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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방막공 23화. 엇갈리는 사랑 - W.하늘비달
방막공 23화. 엇갈리는 사랑 - W.하늘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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쬴쬬리니님 10000포인트 감사합니다! 어우.. 순간 눈을 의심했어요... 0 하나를 더 붙여서 본 것은 아닌지... 얼마나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댓글을 연속 두 개나 달아주신 걸까요ㅠㅠㅠ 화이팅 해서 더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에리얼님 2700+300포인트 감사합니다! 매니저니로써 열심히 일해주시는데 이렇게 포인트도 빵빵 쏴 주시니 저는 정말 인복이 많다고 할수밖에...(롬곡) 맞아요 태형이 너무 귀엽죠... 저의 태형이 캐해석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그저 기쁩니다... 히힛











흰솜사탕님 2000포인트 감사합니다! 맞아요... 애들 너무 귀엽죠 흑흑... 방막공 쓰면서 가장 즐거운 때가 애들끼리 꽁냥꽁냥 재미있게 노는 부분을 쓸 때인데 그런 의미에서 저번 화는 너무 즐겁게 썼었어요.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다니 뭔가 반갑네요ㅎㅎ





채월향님 1004포인트 감사합니다! 천사분이시라 천사포인트만 놓고 사라락 사라지신 건가요... ㅇㅁ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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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엄청 핵심만 딱딱 정리한 깔끔한 요약이네요! 특히 3번과 4번이 별표 오백만 개를 쳐야 할 것 같은.... 죄송합니다. 어쨌든 감사해요><






흑흑 너무 귀엽다니까요... 여주 멘탈이 대단한 거예요 저같았으면 바로 기절했음








아앗... 뭔가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사실 남주 투표는 그냥 제가 달달이들의 취향이 궁금해서 진행했던 거랍니다ㅋㅋㅋㅋㅋㅋ 남주는 정해져 있어요 제 머릿속에,,, 석진이가 1등이라구 기뻐하셨던 어남진 분들.. 아직 긴장하세요 남주 정해지기 전까지는 많이 멀었습니다ㅋㅋㅋㅋ








(윗글은 매니저 에리얼 님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방탄 하숙집 막냇공주님
방막공 23화. 엇갈리는 사랑












+)표지는 언제나 chayouk naver.com으로!












































































"...네, 수고했습니다. 나가 보세요."

"네."







들고 있던 색소폰을 내려놓은 태형이 작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곤 제 눈앞에 앉아있는 시험관 교수에게 고갤 꾸벅 숙여 보였다. 5분 남짓한 실기시험은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저께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아 꽤 버겁긴 했다. 시험을 잘 치렀는지 아닌지도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돌아서려는 찰나 저도 모르게 걸음이 꼬여 비틀거리는 태형을 본 교수가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 학생."

"...네?"

"좀 휘청거리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안색도 창백하고..."

"아... 어제 잠을 못 자서요. 괜찮습니다."

"흠... 조심해요. 어린 사람이 건강 챙겨야지."








태형은 머쓱하게 웃으며 뒷덜미를 긁적였다. 그러나 그 얼굴은 누가 봐도 어딘가 꺼림직할 만큼 핏기가 쑥 빠져 있었다. 다음 순서 들어오세요-, 외치는 조교의 목소리를 들으며 시험장을 나오자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복도 의자에 일렬로 죽 늘어져 앉아있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아. 태형의 눈이 느리게 감겼다. 긴장이 탁 풀리며 시야가 아찔하게 흔들렸다. 몸의 균형을 잃고 옆으로 휘청이던 태형은 겨우 옆에 있던 벽을 붙잡아 버티고 섰다. 가까이에 앉아있던 선배가 그런 태형을 보고 놀라 외쳤다.








"...뭐야, 태형아 왜 그래! 괜찮아!?"

"......"








