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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빙의글 03::사막같은 곳, 돌연변이 - W.바이올렛
03::사막같은 곳, 돌연변이 - W.바이올렛















































Written by 바이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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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휴대폰을 만지는 동안 김태형의 방이 잠잠해졌다. 전정국은 방에서 나간 건가, 나를 노려보던 싸늘하면서도 무언가에 일렁이는 눈빛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해보니 곧 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늘 점심시간을 시작으로 가정부 아주머니는 집안 사정상 이 집을 떠나게 되고, 내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 아침에 있었던 일들은 빨리 머릿속에서 밀어내버리려고 애썼다.




침대맡에 놓아둔 머리끈을 집어 들어 머리를 위로 질끈 묶은 뒤,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방을 나오고 계단을 내려가는 중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에 두 귀를 기울였다.









아, 곱다. 누가 치는 것인지 참 곱게 친다.




예쁜 선율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가 왼쪽 방으로 조심스레 걸어갔다. 일부러 열어두었는지, 아니면 실수로 열어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열려있는 문 틈새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람의 등을 확인했다.





피아노를 치는 손끝과 내 눈에 비춰지는 목덜미가 유독 하얬다. 아, 윤기 씨구나. 엄청 하얬었지, 민윤기의 또 다른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연주를 듣던 중 갑자기 민윤기의 손끝이 멈춰졌다.










"훔쳐보는 게 취미인가."


"죄송합니다..."


"사과할 필요까진 없고."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민윤기가 고개를 틀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괜히 부끄러워 아랫입술을 깨물며 바닥을 내려다보자 민윤기의 발자국 소리가 나에게 점점 가까워졌다.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고개를 드니 바로 코앞에 민윤기의 가슴팍이 비춰졌다. 내가 고개를 들어 민윤기와 눈을 맞추자 민윤기가 대뜸 입을 열었다.










"애들은 회사 갔어. 집에 있는 사람은 나랑 정국이랑 태형이 뿐이니까, 네 몫까지 네 사람 밥만 준비하면 돼."


"아, 네...감사합니다..."










이상한 것 같으면서도 다정한 민윤기의 말을 들으면서도 내 눈은 민윤기 뒤로 보이는 그랜드 피아노에 자꾸만 시선을 주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 행복했던 시절에, 엄마가 가끔 나와 눈을 마주치며 피아노를 가르쳐주셨는데,




자꾸만 피어오르는 옛날 생각에 마음 한쪽 구석이 아련했다. 힐끔힐끔 피아노를 바라보는 내 눈빛이 느껴졌는지 민윤기가 나를 바라봤다.










"피아노 치고 싶음 쳐봐."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쳐보고 싶은 거 아닌가."


"저는 혼자서 못 쳐요."


"왜지."


"외로워지거든요."










내 대답에 살짝 놀란 듯 날카로운 민윤기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그냥 웃으며 거실로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왜 자꾸 이 집에 지내면서 좋았던 시절이 떠오르는 걸까, 입술을 깨물며 다시 정신을 차리고 냉장고를 열어 반찬들을 늘어놓았다. 일단 사람들 취향을 알 수가 없으니까 간단한 음식으로 해야겠다 생각하고 가스 불을 켰다.









잠시 후 요리가 완성되었고, 나는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각자 방으로 걸어갔다. 부엌에서 나오자 이미 거실 소파에 앉아 부엌 쪽을 바라보고 있는 민윤기와 눈을 마주했다. 민윤기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부엌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그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정국과 김태형을 부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계단에 올라 전정국의 방부터 노크했다.










"정국 씨, 점심식사 하세요."










도대체 이 집 남자들은 벙어리 인 것인지, 입이 없는 건지 하나같이 부르면 대답을 안 하는 게 영 짜증이 났다. 오기가 생겨 다시 한 번 노크를 하자 신경질적으로 걸어오는 발걸음이 점점 문앞으로 다가왔다.




점점 소리가 문 앞에 가까워져 거칠게 문이 열리고 잔뜩 인상을 구긴 전정국이 위에서 아래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왜 자꾸 불러요."


"점심식사 하시라고요."


"앞으로 잘 때 저 깨우지 마세요."


"제가 그쪽이 자는지 안 자는지 어떻게 알아요."


"하...휴대폰 줘봐요."










내가 휴대폰을 내밀자 전정국이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번호를 꾹꾹 눌러댔다. 번호를 저장한 뒤 던지다시피 나에게 휴대폰을 돌려준 전정국은 앞으로 문자로 부르라며 머리를 헝클이며 도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 사람한테 이따위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게 여간 자존심이 상해지만, 통장으로 들어올 돈을 생각하며 화를 꾹꾹 눌러 삼켰다.









