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들은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나리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학교폭력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도 학생회장의 본분 중 하나가 아닐까? 아니, 학생회장이 아니라도 같은 학생으로서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잖아. 나는 나리네 반으로 찾아가 나리를 불러냈다. 나리는 반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리야."
"왜 자꾸 찾아오세요? 저 엄청 불편해요."
"너 역시 괴롭힘 당하고 있는 거 맞지? 돈 빌린 적 없는데 자꾸 돈 달라고 하는 거 맞지?"
"그거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언니가 저 지켜줄 수 있어요?"
나리는 역시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 아이들이 무서워 나에게 말하지 않는 것 뿐.
"내가 선생님께 대신 말해줄게. 그러면 조치를 취해주실 거야."
"정말 그걸로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쟤네가 지금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 줄 알아요? 지금 이 근처에 아니, 당장 우리 학교에도 쟤네 친한 친구들로 깔려 있어요. 제 편은 하나도 없다고요."
"그래도 선생님들은 뭔가 다른 수가."
"됐어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나는 어떻게든 나리를 도우고 싶었다. 나도 혼자인 때가 있었기에. 괴롭힘을 당한 때가 분명히 있었기에.
"어떻게요?"
"나도 있으니까 아는 사람 정도는!"
"대체 누구요?"
"오빠들이 있어! 그것도 일곱명이나! 다들 튀는 사람들이고. 그리고 무지 세니까 괜찮을 거야. 이때까지 나를 괴롭힌 나쁜 사람들은 오빠들이 다 혼내줬거든. 그러니까 나를 믿어줘."
정말 어처구니 없었지만 나리는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이 아닌 우리 오빠들을 더 현실적으로 믿었다. 잘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선생님들은 대충 사과를 하고 큰 일을 만들지 말고 정리하라고 하니까. 그렇게 억지로 화해하고 나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왕따는 계속되니까.
"정말 도와주실 거에요?"
나리는 내가 내민 손을 잡아볼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
.
[만약에 말이야. 우리 쪼꼬미가.]
1
"야. 남준아."
"엉?"
"만약에 쪼꼬미가 진짜 사납게,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일진이었으면 어땠을 것 같아?"
"음?"
2
호석이의 상상이 시작 됐다.
"쪼꼬미야! 이제 집에 와?"
"누가 쪼꼬미라는 거야? 확 그냥!"
"너 오빠한테 확 그냥이라니!"
쪼꼬미가 다시 호석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호석은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호석의 자존심이 -100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