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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방막공 21화. NEVERMIND - W.하늘비달
방막공 21화. NEVERMIND - W.하늘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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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지민이님 807포인트 감사합니다! 맞아요... 쓰면서도 눈 살짝 찌푸리다가 미간 짚고 한숨 후 내뱉었던 기억이 납니다ㅠㅠㅠ 아무리 빙글이라지만... 아무리 가상의 이야기라지만... 나 따위가 감히 지민이를 아푸게 해도 되는 것인가(진지




지민이랑콘서트님 613점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넘 오랜만이져ㅠㅠㅠ 우리 이제 방학이니까 자주자주 보도록 하자구요....!!






방탄소년단님 1000포인트 감사합니다! 여주의 과거는 과연...! 이번 화에서 밝혀질 것인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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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아니 이렇게 예쁜 칭찬을 남겨놓고 가시다니...ㅠㅠㅠ 제 글이 단순한 텍스트일 뿐만 아니라 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면 제가 계속 글을 써나갈 이유는 차고 넘치는 것 같아요... 대낮에 감동의 눈물 쭐쭐 흘리고 감미다ㅠㅠ





그르게 말임미다... 제가 원래 완결 즈음 다다르면 진지병에 걸리구 그럼미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결국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 결말에 다다르는 것!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을 한 번 찾아보도록 하자구요!





맞아요... 그렇죠 ㅠㅠ 이 글 속 대부분의 주인공이 크고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어요. 아마 이걸 읽는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주제넘긴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이 자신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하거나, 혹은 있는 줄도 모르던 곪은 상처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답니당..








(윗글은 매니저 에리얼 님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방탄 하숙집 막냇공주님
방막공 21화. NEVERMIND












+)표지는 언제나 chayouk naver.com으로!












































































처음부터 버려진 목숨이었다.
단지, 그걸 모른척하고 싶었을 뿐이다.

한국 최고 대학교의 교수인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 지민에게 한없이 높은 기대치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높여줄 흠집 없는 완벽한 가정을 원했고, 그 속에 부성애나 애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아버지는 그걸 겉으로 티내진 않았다. 끝없는 세뇌를 걸었을 뿐. 그는 제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면 제 서재 바닥에 꿇어앉혀놓고, 자신은 그 위에 군림하며 끝없이 중얼거리곤 했다. 지민아, 아빠가 너 사랑하는 거 알잖아. 아빠를 실망시키지 마. 응? 할 수 있잖아, 지민아.....









"야, 너 대학 어디 쓸거야?"

"아... 빅히트대."

"오오. 거기? 역시 명문대 가는구나, 너는."

"뭐... 성적 맞춰 쓴 거지."

"성적? 너 실기 쳐서 무용학과로 가는 거 아니었어? 무용 잘 하잖아, 너."

"......"









안 해, 무용은.
아니..... 못 하는 거지만.

열아홉의 지민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속으로 아픔을 삼켰을 뿐이다.




집안에서는 늘 숨이 막혔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툭하면 부모로부터 사랑한다는 소릴 들었지만, 그들이 저를 정말 사랑하고 있단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중학생 때 홧김에 들었던 무용 동아리를 아버지에게 들켜 뺨을 맞았던 날부터 그걸 깨달았던 것 같다.










"하... 내가 너 이러라고 초등학생 때 무용학원 보냈는 줄 아니? 그 동아리 당장 나와, 탈퇴하란 말이야!!!"

"...모, 못 들어가요. 한 번 들어가면... 1년 동안은..."

"...."










몇 대는 더 맞았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간신히 분을 가라앉힌 아버지는 결국 지민의 동아리 활동을 허락했다. 온몸에 남은 손자국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춤을 출 때면 늘 힘들었지만, 그만큼 머릿속의 모든 잡념을 잊을 수 있었다. 춤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단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치열하게 공부했고 성적은 자연히 올랐다. 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날 거하게 취하고 기분이 좋아진 아버지는 고교에서도 무용동아리를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었다. 꼭 자비라도 베풀어주는 것마냥 하찮은 호의였지만 지민은 뛸듯이 기뻤고, 곧바로 동아리에 가입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지민의 인생은 생각만큼 순탄하질 못했다.

