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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방막공 20화. 너를 좋아해 - W.하늘비달
방막공 20화. 너를 좋아해 - W.하늘비달



+)정말 오랜만이네요... 달달이들....^^.... 제가 죄인입니다..... 흑흑.... 시험기간동안 몸이 좋지 않아져 시험을 모두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방구석에 좀 틀어박혀 있다가 이제야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ㅠㅠㅠㅠㅠ 늦은 다음화 미안해요, 하지만 이젠 방학이니까 일주일에 한두번 이상으로 연재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으니 좀 봐주깅..ㅎㅎ







[포인트 명단]





[베스트 댓글]




허헛... 그런가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는 머지않은 미래에 차차 풀어갈테니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뭐... 정국이 귀여운 게 어디 하루이틀이던가요....(먼산




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대체 무슨 소리십니까... 닉네임부터 귀여우신 분이....!




아앗 안돼요....! 안돼! 완결은 보고 가...!(발목잡기)





ㅋㅋㅋㅋㅋㅋㅋ방막공 독자들의 심정을 나타낸 아주 교과서적인 댓글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저도 그렇지만...^^...





[최고포인트]




kongjuha님 500포인트 감사합니다! 우리 여주.... 한 번 무너지면 아주 정신을 놓아 버리는 아이죠...ㅋㅋㅋㅋ 부디 펑 터지지 않기를!




선우준영님 1000포인트 감사합니다!






맹먕 님 910포인트 감사합니다!





윤짓 님 1000포인트 감사합니다!






하느린 님 648포인트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저번화 결말이 대환장 파티이긴 했죠...ㅋㅋㅋㅋㅋ










(윗글은 매니저 에리얼 님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방탄 하숙집 막냇공주님
방막공 20화. 너를 좋아해













+)표지는 언제나 chayouk naver.com으로!












































































쏴아아아아.

지금 들리는 이 물소리는 정국의 환청이다.









"야, 정국아.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있냐? 무슨 일 있어?"

"네... 아뇨, 아니.... 네... 아니..."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소파에 쭈그리고 멍하니 앉은 막둥이가 걱정되어 말을 걸었던 석진은 곧바로 미간을 좁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정국은 묘하게 초점이 엇나간 눈을 한 채 허공만 응시할 뿐이다.

실은 그럴 수밖에 없다.

자신이 마음에 둔 여자가, 자신의 샤워실에서 씻고 있는 이 상황이 미치도록 당황스러울 법 하니까.










"형... 형, 어떡하죠?"

"뭐가."

"제 마음에 마귀가 사나 봐요..."

"....응?"

"음란마귀가...."

"...."












교회 가든가... 정국의 고해성사에 썩은 표정이 된 석진은 끝내 그 자릴 떠났다. 홀로 남은 정국의 눈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거실부터 자신의 방까지는 거리가 꽤 되니 분명 제 방 화장실에서의 물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리 없는데도, 자꾸만 달아오른 귓가 근처에는 쏴아아 하는 물소리가 마구 쏟아진다. 결국 동그란 머리통을 무릎 위로 푹 숙여버린 정국이 입속으로 끙끙대는 신음을 뱉었다.

신이시여... 왜 이런 고난을 제게 주시는 겁니까......













***















탁. 물을 뱉어내던 샤워기가 뚝 하고 멈췄다. 젖은 머리를 비틀어 짜고 수건으로 감싸올린 여주가 개운하게 허리를 폈다. 아까까지만 해도 더위에 다 죽어가던 얼굴이 뽀송뽀송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 시원해. 아깐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아무래도 머리 말리고 곧바로 하숙집 주인 분한테 연락부터 드려야겠어.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옷을 갈아입은 여주가 정국의 방 샤워실을 나왔다. 물론 뒷정리도 깨끗하게 해 놓는 건 빼먹지 않았다.

사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긴 했지만, 여주도 꽤나 당황한 상태이긴 했었다. 더워 죽겠는데 물은 안 나오지, 샤워실을 빌릴 수 있는 상대방은 저와 다른 남자지. 아무리 정국과 허물없이 편한 사이라지만 샤워실을 같이 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러니까, 샤워실은, 옷을 다 내놓고 씻는 공간이잖아.