괜찮아요, 하고 대답해야 하는데 두통이 몰려와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결국 그대로 스르륵 무너져 주저앉았다. 복도에 있던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단번에 쏠리는 게 느껴졌다. 고갤 푹 숙인 채 헛구역질을 두어 번 하던 태형은 그대로 쓰러져 눈을 감았다. 정신을 잃는 짧은 찰나, 귓가를 뚫고 들려오는 그 많은 학생들이 우르르 달려와 자신을 에워싸는 발자국 소리.








"태형아! 괜찮아!?"

"태형 오빠 왜 그래요!!"

"야 김태형, 정신 차려봐! 야!"

"태형아!"








태형아. 태형아. 태형아. 태형아. 태형아.


김태형.

수없이 들려오는 제 목소리 속에서 태형은 끝내 붙들고 있던 의식을 놓아 버렸다.











***











`김태형, 좀 여우같지 않냐.`

`생긴 게?`

`생긴 것도 그렇고, 하는 짓도 그렇고... 되게 흘리고 다니잖아.`

`그건 그래. 지 잘생긴 거 잘 알고 여기저기 치대는 타입?`

`와, 그거 인정. 솔직히 잘생긴 건 맞는데 좀 재수없지 않냐.`








어렸을 때부터 태형에게 세상은 더없이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그를 대하는 모든 이들은 기본적으로 태형에게 호감이 있었고, 태형은 그 호감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았고 길가에 핀 풀꽃과 지나가는 작은 새마저도 김태형을 사랑했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 말은 태형을 위해 존재하는 문장이었다.

그래서 태형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모든 이들을 똑같이 사랑했다. 받은 만큼 돌려주려 애썼고, 누군가 자신 때문에 슬퍼하는 게 싫어 모두에게 잘해주었다. 그러면 될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우유 바구니를 쥔 태형의 손이 새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렸다.








`옆반엔 김태형한테 차인 애들만 여섯 명이라잖아.`

`1학년에 김태형 팬클럽도 있다더라. 개웃겨 진짜.`

`진짜? 존나 웃기네. 지가 연예인이야 뭐야...`

`걔도 솔직히 다 알면서 즐기는 걸껄? 모르면 등신이지. 맨날 넋빠지게 쳐웃는 얼굴 보면 존나 같잖다니까.`








열여덟. 이르다면 이르고 늦다면 너무 늦어버린 나이에, 우유 당번이었던 태형은 우유 창고 뒤에서 세상의 잔인함을 깨닫고 말았다.

...아니, 저를 향해 웃던 가면들의 뒤에 숨겨져 있던 칼날들을 직시하고 말았다.








"...허억."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악몽의 끝자락에서 잔뜩 숨을 집어삼키며 일어났던 태형은 자신이 있는 곳이 열여덟적의 우유창고가 아니라 스물둘 지금의 양호실임을 곧 깨달았다. 특유의 약품 냄새와 가끔 양호실에 들를 때마다 보았던 하얀 침대 커튼이 그걸 짐작케 했다.

...와. 나 진짜 기절했었나 봐. 몸을 끙끙대며 일으킨 태형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쓰러지기 직전 느꼈던 강한 두통이 아직도 옅게 느껴졌다. 주섬주섬 이불을 걷고 침대 아래에 놓인 신발을 찾아 신자 커튼이 촥 열리더니 양호선생이 나타났다.








"어, 일어났네. 몸은 좀 괜찮아, 학생?"

"네... 저 여기 몇 시간이나 있었나요?"

"좀 됐어. 두시간 정도? 피로누적으로 쓰러진 것 같은데 시험기간이어도 몸관리는 해야지."








그리 말하면서 알약 몇 개와 물을 건네는 손길에 그것들을 받아 입 안에 모두 털어넣었다. 차가운 냉수가 흐리멍텅하던 정신을 깨우는 것 같았다. 눈을 느리게 끔뻑이는데 양호선생이 덧붙여 말했다.








"근데 학생 인기가 되게 많은가 봐."

"....네?"

"학생 쓰러지고 여기 왔을 때 여학생 수십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제발 들여보내달라고, 얼굴 한 번만 보겠다고 울고 그랬어. 양호실이 그렇게 시끌벅적한 건 또 처음이었다니까."