고등학교에서의 성적 유지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게다가 쟁쟁한 아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1등 자리에 올라앉아 있는 것은 더더욱. 춤까지 병행하려니 공부할 시간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고 지민의 입지는 점점 위태로워졌다. 물론 아버지는 그런 부족한 아들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성적 나왔니?"

"....네."

"몇 등이야."

"......"

"1등 아니지?"

"그렇..."










빠악, 차마 말을 끝맺을 새도 없이 옆통수를 얻어맞았다. 무용으로 단련된 몸은 그 충격을 버텨낼 충분한 힘이 있었지만, 어쩐지 다리가 풀려 그대로 차가운 거실 대리석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멍하니 내려다보게 된 바닥에 새까맣게 그림자가 졌다.










"지민아."

"...."

"아빠가 큰 걸 바랬니."

"...."

"교수 아들래미가 천박하게 남들 앞에서 춤이나 추고 다니는 걸 남들이 알면 뭐라고 하겠어?"

"....아, 아버지..."

"내가 양보하는 게 있으면 너도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냐, 지민아."

"....."

"다음 시험성적 지켜보마. 나를 실망시키지 마."










사랑도 신뢰도 없는 기대는 잔인하고, 때론 숨막히게 지독할 뿐이었다.

어렸던 고등학생 지민의 입가에서는 점점 미소가 사라져갔다. 이따금씩 동아리에서 대회를 나갈 때마다 가볍게 입상할 정도로 재능 있는 지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무용과를 갈 수 없단 사실이 그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 속에서 짓눌려 죽어가는 건 지민뿐만이 아니었다. 원치않는 결혼생활로 인해 집안에 처박혀 살아가던 어머니가 우연히 받은 상담에서 우울증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집안은 한번 더 뒤집어졌다. 명망 있는 교수의 아내가 우울증이 말이 되냐며, 정신병원에라도 처넣어 버리겠다고 술에 취해 마구 협박하던 아버지 앞에서 어머니는 그저 쓰러져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게 전부였다. 늦은 밤, 잠들지 못해 뒤척이다 물을 마시러 나갔던 지민은 내일 아침 아버지가 먹을 해장국을 끓이며 어깨를 바들바들 떠는 어머니를 보았다.










"....엄마."

".....윽, 흐, 흐윽...."

"엄마아...."

"....너도.... 너도 내가 이상하다고, 윽, 그렇게 생각하니...?"

"아냐, 울지 마요...."

"....오지 마."

"....엄마..."

"오지 말라니까!!!!"









실수였을까, 홧김이었을까.

팩 돌아서던 어머니는 지민을 뿌리치듯 팔을 휘둘렀다. 그러나 정신이 온전치 않았던 그녀가 고려하지 못한 게 있다면, 그 손에 여태껏 쥐고 있던 부엌칼이 들려있단 사실이었다. 따악, 뼈와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지민은 현실을 자각했다. 저 멀리 나가떨어져 팽그르르 도는 칼날엔 새빨간 선혈이 묻어 있었다.










"...저, 저거... 칼... 아, 아윽..."










고통은 뒤늦게 몰려왔다. 커억, 차마 숨을 제대로 내뱉지도 못하고 그대로 털썩 쓰러진 지민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덜컥 내뱉는 숨에 핏방울이 섞여 있었다.









"....쿨럭, 으, 크흑.... 어, 엄, 마... 아...."

"....지, 지민아!!!!"










눈앞이 희게 뒤집어지고, 온 내장이 다 뜯겨나올 것 같은 고통이었다. 단어 하나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부족한 숨만 급박하게 내뱉었다. 기절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지민은 공포에 새파랗게 질린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다.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갈비뼈에 길게 남아버린 흉터는 아마도 평생 남을 거라고 했다. 입원치료를 받던 며칠간 지민은 입밖으로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얼마간 회복이 돼 퇴원하고, 대학 합격 여부가 확실시되자 곧바로 짐을 싸 집을 나왔다. 늘 권위적이고 오만했던 아버지도 이번만큼은 반박할 말이 없었는지, 밖에서 입조심하라는 말로 그의 출가를 허락했다. 적당한 곳에 하숙집을 찾아 몸을 들였던 날 지민은 낯선 침대에서 오래오래 울었다.

그토록 열심히 무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집 나온 것 하나로 더 크게 느껴지는 해방감이 미치게 원망스러워서.