정국에게 샤워실을 빌려달라고 할 때는 더위 때문에 아예 이성을 잃은 상태였기에, 뒤늦게 찬물을 머리에 맞고 나니 그제야 현실이 자각되었다. 하긴 나같았어도 전정국이 샤워실 빌려달라고 하면 망설였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화장실을 빌려준 (어쩐지 얼굴이 불타고 있긴 했다지만) 정국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밥이나 한 번 사야겠다..."











작은 결심을 하며 화장실을 나온 여주가 곧장 거실로 향했다. 너 씻는 동안은 나가 있겠다며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던 정국의 말을 떠올린 까닭이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거실에는 정국이 없었다. 늘 그랬듯 소파에 고양이마냥 널브러진 민윤기와, 거기에 더해 정호석까지 푹 퍼져 있었을 뿐.











"어? 뭐야. 전정국 어디있어요?"

"몰러."

"정국인 왜 찾아?"

"아... 샤워실을 빌려썼거든요. 화장실 들어갈거면 이제 들어가도 된다고 말해줄랬더니."

"......샤워, 뭐!?"

"악!"










여주의 평이한 어조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액체괴물에 빙의돼 있던 호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덕분에 허벅지가 콱 짓눌린 윤기가 빽 비명을 질렀으나, 호석은 제가 엉덩이로 깔아뭉갠 윤기의 다리가 느껴지지도 않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여주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국이 샤워실을 썼다고?"

"아, 넹. 저 방에 샤워기가 고장나가지구...."

"야, 여주 넌...! 너는 눈치가 없냐!?"

".....네?"











호석이 황당하다는 듯 외쳤고, 여주의 표정이 굳었다. 웬만하면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 호석이 뜬금없이 과민반응을 하자 여주도 윤기도 멈춰버렸다. 급작스럽게 가라앉은 거실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눈을 부릅뜨고 있던 호석은 곧 제가 너무 예민했음을 깨달았는지 얼굴에 힘을 풀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하아. 아무것도 아니다."

"왜... 뭐가요? 저 뭐 눈치 없게 행동한 거 있어요? 전정국이 화장실 같이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하나?"

"어, 맞는 거 같애. 걔 되게 깔끔하잖아. 개인공간에 대해선 약간 결벽증도 있을걸."

"헉... 아니 그럼 싫다고 말하지! 그래서 지금 나 꼴보기 싫어가지구 나간거예요!?"










윤기의 맞장구에 표정이 확 심각해진 여주가 엘리베이터를 가리키며 외쳤다. 그에 비해 평온한 표정의 윤기는 아직도 자신을 깔아뭉갠 호석을 발로 꾹꾹 밀어내며 대답했다.










"어어, 전정국 빡치면 무서운데 너 이제 큰일났다."

"헉....! 걔 오면 쥐어 터지는 거 아냐!?"

"뭘 또 쥐어터져. 백드롭 정도 당하겠지."

"아 씨... 내가 아깐 정말 너무 더워서 경황이 없었다구요! 원래 이런거 다 존중해 줘야 하는 건데.. 아..."










그거 아니야 이 양반들아...

아주 쌍으로 쿵짝 잘 맞는 남녀를 보며 호석은 한층 착잡해졌다. 며칠 전쯤, 느닷없이 제 방으로 찾아왔었던 정국의 고민상담을 들어줬었던 게 바로 저 자신 아니었던가. 여주를 마음에 두고 있는 정국이 좀 전까지 얼마나 끙끙 앓았을지를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댔다. 여주는 진짜, 쟤는 정말,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어....

마른세수를 하다 말고 지친 얼굴로 고개를 든 호석이 안절부절못하는 여주에게 말했다.










"야, 여주야..."

"네? 오빠, 저 진짜 망한 거죠?"

"아니아니 그거 말고... 넌 정국이를 어떻게 생각해?"