"아... 죄송합니다."








태형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깨어나기 직전까지 꿨던 꿈 때문이었다.

아니, 꿈이 아니라, 이젠 트라우마처럼 박혀버린 어느 과거의 일부.








"그래, 좀 죄송해 해라. 정신없어 죽는 줄 알았으니까. 일부러 문도 걸어잠그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어."

"아...."

"어머, 그러고보니 한 5분 전쯤에 어떤 남학생도 왔었는데."

"...남학생이요?"

"응. 들어오려고 난리를 치길래 마찬가지로 안 된다고 했더니, 너한테 정호석이라고 전해 주면 허락할 거라 그러더만."








정호석? 호석이 형?

놀란 태형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아는 형이에요! 저랑 아는 사이 맞아요!"

"그래? 그런 것 같긴 했어. 아직 밖에 있을테니까 불러올게. 쉬고 있어."








돌아선 선생이 양호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 문이 열리는 짧은 순간에도 보건실 밖 복도가 소란스러운게 다 느껴졌다. 밖에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있는 것 같았다.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진을 치고서 저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었다. 태형의 낯빛이 한 번 더 우울해졌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양호실 앞문으로 호석이 뛰어들어왔다.








"야!! 태형아! 얌마!"

"형!"








얼굴에 걱정이 덕지덕지 붙은 호석은 들어오자마자 태형을 얼싸안고 통곡을 했다. 태형도 마찬가지로 호석의 어깨를 끌어안고 우는 소릴 냈다. 한참이나 꺼이꺼이 울던 호석이 태형의 볼을 덥썩 붙들며 외쳤다.








"야! 너 임마, 어쩐지 요즘 비실비실하다 싶더니 쓰러지고 지랄이여! 형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미안해요..."

"뭘 또 사과하고 자빠졌냐! 업혀, 집 가게!"

"아니... 업힐 정도는 아닌데...."








태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호석은 꿋꿋하게 제 등에다가 태형을 실었다. 우애라는 감정에 한껏 취해 형아 노릇을 하고 싶어진 모양이었다. 양호 선생이 웃음을 참는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아... 창피해. 얼굴이 불긋하게 달아오른 태형이 호석의 어깨에다 얼굴을 푹 파묻었다.

양호실을 나가자마자 그 곳에 있던 여학생들이 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무슨 공항 출국하는 연예인 보는 것도 아니고, 극성스러운 그녀들의 반응에 곱절로 쪽팔려진 태형은 아예 기절한 척 하기로 했다.








"오빠! 태형오빠!"

"오빠 괜찮아요!?"

"저기요, 누구신데 태형 오빠를 업고 가세요? 오빠 괜찮은 거 맞아요?"

"태형이 형이고 우리 집 가는 길이거든요? 길막하지 말고 비켜요! 당신들 때문에 태형이 고막 터지겠네."








환멸 넘치는 호석의 외침에 순간 빵 터질 뻔 했지만 곧 괜히 가슴 한구석이 찡해져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태형이 형, 우리 집. 그 별 것 아닌 글자들이 마음을 건드려서.


집에는 오늘 공강인 남준이 있었다. 남준은 방에서 시험공부를 하다 말고 인기척에 나와봤다가 기겁을 했다. 곧장 죽을 끓이네, 보약을 해먹이네 난리를 치는 두 형을 보며 태형은 그저 푸슬푸슬 웃었다. 오바하지 말고 남준이 형은 냄비에서 손 떼세요... 주방 부서지니까...








"야야, 이러지 말고 진짜 약국이라도 다녀오자."

"그래야겠다. 태형아, 혼자 있을 수 있겠어?"

"그럼요. 내가 뭐 앤가..."

"애지, 임마."









태형의 머리를 손으로 마구 부벼 헝클어뜨린 남준이 짠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다 이내 몸을 돌렸다. 곧 지갑을 챙겨 나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태형은 조용히 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았던 핸드폰을 켰다.

