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때문에 다음생에도 이렇게나 아파하는 거냐고. 어째서 지민오빠가 내 부모님을 죽였다는 건데?"
지민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네가 그걸.. 어떻게?"
"오빠?"
"미안해.. 미안해. 몰랑아."
지민은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며 여동생을 똑바로 바라보지조차 못했다.
`엄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나 보러와줘. 그러면 안 돼?`
"난.. 그냥.. 엄마랑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지민오빠. 정신 차려! 왜 그래?"
"그래서 전화를 한 건데... 윤기형이 아니야.. 윤기형보다 먼저 내가.. 전화했어."
"..."
나한테 와달라고. 당장.. 와달라고. 안 그러면 죽을 거라고. 진짜 비행기 사고가 날 줄은 몰랐어. 그렇게 두 분 다 보낼 줄 알았다면.. 그랬다면 나같은 건 더 슬퍼도 괜찮은데. 더 참을걸. 더 참을걸. 후회해봐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 지민은 서럽게 뚝뚝 눈물을 흘렸다. 지민을 지켜보는 여동생의 마음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미안해. 내가 몰랑이의 다음생도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렇다면.. 난 그냥.."
지민이 갑자기 주변에 있던 화병을 깼다. 화병이 산산히 조각나면서 튄 파편 하나를 지민이 쥐어 들었다. 지민의 손에서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만 할래.."
"지민오빠! 지민오빠 그만둬!"
지민이 자신의 복부를 향해 파편을 내리 꽂으려 할 때 누군가 지민의 등을 감싸안고 지민의 손을 붙잡았다. 그 사람의 손에서도 지민처럼 피가 흘러 내렸지만 지민의 손을 놓지 않았다.
"지민아. 안 돼.."
"김태형?"
태형이었다. 갑작스럽게 태형이 나타나 지민을 끌어 안았다. 태형은 지민보다 서럽게 울고 있었다.
"지민아.. 나는 너 없으면 안 돼. 너 없으면 나는 이제 혼자잖아. 둘이서 하나가 아니라. 완전히 하나가 되어버리는 거잖아. 나 그거 싫어. 지민아."
"나.. 미래에도 몰랑이한테 못할 짓은 한데.. 내가 살면 몰랑이가 불행해져."
"죽는다고 나아져? 살아서 바꿔! 그냥 가족들한테 전부 말하고! 그냥 새로운 삶을 살자. 떳떳하게. 응? 우린 가족이잖아. 그 누구도 지민이 널 원망하지 않아."
여동생은 지민에게 다가가 지민을 끌어안았다.
"나도 지민이오빠 없으면 안 돼. 그러니까 함부로 죽는다는 말 하지마."
"..."
"이제까지 아픈 걸로 됐잖아. 우리 이제 행복해도 되는 거잖아."
여동생의 말에 지민은 바닥으로 눈물을 떨구며 화병조각을 떨어트렸다. 지민은 태형과 여동생의 품에서 정말로 속 시원히 오열했다. 그동안 다른 사람 앞에서 차마 보이지 못한 눈물을 전부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