"...옆방 사는 근육토끼?"










호석의 얼굴이 구려지자 이게 정답이 아니었나 싶은 여주가 황급히 몇마디를 더 내뱉었다.











"어어, 아니다. 친구 친구! 짱친! 베스트프렌드! 무덤까지 함께할...!"

"그만해 임마... 넌 정국일 좀 더 불편해해야 할 필요가 있어."

"...불편하게요?"

"그래. 샤워실 빌린 것 때문에 이런 얘기하는 거 아니야. 그냥 오빠 말은..."










뭐라고 표현해야 여주가 알아들을까. 자신의 옆통수를 쳐다보는 윤기의 빤한 시선을 애써 외면한 호석이 입을 열었다.










"...상처받는 것 보단, 상처가 있다는 것 조차도 모르는 게 나을 때가 있단 거야."

"....."










샤워실 얘기가 왜 저렇게 넘어가지... 꼭 수수께끼같은 말에 여주가 고개를 기웃거렸다. 너무 앞서나간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호석은 실없는 얘기를 저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할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여주는 젖은 머리를 추스리며 고갤 끄덕여야했다.










"음, 뭐... 참고할게요... 전정국 오면 저 좀 불러주세요!"










일단은 집주인에게 전화해서 샤워기 문제를 고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곧 여주가 방으로 쌩하니 들어가 버리고, 거실엔 예능 프로그램이 틀어진 텔레비전과 호석과 윤기만이 남았다. 와하하 떠들어대는 텔레비전 소리에도 불구하고 호석만 빤히 쳐다보던 윤기가 말했다.









"야, 호석아."

"왜요."

"...너 알지?"

"...뭐가요."

"아는 것 같은데."

"......"










또다시 정적.










"...난 그냥 방관하기로 했어. 이건 걔네들 일이잖아. 내가 끼어들 이유도 없고."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게다가 정국이는 저한테 직접 말했다구요. 그리고 이건 걔네들 일이 아니라, 우리 하숙집 하숙인들의 일이고요."

"잘못 끼어들면 오히려 관계만 꼬아놓게 돼."

"그 정도까진 안 해요. 그냥, 정국이가 너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니까."

"...."

"형도 알잖아요. 정국이만 여주한테 감정 갖는 게 아닌 거...."










호석의 말을 가만 듣던 윤기가 몸을 숙여 테이블 위에 있던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그리곤 볼륨을 쭉 높였다. 윤기가 소파 등받이에 도로 몸을 푹 기대자 호석은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또 한참동안 어색한 공기만 흐르려는데, 시선을 텔레비전에 고정한 윤기가 뜬금없이 툭 말했다.










"파스 가져와라."

"...네?"

"......너 때문에 허벅지에 금 간 것 같다."










무덤덤한 목소리에 말도 안 되는 주문이었지만 호석은 곧 픽 웃고 말았다.

그게 수 년 간 함께 살아오면서 알게 된 윤기만의 화해 방식이자,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암묵적인 요청인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차암나... 나 그렇게 안 무겁거든요. 그리고 금 간 거면 파스로 되겠어요?"

"몰라 임마. 빨리 가져와."

"...에이... 깔고앉은 거 미안해요."

"오냐."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다만 그 결과가 모두에게 그나마 아프지 않기만을 바래야겠지.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한창 태양이 타오르는 한여름이 되었다. 중간고사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기말고사를 앞두게 된 대학생들은 매일매일이 거의 지옥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나 공부를 목숨줄마냥 부여잡던 김여주는.










"여주야."

"네엥."

".....너 뭐해."

"머가여."










고등학생 때도 안 하던 탈선을 이제 와서 하기 시작했다.










"왜 술을... 술 마시면서 공부를..."

"이러면 문제가 잘 풀리더라구여엉."










잔뜩 꼬인 발음에 붉어진 얼굴을 한 여주가 빵싯 웃었다. 그를 보던 지민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짚고 말았다. 여주야... 대체 왜 이렇게 된 거니.