태형의 폰에는 항상 온갖 알람이 가득 쌓여 있었다. 배터리가 빨리 닳기 일쑤라 보조배터리는 빠뜨려선 안될 필수품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아니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연락들이 쌓여 있었고 태형은 그것들을 모두 휙휙 넘겨버렸다. ...가식적이야. 그 문장만 머릿속에 떠돌아다녔다.



열여덟에 받았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저를 웃으며 대하던 사람들이 사실은 제게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태형은 쉽사리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웃어주던 미소는 거짓으로 바뀌었다. 늘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오던 관계도 이제는 전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절대 먼저 다가가지 않으려 애쓰게 됐다. 마음이 여려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수락한 적도 없었다. 말갛고 순수하던 소년은 그렇게 변해버렸다. 호의는 주지만 호감은 주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터 놓은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이 하숙집 식구들이었다. 늘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며 먼저 챙겨주고 배려해주려 애쓰는 사람들을 보며, 얼어붙었던 태형의 마음도 많이 녹아내렸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이 하숙집으로 이사왔던 여주의 존재는 솔직히 처음에는 많이 불편했었다. 모든 여자들은 태형을 좋아했고, 태형은 그 모든 여자들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하여간 잘생긴 게 죄지. 거절 못하는 건 더더욱 죄고. 안 그래요?`








...그래서 놀랐었다. 저를 이성으로써 좋아하지 않는 또래 여자는 살면서 본 이들 중 여주가 유일했기에.

많이 아프냐며, 쓰러졌단 소식 들었다며 괜찮느냐는 뻔한 문자들이 수십 수백통 밀려와 있었다. 태형은 그 이름들 사이에서 딱 세 글자만 찾아 헤맸다. 하지만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여주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태형은 핸드폰을 끄고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어버리고 말았다.








"....짜증나..."









...처음엔 편안했다. 저를 좋아하는 여자가 같은 하숙집에 산다는 건 상당히 꺼림직한 일이었기에, 여주가 저를 남자로써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했다.

그 다음에는 궁금했다. 백이면 백 모두 제게 관심을 갖는데, 대체 여주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까지 저를 평온하게 대하나 의문이 들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는 조급해졌다. 혹시 하숙집 안의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제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닐까. 저를 바라보는 여주의 담담한 눈에 가슴 한구석이 패여 작은 생채기들이 늘어갔다. 더불어 지민이 여주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얕게나마 눈치채고 더더욱 불안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뭐라고요?"








그 아픈 가슴마저 조각조각 박살나,

여주의 말 한 마디에 속절없이 흔들려 버리는 초라한 사랑으로 피어 버렸다.








"방금... 농담이죠?"

"...."

"오빠."

"....농담 아니야."

"..."

"농담같아? 네가 듣기에?"








여주의 두 눈이 혼란으로 흔들렸다. 이불을 움켜쥐고 있던 하얗고 작은 손에서 힘이 점점 빠지더니 이내 툭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태형의 심장도 동시에 떨어져 버렸다. 여주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오빠 나 좋아해요?"

"....."

"그래서 고기... 고기.... 고기를..."

"....."

"오빠 나랑 사귀는 대가로 고기 사주면 진짜 파산해야 될걸?"

"너 그렇게 많이 먹어?"

"저 정국이랑 밥 먹는 양 비슷해요."

"....헉, 진짜 파산하겠네."

"저 입맛도 엄청 고급스러운 거 알죠. 프랑스에서 이슬로 키운 풀 뜯어먹고 자란 최고급 송아지 안심 스테이크만 먹을 거예요."

"야 씨, 심했다."

"뭐가요. 몰랐어요?"








여주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말장난에 휩쓸려가던 태형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말았다. 아니, 내가 방금 고백을 했는데 무슨 대답이 이래! 고개를 붕붕 흔들어 정신을 차린 태형이 말했다.








"그래서 나랑 사귈거야?"

"오빤 저 좋아하냐니까요?"

"...."

"오빠도 대답 안 하잖아."

"....좋아해. 진짜."

