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는 누가 봐도 수상한 옷차림새였고 마을로 들어서기 무서웠다. 다시 그 고통을 느껴야 할까 봐 두려움이 생겼다. 어렸을 적 나에게 돌을 던지며 내 쫓은 기억이 생생하지만 침을 꿀꺽 삼키고 성큼성큼 마을로 들어섰다. 무엇보다 지민을 보고 싶었으며 지금 놓치면 평생을 후회할 것 같기 때문에.







마을의 분위기는 이상하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축제였었는데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표정들은 굳어 있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엿 들었다. "어떤 청년이 마녀 집에서 하룻밤 자고 왔다지 뭐야? 꽃 차도 마셨대. 분명 마녀랑 같이 있어서 미친 게 틀림없어.", "아무도 사용 안 하는 창고 있지? 거기에 그 사람 불에 태워 죽일 예정이래." 손에 쥐고 있던 상사화는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사람들에게 밟혀 눌러졌다. 어젯밤에 억울한 거짓말의 누명을 풀어주겠다고 말하였던 게 진심일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뜯어말렸던 것인데. 나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마을에 있는 창고 쪽으로 뛰어갔다.







창고에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여 있었고 나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맨 앞으로 향하였다. 맨 앞으로 오니 지민은 두 손이 묶인 채로 창고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금방이라도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투명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나는 고개를 숙여 지민의 시선을 피하였다. 죄책감 때문에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검은 망토를 푸르고 지민의 손을 잡은 다음 저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욕심은 있지만 용기는 없었다. 마른 땅에 나의 눈물이 투둑, 떨어졌다. 그렇게 창고에 불이 붙여졌다. 놓치면 안될 것 같은 것이 지민이 생의 마지막을 보기 위한 것일까. 오늘 오지 않아서 그냥 지민은 내가 무서워 도망간 것이라고 생각할 걸, 그냥 하룻 밤만 잘 곳이 필요한 여우에게 속아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할 걸,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없었다면 좋았을텐데.







내 눈앞에서 그가 죽었다. 아니 내가 그를 죽였다. 불에서 연기를 맡으며 죽는 것은 도저히 그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숨통을 끊었다. 왜 나는 이딴 마법 밖에 못 쓰는 것일까. 나는 무엇도 원망하고 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악담을 하는 것도 나를 마을에서 내 쫓은 것도.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의 숨통을 끊어준 내가, 이 자리를 도망치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처음으로 나에게 감정을 가르쳐준 사람이었고 내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지민은 나를 미워하겠지만 마지막으로 마주쳤던 눈은 왜 그렇게 행복해 보였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혹시 약속을 지킬려고 노력했다 라는 바보 같은 뜻만 아니길 빌었다. 나의 꽃밭에 있는 상사화라는 꽃들을 뜯어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는데 욕심을 부린 것이었다.







초점 잃은 눈으로 오두막으로 오고 나니 지민과의 추억이 떠올라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채로 오르골을 틀었다. 오르골은 지민이 나에게 주고 간 선물이었다. 오르골 소리는 무엇보다 슬펐으며 아련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 사진은 그 순간에만 생겨나는 장면이다. 두 번 다시 기회는 오지 않는다. 나 또한 그렇구나. 마을 사람들의 소문은 말이 씨가 되어 정말로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떠나갔다. 내 곁에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저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 오르골뿐이었다. 내가 키운 사랑이란 씨는 세상 밖을 구경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나는 울분이 터져 나왔고 그칠 줄 모르는 비가 내리는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우산을 쓰여 주었으면, 부디 내 눈물을 멈추게 해다오. 나는 그렇게 사람들을 증오하게 되었고 복수하고 싶었다.









***








마을이 뜨거운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다. 까만 연기가 높게 날아갔고 산까지 뒤덮었다. 마을에서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울음소리로 가득하였다. 나는 그 관경을 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 일이 일어난 뒤 악마와 계약을 맺어 마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불행을 주고 다녔다. 밤 하늘 달을 바라보니 달빛에 비춰진 나의 붉은 눈동자가 선명히 보였다. 그 남자는 나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그랬으니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억울하게 죽은 남자를 대신하여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소문 그대로 저주를 가지고 있으며 내 곁에 있으면 안 좋은 일이 생겨난다. 이제 억울한 누명 따위는 벗어나 진실이 되었다. 아, 근데 그 남자의 이름은 뭐였지? -악마와 계약할 때 조건 중 한 가지가 자신의 소중한 기억이 없어지는 항목이 있었지만 확인도 하지 않고 승낙하였기 때문이다.- 머리가 갑자기 지끈거려 손으로 이마를 꾹 눌렀다. 무언가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에 눈살을 찌푸렸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붉은 마을을 쳐다보았다. 내가 왜 마을을 불태웠더라... 아무런 감정 또한 남겨지지 않았고 기억 조차 가물가물 해졌다. 그렇게 지민이라는 존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채,







당신들이 알고 있는 고약한 마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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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빱님♡, 수원왕갈비통닭, ♡천사의편지♡, 마레, EASTER, ♡점시미♡, 보라색파스텔, ♡SoftMoom♡, .....ㅎㅎ, 이수근님, 해국님, 희롈, 혜월츤민, 유은예, _연세린, 두빙빙두비, 드플, 양파맛스프, ♡김단옝♡, ♡엔젤♡, 로청, MP3, 아라비아의별, ♡작은재♡, 다원아씨, 첸데레밍, CGV김태태, 예하늘, 주디샘화, 뇨히, 까만사이다, 자극히평범한아미★, 플루토, 양운, 검은패딩, 민운_, 뇨히, 카툰, 팔꽁공님, 퍼플리, 콩자밪, 디데이 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전부터 계속 응원해주신 분들은 제 사랑 하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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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예적님  120일 전  
 예적님님께서 작가님에게 15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길섶  121일 전  
 작당 축하드려요 !!

 ✎길섶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예적님  121일 전  
 예적님님께서 작가님에게 4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_레아  377일 전  
 _레아님께서 작가님에게 3000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0
   379일 전  
 너무 재밌어용 ㅠㅠ

 님께 댓글 로또 6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iiieiii  379일 전  
 헐...작가님 글 너무 잘 쓰니네요..ㅠㅠ

 답글 1
  _레아  379일 전  
 _레아님께서 작가님에게 1245점의 포인트를 선물하였습니다.

 답글 6
  태태샤룽이ㅣ♡  493일 전  
 우왕ㅠㅠ잼씀

 태태샤룽이ㅣ♡님께 댓글 로또 1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wiwk  503일 전  
 진찌넘무슬프당

 wiwk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79소진  504일 전  
 ㅠㅠ슬프네여...
 새드다.....
 으아어어ㅓㅇ엉

 79소진님께 댓글 로또 1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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