일의 발단은 불과 1주 전. 저번 중간고사 때처럼 제 몸을 혹사시켜가며 공부를 해대던 여주가 주현과 지은에게 양쪽 팔을 붙잡혀 과 회식 자리에 끌려간 게 그 시작점이었다. 그 때 여주는 거의 반좀비가 되어 있었다.









"아... 이거 놔... 나 오늘밤 안에 개론서 끝내야 한단 말이야..."

"미친 놈아, 너 그러다 죽어!"

"맞아!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술은 마시지 말고 맛있는 거 먹고 좀 놀고 나서 하라고!"

"하여간 공부 욕심은 진짜 엄청난 새끼라니까. 어차피 우리 과는 과탑해봤자 별 상관도 없는데..."









하긴 교육과 특징상, 일단 졸업만 하면 임용고시를 볼 수 있으니 과탑의 의미가 크게 없긴 했다. 그러나 저번에 아깝게 미끄러져 과에서 2등을 차지했던 여주는 이번엔 반드시 1등을 할 거라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질릴 지경으로 말이다.

그 무아지경의 꼴을 지켜보던 지은과 주현은 결국 억지로라도 여주를 쉬게 해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잖아도 교수님이 사비로 쏘시겠다며 근처 술집에서 회식이 열렸으니 적당한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질질 끌려간 여주는 자리에 앉혀졌고, 입안 한가득 맛있는 음식이 넣어졌고, 그리고....









"아, 목 막혀... 야, 물 좀."

"어어... 여기이..."










술 취한 동기가 물로 착각하고 잘못 건넨 소주를 원샷하고 말았다.










"웩... 뭐, 우욱, 뭐야 이거!"










목구멍 너머로 남김없이 삼킨 뒤에야 소주임을 눈치챈 여주는 곧장 허겁지겁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번 엠티에서 술 마신 다음날 지은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매우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술 마시면 안 된다고....!










"저기, 교수님 오늘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어- 벌써 가려고? 내가 쏘는 건데 더 먹고 가."

"아아뇨! 집에 일이 있어서....!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야 주현아 지은아, 나 간다!"










그 와중에도 깍듯하게 인사를 챙긴 여주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하숙집으로 슝 향했다. 망할망할망할. 속으로 아주 염불을 외며 빨리 집에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있자니 금세 익숙한 거리가 보였다. 값을 지불하고 번개처럼 하숙집 제 방으로 돌아간 여주는 제 머릴 감싸쥐며 한탄했다. 아... 역시 그냥 공부나 하고 있을 걸!









"시간 아깝게... 에휴."










그래도 다행히 취기가 마구 밀려올 만큼 취한 상태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대강 씻고 책상에 앉은 여주는 주섬주섬 책을 폈다. 아무래도 죄책감이 너무 드니까, 몇 글자라도 더 읽고 자야겠어.

그리고 그렇게 술을 마신 채 책을 읽던 여주는.










"....뭐야..."











살면서 처음 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 다 맞았어?"










분명 우연이 아니다. 착각도 아니었다. 요 며칠 집중이 더럽게 안 돼 푸는 족족 틀리곤 했던 족보 위가 난데없이 빨간 동그라미로 완벽히 뒤덮인 거였다. 채점을 한 후에야 충격에 빠진 여주는 그제야 그 원인을 깨달았다.

술 취하니까 공부가 더 잘 돼....!!










"그 때부터 계속 매일 거의 한 병씩... 너 그러다가 정말 큰일나. 아직 젊은데 몸 챙겨야지!"

"아우우, 괜찮아요오. 공부할 때만 마시는 거고~ 시험 끝나면 안 먹을 거라구요~"

".....완전 알코올 중독자 같은 발언이네."










지민이 폭 한숨을 뱉었다. 아직 미성년자라고, 죽어도 술은 안 마실거라고 완강하던 녀석이 공부에 대한 의욕으로 제 신념을 꺾고 말았다. 물론 보통의 빠른년생은 그런 것 따위 무시하고 마시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워낙 꼿꼿하고 지조 있던 여주가 그렇게 행동하니 적응 안 되는 건 사실이었다.