"....알아요, 그럴 것 같았어요."








그제야 부릅뜬 눈 사이로 장난기를 숨기고 있던 여주의 눈매가 풀어졌다. 잠깐 머뭇거리던 여주가 손을 뻗어 태형의 손을 잡았다. 맞닿는 살갗 사이로 강하게 흘러들어온 예감이 태형의 관자놀이를 관통했다.

...아. 나 차이는구나.








"...제가 오늘 오빠한테 오던 길에, 어떤 여자분을 만났거든요. 저 약이랑 피로회복제도 그 분한테 받은 거예요."

"...."

"오빠가 다른 사람들한테 고백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알아요. 그래서 제가 오빠 도와줬던 거잖아요. 하지만... 진심으로 오빠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름 하나 전해지는 것 조차도 부끄러워서 마다하는."








여주는 태형에게로 오기 전 만났던 여자를 떠올리며 말했다. 애절하던 여자의 눈빛은 태형에게 달라붙는 모든 사람들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여주가 보아도 애틋했고 간절했다. 그에 비해 고백을 받았어도 제 심장은 까끌까끌하게 말라붙어 반응하질 않았다. 태형의 눈이 점점 더 슬프게 일그러졌지만 여주는 제가 맞잡은 태형의 손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저보다 오빠를 더 행복하게 할 만한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글쎄요... 그냥 신기한 건 아니고요?"

"...."

"다른 사람들은 다 날 좋아하는데 얜 왜 안 그러지. 신기한 애네. 보통 여자애들이랑은 뭔가 다르네.... 그런 호기심들을 착각한 건 아니에요?"








태형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아예 안 해본 생각은 아닌지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조용해진 태형의 손을 만지작거리던 여주가 그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오빠가 진심으로 저를 좋아하면 저는 오빠랑 사귈 수 있어요. 그걸 바란다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랑 사귄다고 오빠가 행복해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요. 정말 최선의 결정일지."








...아프지 말고. 짧게 덧붙인 여주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홀로 남은 태형은 한참이나 멍하니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 여주가 쥐고 있던 제 오른손을 꾹 말아쥐었다. 이내 만신창이로 찢긴 가슴이 파도를 뒤집어쓴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고백은 내가 했는데, 사귈지 말지 선택하는 것도 나보고 하랜다. 본인을 좋아하면 사귀어 줄 수 있다는데, 정작 본인의 감정은 드러내지를 않는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데, 여주의 눈빛에는 일말의 설렘도 없었다.








"...비참하게 만드는 데에 재주 있네."








우울해진 태형이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요 며칠 내내 그를 괴롭히던 두통이 가라앉았다. 대신 시리도록 아픈 절망감이 가시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



좋아하지 않는데 사귀어줄 수 있다는 말,

태형이 살면서 들은 것들 중 가장 비참한 말이었다.













***













".....하아."








문을 닫자마자 여주는 곧장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누가 허공에서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든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박지민에 겹쳐서 김태형까지 저에게 고백을 했다. 내가 뭐 그리 잘났다고 고등학교 다닐땐 터지지도 않던 남자 복이 한꺼번에 이렇게 터지는지 모르겠다. 정작 지금의 나는, 내 마음은.... 씁쓸해진 입맛을 다시며 아랫입술을 물어뜯는데 제 머리 위로 길게 그림자가 졌다.

고갤 들어보니, 전정국이 서 있었다.








"...미안."

"...들, 었어?"

"형한테 베개 하나 더 갖다주려다가... 문이 좀 열려 있길래..."








그의 말대로 정국의 품엔 정말 커다란 베개 하나가 안겨 있었다. 정국은 어딘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손을 내밀어 여주를 일으켜 줬다. 모든 걸 들었다는 사실에 꽤나 당황한 여주의 두 동공이 떨렸다.








"...어디부터 들었어?"

"송아지 안심 스테이크부터..."

"아 씨발 다 들었네..."