다행히 새로 찾은 보금자리는 그럭저럭 지낼만 했다. 시설도 괜찮았지만 더 좋은건 머무르는 하숙생들이 대체로 친절하단 거였다. 특히나 옆방의 동갑내기 하숙생은 활달해서 처음 온 지민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었다. 이름은 태형이었고, 공교롭게도 저와 같은 대학에 합격한 이였다.










"빅히트대에 합격했다고 했죠? 전공이 뭐예요?"

"아... 유아교육과요."

"오오. 정말요? 왜 들어갔어요?"










나처럼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기댈 곳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춤을 추지 못하고, 앞으로 행복해질 수도 없다면, 차라리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자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런 말을 대놓고 꺼내지는 않았다. 별다른 말 없이 웃어보이니 태형은 더 묻지 않고 제 이야기를 풀어놓았을 뿐이다.












"난 실음과, 색소폰 불어요!"

"....그렇구나."

"동갑이니까 말 놓을까요? 군대는 언제 가려고?"









대답도 듣지 않고 말을 놓아버리는 그였지만, 그에게서 경박하다거나 너무 가볍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자연스럽고 즐거운 듯한 웃음이었다. 웃으려고 할 때마다 갈비뼈의 흉터가 저를 옥죄는 것 같아 더는 웃지 못하게 됐던 지민은, 그런 태형을 본보기삼아 점차 웃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니, 정말 행복한 것처럼 웃는 척하는 방법을.










"....그렇게 태형이랑 같이 군대를 다녀왔고, 그 후엔 아무 일도 없었어. 본가랑은 한 번도 연락한 적 없고, 아버지도 매달 돈만 보내주지 연락 한 통 없으시고."

"....."

"여기는 아직도 많이 아파. 다행히 주요 장기는 피해갔다지만 뼈에 금까지 갔으니 일찍 낫진 않았어. 근육까지 찢어졌었으니까.... 이젠 무용을 할 엄두도 못 내. 난 원래 잘 때 꿈을 자주 꾸는데, 그 날 이후론 단 한 번도 꿈을 꾼 적 없어."

"....."

"...꿈을 꾸는 게.... 안 되더라."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린 식탁 위. 지민은 말을 끝맺으며 달달 떨리는 손끝을 모아 꽉 말아쥐었다. 술이 다 깬 눈을 한 여주는 그런 지민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냉랭한 정적 끝에 여주가 입을 열었다.










"그럼 여태까지는 계속 가짜로 웃던 거였어요?"

"...요즘은 많이 나아졌으니까. 무엇보다 집을 나오니 그럭저럭 잊어버릴 만 하고."

"....난 오빠가 진심으로 웃었으면 좋겠어요. 오빠는 웃는 게 되게 예쁘거든."

"...."

"그리고 오빠가 진심으로 웃을 일이 없다면, 나 때문에라도 웃어줬으면 좋겠고."










말하다 말고 옆에 놓인 병을 들어 꿀꺽꿀꺽 술을 삼킨 여주가 다시 쾅 하고 내려놓았다. 갑자기 병나발을 부는 막내에 지민은 굳은 눈으로 여주를 쳐다보았다. 다시금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술기운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여주가 말을 이었다.










"나는 되게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아파하거나 힘들어하는 걸 보는 게 너무너무 싫거든요. 나한테 얘길 안 하고 숨기는 건 더 싫어요. 그래서, 가끔은 그냥...."

"....."

"....다른 사람 눈치채게 할 바에는, 차라리 아예 꽁꽁 숨겨버리지. 아픈 티조차 내지 말고 속으로만 꿀꺽 삼켜서...."

"....."

"그런 끔찍한 생각도 해요, 내가."

"....."

"나한테 말한거, 후회... 안 한다고 했죠. 그럼 미안해요. 저는 말 못하겠어요."









숨을 삼킨 여주가 고갤 떨어뜨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민은 말없이 그런 여주를 올려다보았다. 잘 자라는 인사도 없이 여주는 돌아섰고, 불 켜진 부엌을 벗어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실루엣만을 눈으로 쫒던 지민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어둠을 가르고 여주의 방 앞에 도착한 지민은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이제 나는 더 이상 네게 기댈 수가 없겠지.










"....여주야."

"...."

"나오지 말고 들어."

"...."

"....네 이기심이."











너의 그 이기적인 동정심이.











"그게 나를 살려..."