더 충격적인 건 사실 여주가 술에 몹시 강하단 사실이었다. 알고보니 소맥이라면 한 잔만으로도 취하고 숙취도 엄청 심할 만큼 약하지만 그 외에는 아니었다는 것. 비록 술버릇으로 혀가 좀 꼬이긴 하지만, 다음날 아침의 숙취도 없는 여주를 보며 지민은 착잡해졌다.










"...그렇게 병나발만 불지 말고 뭐라도 곁들여 먹어. 쏘야라도 해 줄테니까."

"오오오~~ 징짜여? 그럼 나야 조치! 오빠두 같이 먹자~!"










...아니, 사실은 괴로운 건 따로 있다.

저렇게 여주가 해실해실 웃는 얼굴로 제게 친근하게 굴어올 때마다, 자꾸만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니까.

엠티 때의 대형사고를 떠올린 지민은 또다시 제멋대로 흔들리려는 기분을 애써 붙잡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늦은 밤, 식탁에 보조등을 켜 놓고 혼자 공부하던 여주도 곧 쫄래쫄래 쫒아왔다. 물론 지민이 곧바로 밀어버렸지만.










"가서 공부나 해. 괜히 옆에 있다 다치지 말고."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예여~? 역시 다정하다니까! 진짜 오빠같은 사람은 어떤 여자가 물어가려나~"

"....영 아까우면 네가 물어가는 건 어때?"











아무 생각 없이 던져졌을 장난에, 마찬가지로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대답하는 것도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냉장고를 뒤져 몇 가지 야채를 꺼낸 지민이 깍둑썰기를 하는 동안 여주는 이 참에 잠깐 쉬려는지 내내 쫑알거렸다.










"에이~ 나 같은 거한테 아까워서 어떻게 그래요~"

"네가 뭐 어때서."

"오빠는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귀엽고... 뭐 모든 면에서 완벽하잖아요."

"너도 그래. 좀... 폭력적인 것만 빼면...."

"......"










와중에도 팩폭을 날린 지민 덕에 여주는 곧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내 기름이 둘러진 프라이팬 위에서 야채와 소세지가 함께 지글지글 끓기 시작했다. 그 먹음직스러운 향과 소리와 비주얼에 여주는 어느새 넋을 놓았고, 지민은 모른척 주걱으로 들들 볶기만 했다.

그렇게 둘 사이의 공간이 온통 끓는 소리로만 채워질 때였다.










"....오빠."










난데없이 저를 부르던 여주는, 취했을 때의 평소답지 않게 제법 또렷한 발음이었다.










"오빠는 상처같은 거 있어요?"

"....응?"

"상처."

"....며칠 전에 책 읽다가 손을 약간 베긴 했지?"










지민은 별 생각 없이 제 검지손가락을 내밀어 보였다. 티도 안 날 만큼 옅은 상처는 벌써 딱지까지 앉아 거의 나아가고 있었다. 그 흰 손가락을 빤히 바라보던 여주의 눈이 가라앉았다.










"치료해줄까요?"

"...갑자기? 나 이거 다 나았...."

"근데 만약에, 내가 치료해주다 오히려 더 다치게 하면."

"....."

"그럼 오빤 나를 원망할까?"










지글지글, 프라이팬 위 기름이 튀어오른다.










"아님 차라리 알려주지 말 걸, 하고 후회하게 될까."











지민의 시선이 말없이 여주의 옆얼굴을 향했다. 몇 주 전 흘려듣듯 했던 한 조각의 말은 내내 심장에 쿡 박혀있다가, 기어이 술김에 입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이내 푸르게 타오르던 가스레인지의 불을 끈 그가 축 처진 여주의 어깨를 쥐고 돌려 제 쪽으로 향하게 했다.











"....왜 그래, 여주야. 무슨 일 있었어?"

"....."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하는 거야. 누가 널 원망해? 너한테 뭐라고 했어? 혹시 너 술도... 그래서 요즘..."