여주가 제 머리채를 잡아뜯으며 좌절했다. 정국을 나무랄 마음은 없었다. 하긴, 이런 내용을 우연히 들었다면 저라도 놀라고 당황해서 그대로 굳어버렸을 거다. 한참이나 머리카락을 헤집어대던 여주가 혹시나 문 너머의 태형이 들을까 정국을 붙잡고 복도 구석으로 향했다. 그리곤 한껏 볼륨을 낮춰 속삭이듯 당부했다.








"태형 오빠랑은 조만간 결론이 날 거야. 그때까진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줬으면 좋겠어."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어."

"그럼 다행이고."








그대로 스쳐지나가려는 여주의 손목을 정국이 붙잡았다. 뭐냐는 듯 돌아보자 정국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왜 거절했어?"

"뭐?"

"태형이 형 좋은 사람이잖아. 따뜻하고, 애교 있고, 사람 좋고... 왜 거절했어?"

"...거절 안 했어. 태형 오빠가 원한다면 사귀겠다고 했어."

"사실상 거절이잖아. 네 입에서 형을 좋아한다는 말이 안 나왔는데 어떻게 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귀자고 밀어붙일 수 있겠냐?"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혹시 이미 좋아하는 사람 있냐? 그래서 그런 거야?"

"아 씨, 진짜."








정국의 손목을 뿌리친 여주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네가 오빠랑 내 대화 들은 것만으로도 이미 유쾌하지 않은데 뭘 자꾸 캐물어봐. 오빠랑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 둘 외엔 아무도 뭐라고 할 자격 없어. 너 혹시 나 좋아하냐? 아님 태형이 오빠 좋아하냐?"

"...."

"그런 게 아니라면 그냥 머릿속에서 잊어버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간에, 아예 처음부터 못 들은 사람처럼 굴으라고."








말의 내용은 상당히 짜증스러웠지만 여주의 말투는 차분하고 담담했다. 그래서 정국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그 말들을 가만히 듣고 있어야 했다. 팩 돌아선 여주는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밟으며 복도를 빠져나가 버렸고, 정국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 복도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 후에야 슬프게 젖은 정국의 입에서 작은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내가 어떻게 그래."








이미 너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내가 이걸 잊어버려......"








이 하숙집에서 내게만 가장 싸늘한 네 모습에 수없이 상처받고 수없이 심장을 짓밟히는 나인데.

하아. 뜨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정국은 끝내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난생 처음 겪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에 마냥 흔들려 버리고 마는 스스로가 미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좋아해. 김여주."








네가 아무리 아프게 굴어도 접을 수 없을 만큼 이미 내 마음은 커져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제가 엄청 쓰고 싶었던 장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방막공 제본이 나왔습니다! 제본엔 빙의글 사이트에서 연재되지 않는 특별한 미공개 외전이 실릴 예정이에요. 이전 화에 자세한 공지가 있으니까 꼭꼭 읽어주시길 바래요!



^요거는 제본 표지임 대박이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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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보라빛은하  31일 전  
 ㅠㅠ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답글 0
  드레이코말포이  33일 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0ㅠㅠㅠㅠ

 드레이코말포이님께 댓글 로또 7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지으니1209  48일 전  
 ㅠㅠ
 근데 나라면 당장 네!!!!할듯;;

 지으니1209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소으ㄴ  58일 전  
 속상 ...

 답글 0
  곰도리태태  83일 전  
 ㅠㅠㅠㅠㅠ

 답글 0
  ㄴ.경  105일 전  
 ㅠㅠㅠ넘 슬프다ㅠㅠ

 ㄴ.경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헐랜  113일 전  
 흐엉 ㅜㅜ

 헐랜님께 댓글 로또 2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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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믄졍쿡  115일 전  
 와중에 전정국이 송아지 안심 스테이크라고 하는 거 나만 웃긴건갘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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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믄졍쿡  115일 전  
 와중에 전정국이 송아지 안심 스테이크라고 하는 거 나만 웃긴건갘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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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럔{여주}  115일 전  
 흐어어어엉ㅇ엉엉엉ㅠㅠㅠㅠ 내가 더 속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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