나는 전정국의 방문 앞을 지나 김태형의 방문 앞에 섰다. 노크를 해도 대답을 안 할 것 같았지만, 워낙 성질이 나쁜 사람이기에 예의상 노크 한 번을 하고 바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태형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김태형의 옆에는 약 봉투가 올려져 있었다. 전정국이 두고 간 건가, 그리고 약 봉투 겉에는 `식후복용` 이라는 단어가 박혀있었다. 나는 김태형에게 다가가 침대 옆에 놓여져있는 의자에 앉았다.










"태형 씨, 점심 드셔야죠."


"... ..."


"태형 씨?"


"안 먹어."










김태형은 눈을 감은 채 입만 뻐끔거렸다. 물론 나도 마음 같아서는 김태형이 밥을 먹든 안 먹든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내가 그의 간병인이라는 것 과 현재 그가 아파서 약을 먹어야 되는 상황이었기에 다시 한 번 차오르는 짜증을 추스르며 입을 열었다.










"점심을 먹어야 약을 먹죠."


"... ..."


"정국 씨가 태형 씨 생각해서 약 들고 온 거 아니에요? 그에 대한 보답은 해줘야죠."


"... ..."


"태형 씨가 밥을 먹고 약을 먹는 게 그에 대한 보답 같은데요."


"하, 알았다고. 이리 들고 와."










김태형이 전정국이라는 말에 결국 성질을 내며 대답했다. 사람 팔아먹는 게 썩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럴 때는 가끔 필요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알겠다며 대충 대답하고 김태형의 방을 벗어나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갔을 때 민윤기는 이미 밥을 다 먹고 방으로 들어간 듯해 보였다. 나는 민윤기가 놓아둔 그릇을 싱크대에 옮겨둔 뒤, 쟁반을 꺼내어 김태형의 점심을 챙겼다. 혹시 몰라 죽도 같이 끓여놨는데, 간만에 센스있는 나 자신을 칭찬하며 계단을 올랐다.









이번에도 대충 문을 한번 두드리고 바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김태형은 눈을 감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짜증이란 짜증은 다 섞여 있었지만 나는 가뿐히 무시한 채 생글생글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가까이 다가오는 나를 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원래부터 몸이 안 좋았던 그의 침대는 병원 침대처럼 책상을 올릴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책상을 올려 쟁반을 올려두었다. 그는 가만히 그릇을 바라보다 힘없이 손을 올려 수저를 집었다.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역시나 그는 수저로 죽을 뜨다가 힘없이 수저를 떨어뜨렸다. 결국, 내가 수저를 들어 죽을 한술 떠 입으로 후후 분 뒤, 그의 입 앞에 가져다 댔다.










"뭐 하는 거야."


"일하는 중이요."


"혼자 먹을 수 있어."


"아까까지 아파서 쓰러지던 사람이 무슨 힘이 있다고요. 그냥 줄 때 먹어요."










인상을 가득 찌푸린 김태형이 결국 입을 벌려 내가 떠준 죽을 받아먹었다. 꼭 편식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밥을 먹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 나는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며 계속해서 김태형에게 죽을 먹여줬다.









죽을 반쯤 먹자 김태형이 배가 부르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쟁반을 치우고 약 봉투에서 약을 꺼내어 물과 함께 김태형의 앞에 두었다. 하지만 김태형은 약을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약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운지 몸을 휘청거리며 팔로 침대를 지탱한 채 한쪽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그 모습에 놀란 나는 빠르게 그의 곁으로 몸을 숙여 그의 상태를 살폈다.










"왜요? 어지러워요? 병원 갈까요?"


"괜찮아..."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건 좀 곤란한걸. 낯선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확인했다. 민윤기는 방문에 기대어 나와 김태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곤란하다는 그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민윤기가 나와 김태형의 곁으로 걸어왔다.










"우리 회사가 제약회사라는 건 알고 있는 건가."


"아뇨, 몰랐어요."


"우리 회사는 제약회사야. 약을 만드는 회사 회장의 양아들이 병원 들락날락거린다. 회사 이미지를 꽤나 망치는 행동이지."


"... ..."


"회사 이미지를 망치면 김태형의 회장직도 점점 멀어진다는 결론."










민윤기가 김태형을 흘겨보며 말을 마쳤다. 김태형이 고개를 들어 민윤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곱지만은 않았다. 민윤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약을 들어 김태형 입 앞에 가져다 댔다.










"먹어."


"... ..."


"평생 그렇게 살려고?"


"... ..."


"좀 나아야 뭐라도 할 거 아냐. 정국이가 준 거라며, 그냥 먹어."


"... ..."


한참 말이 없다가 김태형이 손으로 알약을 받아 들어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약의 쓴맛이 입안에 퍼졌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아까보다 더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아래를 응시하는 김태형을 혼자 있게끔 해주기 위해 민윤기와 함께 방으로 나섰다.