습관처럼 다정하고, 버릇처럼 따뜻한, 너의 그 텅빈 걱정과 염려 하나에.











"좋아해, 여주야."

"......"

"나는 네 동정심이 고마웠어. 그게 다른 사람한테도 마찬가지인 걸 알아. 네가 나를 이성적으로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도 알아."

"......."

"그래도 너는 나한테 좋은 사람이야. 힘든거 못 지나치고, 늘 도와주고, 착하고 고마운 사람이야."

"....흐윽."

"좋아해. 네가 누구든, 무슨 생각을 하든, 누굴 좋아하든 상관없이..."

"흑, 아, 진짜... 흐으엉..."

"너는 내가, 여주야, 내가... 다시 웃고 싶게 만들어."










다시 웃어서, 다시 살고 싶게 만들어.

그로부터 여주는 한참이나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문 틈새로 엉엉 우는 소리만 계속 내보냈을 뿐이다. 어둠 속에 홀로 선 지민도 감정이 북받쳐 고갤 떨군 채 숨죽여 눈물만 뚝뚝 흘렸다. 마른 볼이 다 젖을 즈음에야 삐그덕 문을 열고 나온 여주는 아무 말 없이 지민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미안해요, 오빠, 미안해. 그 말만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비참하도록 아프고 쓰라린 밤이었다.










"뭐야. 둘이 어제 라면끓여먹고 잤냐? 얼굴이 왜 이렇게 띵띵 부었어?"










아무리 달이 오래 떠 있어도, 어쨌든 아침은 다시 밝는다. 아침식탁에 모인 태형은 눈치 하나 없는 해맑은 얼굴로 물었고 눈이며 입술이며 볼이며 퉁퉁 부어터진 지민은 여섯 개 끓여먹었다고 대답했다. 여주는 국만 후루룩 떠먹으며 부은 눈을 꿈뻑거릴 뿐이었다.










"아 씨...! 진짜!? 그럼 남은 라면 없어? 라면 맛있게 끓여먹는 레시피 발견해서 오늘 점심에 해먹을랬더니!"

"이따가 도로 사와서 채워 놓을게요."

"그럼 그럴래? ....근데 너 목소리가 묘하게 갈라졌다? 어제 노래방 갔냐?"

"....그으을쎄요. 왜이러지. 라면 너무 먹어서 갈라졌나?"










저게 무슨 논리야... 횡설수설하는 여주를 보며 남몰래 한숨을 푹 쉰 지민이었다. 어쨌든 제 고백은 무참히 거절당한 셈이었다. 여주는 내내 울며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고 그건 그 무엇보다도 쓰린 상처였지만, 어쨌든 지민은 여주의 결정 앞에 반항할 힘이 없었다. 그럴 자격이 없기도 했고, 그럴 의지가 없기도 했고.

아마도 이제 예전같은 사이로 돌아갈 순 없겠지. 마냥 친남매처럼 편하던 때를 떠올리며 지민은 수세미로 거품을 내 그릇을 벅벅 문질러 닦았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여주가 불편해하는 티가 나서 그게 더 안쓰러웠다. 차라리 고백하지 말 걸 그랬나 싶지만 만일 그랬더라면 어젯밤 제 속은 밑바닥까지 썩어문드러졌을 것이다.
그렇게 고통받느니 깔끔히 정리하는 게 나아. 그리 위안하며 제 몫의 설거지를 끝내고 손을 닦는데,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를 여주가 갑자기 툭 말을 걸었다.









"오빠."

"...아, 어, 까, 깜짝이야.... 계속 거기 서 있었어?"

"네. 아침도 다 먹었으니까 이따 저랑 어디 좀 갈래요?"

"...라면 사다 채워놓으러?"

"아 뭐래. 아니거든요."










지민의 어벙벙함에 여주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 자신이나, 언제 그렇게 울었냐는 듯 맑은 미소였다.

...지민이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진실된 웃음이기도 했고.










"별로 안 머니까... 가요, 같이. 어딘지는 도착하면 알려줄게요."

"...알았어. 갈게."

"그리고 오빠."

"......"

"어제는... 너무 우느라고 말을 제대로 못했는데."










민망한 듯 뒷목을 만지작대던 여주가 다른 한 손으로 지민의 젖은 손을 끌어다 쥐었다. 차가운 물기가 거슬릴 법 한데도 놓는 법 없이, 꼭.