"...그런 건 아니에요."











소세지나 얼른 먹자, 오빠. 여전히 홍조 떠오른 얼굴로 웃은 여주가 한 발자국 물러섰다. 덕분에 덩그러니 허공에 남겨진 지민의 손은 빈 공기를 맥없이 움켜쥐었다. 어딘가 불안한 얼굴로 여주의 얼굴을 끝까지 쫓던 지민은 결국 눈을 돌려야 했다. 다 만들어진 쏘야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내려놓으니, 그새 한 잔을 더 비운 여주가 제 맞은편을 팡팡 쳤다.











"앉아요, 앉아. 오빠가 만든 건데 같이 먹어야지."











그 미소는 방금 전의 끝없이 가라앉았던 슬픈 눈을 감추려는 듯, 맹목적으로 밝기만 했다. 지민의 순둥한 눈에 묘하게 날이 섰다.

...뭘까. 여주야. 늘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늘 어둡지도 않은 네가, 항상 너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맑은 거울같던 네가. 어째서 가면을 쓰고 웃음을 연기하고 있는 걸까.

그 이유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항상 진실하던 아이의 거짓을 드러내려면, 나는....

여주가 가리킨 자리에 앉지도 않고 멀뚱히 서 있던 지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어. 상처."

"네?"

"........어렸을 때 갈비뼈에 칼을 맞았었어."










옅은 취기에 절여져 있던 여주의 눈에서 술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얼어붙을 것 같은 공기가 차갑게 두 사람을 감쌌다. 얇기 짝이 없는 여름 티셔츠의 밑단을 붙잡은 손이 그대로 쭉 올라갔다. 희게 드러난 지민의 갈비뼈에는,










"...어머니가 집어던진 칼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낙인처럼 새겨진 한 뼘 크기의 흉터가 남아 있었다.

여주의 눈이 굳어지자 지민은 티셔츠를 다시 내렸다. 마주한 그의 얼굴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싸늘한 냉기를 품고 있었다.










"너한테 처음 말한 거야. 후회는 안 해. 원망도 안 할 거고...."

"....오빠."

"그러니까 너도 말해."

"......"

"뭐가 문제야."










...너를 좋아해.











"네 상처는 뭔데."












그래서 알고 싶어.

늘 거짓이던 사람의 진실은, 그 어떤 날붙이보다도 차가운 법이다.































































여주가 항상 솔직한 사람이라면, 지민이는 솔직한 척 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이었답니다.

과연 지민이의 숨겨둔 과거는 뭔지, 그리고 여주의 트라우마는 뭔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너무 늦게 돌아온 게 죄송해서 분량을... 조금이나마 늘려봤는데... 어떠셨나요....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 앞으론 성실하게 다음화 가져오도록 하겠슴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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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보고싶다.방탄  2일 전  
 으아아..지민이..

 보고싶다.방탄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포도그  3일 전  
 ㅠㅠㅠㅠㅠ

 답글 0
  보라빛은하  31일 전  
 ㅠㅠㅠㅠ

 보라빛은하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younghyun1109  57일 전  
 아아아아....왜 또 슬퍼지는건데......그냥 행복만 하라고....아픈 과거 잊고 행복한 하숙집으로 시작해서 행복한 하숙집으로 끝나자고.....

 younghyun1109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곰도리태태  84일 전  
 미띤....

 답글 0
  사신쿤  86일 전  
 아니.. 어떤 미친 부모가 자기 애한테 칼을 던져..?

 답글 0
  이르믄졍쿡  112일 전  
 아프겠다 헐헐... 근데 분위기 전환은 진짜 예술이네요 이렇게 코믹한 분위기 바로 전환시키는 것도 대단하세용

 답글 0
  7개의보석♡  120일 전  
 드디어...

 답글 0
  여미키위  127일 전  
 드디어 밝혀지는곤가..

 답글 0
  구구비둘기  131일 전  
 칼??? 나이프?? 카알?

 구구비둘기님께 댓글 로또 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478 개 댓글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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