나는 방을 나와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내려가는 민윤기를 따라 내려가서 그를 붙잡았다. 민윤기는 붙들린 손목에 의해 뒤를 돌아 내 눈을 바라봤다. 그의 하얗고 고운 얼굴이 샹들리에 빛에 반짝거렸다.










"태형 씨를 왜 도와준 거에요?"


"그러면 안 되는 건가."


"어떻게 보면 경쟁자잖아요. 아무리 우애가 깊다고는 하지만, 남준 씨 말로는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던데."


"사이가 좋지는 않아."


"그럼 왜죠?"


"내가 회사에 관심이 없어서. 정확히 말하면 돌연변이지."


"돌연변이...?"


"머리 아픈 사업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고."










그 말을 끝으로 민윤기는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 다시 민윤기를 잡지 않았다. 적어도 그의 눈빛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말 관심도 애정도 없는 눈빛이 보였으니까, 그저 흥미로운 이 상황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 그것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런 걸 개인주의라 불렀었나, 이기주의 인 것인지 개인주의 인 것인지 아니면 그냥 민윤기 그 자체 인 것인지, 멀어져만 가는 민윤기의 등을 바라보기만 했다.









몇 시간 뒤, 부엌에서 저녁준비를 하는 중 회사로 일을 나간 형제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들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다시 저녁준비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순간 누군가 내 어깨에 턱을 괴어 조곤조곤 말을 하기 시작했다.










"냄새 좋다."


"지민이 왔어?"


"응, 오늘 하루종일 집에서 힘들었겠다."


"아니야, 너도 오늘 일하느라 수고 많았겠다."










박지민의 향수 향이 내 코끝을 간질였다. 나는 곧 완성되는 음식을 바라보며 얼른 형들을 데리고 식탁에 앉으라고 했다. 박지민은 알겠다며 부엌을 벗어났다. 잠시 후, 일곱 형제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식탁에 둘러앉았다.




그 중 자연스레 박지민의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아마 박지민이 내가 앉을 자리라며 비워놓은 거겠지, 나는 살푼 미소를 흘린 뒤 식탁에 요리를 차례대로 올려놓았다.









요리를 다 올려놓은 뒤 박지민이 자기 옆에 앉으라는 손짓과 함께 박지민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앉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수저를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도 삭막한 분위기가 식탁 주변을 감싸돌았다.










"음식 맛이 좋네요. 요리를 잘하시나 봐요."


"아, 혼자 살다 보니 기본적인 것만 할 줄 아는걸요."


"그래도 일곱 사람의 양을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감사해요."










김석진이 내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김석진과 대화를 하는 동안 알 수 없는 시선에 눈알을 굴려 주위를 살폈다. 민윤기를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이 김석진과 나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꼭 무슨 얘기를 할지, 어떤 말을 건넬지, 내가 어떤 반응을 할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 어떻게 보이냐에 따라 회장직이 걸려있을 수도 있을 테니까, 며칠 뒤 나는 회장님께 일곱 형제들의 실적을 올려보내야 한다. 그 실적 사항에 자신들이 어떻게 쓰여질지 신경 쓰고 있는 것이겠지.









김석진과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모두 입을 다문 채 식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밥을 다 먹은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결국, 마지막에 박지민과 나 혼자만이 식탁에 남아있었다. 박지민도 밥을 다 먹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려주고 싶은데, 오늘 일할 게 남아서..."


"아니야, 아니야. 얼른 올라가 봐."


"고마워. 다음에는 꼭 기다려줄게!"










그렇게 박지민까지 부엌을 벗어났다. 박지민이 계단에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있다는 것에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것일까. 걷잡을 수 없는 외로움이 나를 덮쳤다.










나는 그저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쌓인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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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루카리키  13시간 전  
 여주야 화이팅ㅠㅠ!

 답글 0
  JHH101  7일 전  
 무슨일 이징?

 JHH101님께 댓글 로또 14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마지막노래  8일 전  
 ..힝

 답글 0
  뱀프소녀  8일 전  
 외롭던 사람이 사람이 많은집에 가면 외롭지 않을것같지만
 자기 방이나 어딘가 혼자있게되면 외로움은 더 커져서
 그냥 그 외로움을 이겨내는것밖에는 방법이 없네..

 답글 0
  몽돌77  9일 전  
 여주야 힘내!

 몽돌77님께 댓글 로또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체리답  9일 전  
 여주야 힘내!ㅠㅠ

 답글 0
  률혜  9일 전  
 여주야 힘내 ㅠㅠㅠㅠㅠ

 률혜님께 댓글 로또 9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애킁  9일 전  
 여주야 함 !!!

 애킁님께 댓글 로또 5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답글 0
  주이쨔응  9일 전  
 여주도 힘내자...

 답글 0
  목발소녀  9일 전  
 글 진짜 잘쓰세요!!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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