"오빠도.... 많이 좋은 사람이에요. 으레 그렇잖아요. 자기가 힘들면 다른 사람을 배려해줄 겨를이 없어질 법 한데, 오빠는 아니니까."

"...."

"오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유교과도 그래서 들어간 거잖아요."

"...."

"연애 감정은 아니지만, 그래서 저도 오빠가 좋아요.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완곡한 거절이었다. 되돌릴 수도 없을 만큼 깨끗한.

설거지를 하느라 차가워진 손이 어느새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지민은 결국 빙그레 웃고 말았다.










"...나도 고마워, 여주야."










너를 만난 행운에 감사해.










***










여주가 데려온 곳은 어느 건물의 모던한 영문 간판이 달린 가게였다. 처음엔 옷가게나 카페인가 싶었지만 가게 외관은 아무리 봐도 평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결국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지민은 가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보지만 어쩐지 용도를 알 것 같은 기구들과 온갖 그림이 걸린 공간.










"어서오세요. 예약하셨나요?"

"네, 박지민으로."










여기... 타투 하는 곳이잖아....











"아, 저 쪽에 앉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소파에 앉자마자 지민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득달같이 여주의 팔을 부여잡았다. 야, 너, 여주 너 뭐야! 여기 어디야! 타투 누가 하는거야? 서, 설마 내가? 뭘 어디다가 어떻게 하는 건데에! 말도 없이 갑자기....!!










"오빠 배에 그거 있잖아요."

"배, 배에 뭐!?"

"갈비뼈에. 흉터."

".....설마 그거 위에 덮는 거야?"

"네. 커버업이요."

(커버업: 흉터나 이미 새긴 타투를 새로운 타투로 덮는 기법.)










지민이 기겁하며 묻자 여주는 고갤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는 벌써부터 긴장한 지민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살살 달래는 것이었다.










"왜애, 오빠 선단공포증도 없고 이참에 예쁜 거 하나 새기면 좋잖아요. 그 상처도 다 아물었다며. 덜 아프게 한다는 곳 찾느라고 어제 잠도 못 잤어요, 내가."

"그, 그래도... 이건 너무 갑자기..."

"가끔씩 욱신거린다면서 그럼 평생 흉터 그대로 둘 거예요? 난 오빠가 그거 커버업하고 아픈 기억은 그렇게 다 삼킬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진짜 웃을 수 있을 거고, 진짜 행복해질 수 있을 거고."

"....."

"나쁜 과거도, 힘든 기억도,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여주야."

"아, 나 진짜 도안까지 다 생각해 놨단 말이에요. 응? 할 거죠? 응응?"

"....하아, 너는 진짜...."










...진짜,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사람이잖아. 말문 막힌 지민이 한숨을 흘리며 제 머리를 쓸어넘겼다. 고백도 거절당했는데. 여기서 더 좋아지면 안될텐데.

대체 너는 어쩌자고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결국 지민은 늘 그랬듯, 또 여주에게 한 수 져줄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할게.... 근데 나 흉터 좀 큰데, 봤다시피."

"괜찮아요. 레터링으로 하면 덮어질 거니까."

"레터링이면... 글자인거지? ....뭘 새기려고 그래?"










지민의 물음에, 여주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NEVER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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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loserflower  1일 전  
 막짤보고 소름돋은사람 저밖에 없나요..

 closerflower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지나가는ㅇr미  2일 전  
 이걸 이렇게 엮는다고?!!

 지나가는ㅇr미님께 댓글 로또 3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왕자들  2일 전  
 여주 멋있어요

 답글 0
  포도그  3일 전  
 ㅠㅠㅠㅠㅠㅠㅠ

 답글 0
  이르믄졍쿡  23일 전  
 헐... 다시 봐도 너무 슬퍼허러허 엉엉

 답글 0
  이르믄졍쿡  23일 전  
 헐... 다시 봐도 너무 슬퍼허러허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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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빛은하  31일 전  
 대박이다...진짜...ㅠㅠㅠ

 답글 0
  _라온_  34일 전  
 멋잇어...

 답글 0
  드레이코말포이  34일 전  
 헐 멋있다ㅠㅠㅠ

 드레이코말포이님께 댓글 로또 1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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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콩콩  63일 전  
 !

 윤콩콩님께 댓글 로또 8점이 지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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